[정연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2014~2015년 북한이 외생적 경제 충격을 겪을 당시 계층별로 피해가 불균등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상위계층은 지대 추구 등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누렸지만, 중하위계층은 충격을 그대로 흡수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조용신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경제안보연구실 부연구위원(과장)은 23일 발표한 'BOK 경제연구: 북한의 준시장화와 소득양극화: 2014-2015년 경제충격 사례'에서 이같이 밝혔다.
조 과장은 북한 경제체제가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공식·비공식 이원화 구조를 가진 점에 주목했다. 북한은 계획경제를 표방하고 있지만, 1990년대 중후반 심각한 경제난으로 배급 시스템이 무너지자 음성적으로 장마당(시장)이 확산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일반 주민들의 경우 총소득의 약 70%를 시장에 의존할 정도로 시장은 북한 서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처럼 장마당이 확산했음에도 북한에는 공정경쟁이나 조세, 재분배, 사유재산 등 시장을 뒷받침할 제도가 부재한 상태다.
북한의 시장 부문은 경제적 기회가 정치적 연줄이나 자본 접근성에 따라 불균등한 '준시장화'로 특징지어진다.
이런 상태에서 2014~2015년 발생한 극심한 가뭄과 수출 급감 등 외생적 경제충격은 북한 주민 간 비공식소득(시장소득) 양극화를 유의미하게 심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조 과장은 "양극화 심화는 상위 소득층 비중의 증가보다는 큰 폭의 하위 소득층 비중의 증가가 주된 요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경제충격 이후 북한의 시장경제가 회복기로 접어든 이후에도 확대된 소득양극화는 상당 기간 유지됐다"고 분석했다.
그 원인은 상위계층과 하위계층의 경제적 기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치적 연줄과 자본 접근성이 우월한 상위계층은 경제충격 국면에서 오히려 지대추구와 무위험 차익거래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소폭이나마 증가시킬 기회를 찾았지만, 그렇지 못한 중하위계층은 충격을 그대로 흡수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시장소득을 재분배할 제도도 확립되지 않은 탓에 양극화는 시간이 지나도 줄지 않았다.
조 과장은 북한이 제도 없이 시장이 운영되는 곳이라는 점에서 "시장 메커니즘을 날 것 그대로 볼 수 있는 기회기도 하고, 역설적으로 제도의 영향을 볼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며 "특별하고 드문 경우"라고 말했다.
hskim@yna.co.kr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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