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백 확대 후 달러 급락…국채금리 눌렀더니 통화가치 하락으로 압력 분출
베선트 재정적자 감축 방안 실효성 있을지 불확실…워시는 28일 잭슨홀 연설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이번 주(24~28일) 뉴욕 외환시장은 미 재무부의 바이백 확대 후폭풍이 달러 약세를 더 심화시킬지에 촉각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의 재정적자 감축 방안과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 의장의 잭슨홀 심포지엄 연설이 미국 재정·통화당국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지난 19일 재무부가 장기물 바이백 일시 확대라는 '깜짝' 발표를 내놓자 금과 비트코인은 일제히 급등세로 반응했다. 지난주 금 선물은 5% 넘게 올랐고, 비트코인은 24% 넘게 치솟았다.
시장에선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 통화가치 훼손 베팅)가 귀환했다는 진단이 제기된다. 재무부가 장기 국채금리를 누르려는 '금융 억압'에 나서자 이에 따른 압력이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분출됐다는 논리다.
디베이스먼트는 귀금속 비율을 낮춰 화폐 가치를 고의로 떨어뜨렸던 역사적 행위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단어 자체에 당국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녹아들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달러 약세는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 먼저 두드러지게 나타났고, 이후 지난주 바이백 발표가 가세하면서 한 번 더 불을 질렀다. 미국 통화·재정 당국이 동시에 달러 약세 재료 역할을 하는 이례적인 국면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이란 전쟁의 장기화 속에서도 유로존 경기가 의외로 잘 버티고 있는 점은 유로에 지지력을 제공하면서 달러를 압박하고 있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씨티그룹의 '경제 서프라이즈 인덱스'는 지난 21일 기준 미국이 26.2, 유로존은 87.8로 각각 집계됐다. 지난 7월 하순을 기점으로 미국과 유로존의 레벨은 역전됐고, 이어 유로존의 상대적 우위가 심화했다.
서프라이즈 인덱스는 '제로'(0)를 웃돌면 경제지표가 시장 예상치보다 좋게 나오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유로존의 서프라이즈 인덱스는 최근 오름세가 확연하지만 미국은 방향이 반대다.
◇지난주 달러 동향
지난주 달러화 가치는 한 주 만에 다시 하락했다. 미 재무부가 장기 국채금리 상승을 막으려 한다는 해석이 퍼지자 시장은 즉각 달러 약세 베팅으로 맞대응했다.
연합인포맥스의 달러인덱스 및 이종통화 등락률 비교(화면번호 6400번, 6443번)에 따르면,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 기준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전주대비 0.797포인트(0.80%) 내린 98.835에 거래를 끝냈다.
달러인덱스가 주간 종가 기준으로 99선을 밑돈 것은 지난 5월 하순 이후 처음이다. 달러인덱스는 미 재무부의 바이백 확대 발표 당일 0.85% 급락하며 장기 추세선으로 여겨지는 200일 이동평균선을 내줬다.
출처: 연합인포맥스.
달러-엔은 158.937엔으로 전주대비 0.23% 하락(달러 대비 엔화 강세)했다. 3주 만에 처음으로 내렸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의 상승폭은 다른 주요 통화보다는 작은 편이었다. 달러-엔은 한때 158엔 근처까지 밀린 뒤 낙폭을 줄였다.
출처: 연합인포맥스.
유로는 달러에 대해 4주 연속 강해졌다. 유로-달러 환율은 1.16765달러로 전주대비 0.92% 상승(유로 대비 달러 약세)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유로존은 대체로 조용한 가운데 미 재무부의 바이백 확대 재료에 주로 반응했다.
유로의 상대적 강세 속에 유로-엔 환율은 185.64엔으로 전주대비 0.71% 상승했다. 3주 연속 올랐다.
파운드-달러 환율은 1.36450달러로 0.82% 상승했다. 4주째 오름세를 기록했다.
역외 달러-위안(CNH) 환율은 6.7210위안으로 0.34% 내렸다. 한때 6.7178위안까지 하락, 2023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번 주 달러 전망
베선트 장관은 이란에 대한 대규모 경제 제재 발표를 예고한 24일 재정 관련 대책도 내놓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는 지난 20일 CNBC와 인터뷰에서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쯤 재정 건전화에 더 초점을 둔 발표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워시 의장의 잭슨홀 심포지엄 기조연설은 미국 동부시간으로 28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11시) 시작된다. 아직 연설 주제가 공개되진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국정 철학이 감세를 통한 성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베선트 장관이 지출 삭감 및 세수 확대를 뼈대로 하는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40조달러를 넘어선 연방정부 부채에 대해 "성장이 그 문제를 아주 쉽게 해결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워시 의장의 잭슨홀 연설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힌트를 조금이라도 줄지가 관건이다. 7월 FOMC에서 미 국채금리의 상승이 금융환경을 긴축시켰다는 그의 발언은 통화정책 긴축에는 미온적인 게 아니냐는 해석으로 이어지며 30년물 금리의 급등을 촉발한 바 있다.
이번 주 미국의 경제지표 중에서는 연준이 기준으로 삼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7월치(26일)가 가장 무게감이 있다. 전년동기 기준으로 전품목(헤드라인) 상승률은 전달 3.7%에서 3.6%로 약간 낮아지고, 근원 상승률은 3.3%로 제자리걸음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지표로는 6월 스탠더드앤푸어스(S&P)/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와 7월 신규주택판매, 콘퍼런스보드(CB)의 8월 소비자신뢰지수(25일), 2분기 국내총생산(GDP) 수정치(2차)와 7월 내구재수주(26일), 7월 무역수지 및 도소매재고(27일), 8월 시카고 구매관리자지수(PMI)와 미시간대의 같은 달 소비자심리지수 확정치(28일) 등이 있다.
미국 자체의 이슈가 중요한 만큼 대외 재료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과 영국은 여름 휴가철로 인해 별다른 소식이 나오지도 않고 있다.
일본은행(BOJ)의 히미노 료조 부총재는 27일 사이타마현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다. 오는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보다 구체화할지가 주목된다.
28일에는 일본 전국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도쿄 지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8월치가 발표된다. 신선식품을 제외한 근원 지수의 전년대비 상승률은 1.8%로, 전달 1.7%에서 약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의 7월 CPI(26일)는 호주중앙은행(RBA)의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호주 OIS(Overnight Index Swap) 시장은 연내 25bp 인상 가능성을 50% 후반대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sjkim@yna.co.kr
김성진
sj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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