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정부가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지 불과 20여일 만에 비거주 1주택자를 중심으로 세 부담을 완화하는 보완 작업에 들어간다.
더불어민주당이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 강화와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에 공식적으로 제동을 걸면서다. 정부는 당의 의견을 반영한 수정안을 이번 주 마련해 내달 3일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24일 정치권과 정부에 따르면 당정은 전날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와 공정시장가액비율, 세 부담 상한 등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은 실거주 1주택자를 우대하고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은 높이는 것이 핵심이었다.
실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현행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높이는 대신 비거주 1주택자는 9억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비거주 1주택자에게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현행 60%에서 2027년 70%, 2028년 80%로 단계적으로 올리고, 종부세 세 부담 상한 역시 전년 대비 150%에서 200%로 확대하는 방안이 담겼다.
하지만 민주당은 1주택자를 거주 여부만으로 나눠 세 부담을 달리하는 데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고위당정협의회에서 "현행 제도를 유지하더라도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비거주자의 세 부담이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측면이 있다"며 관련 제도에 대한 숙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비공개 회의에서도 1주택자에 대해서는 거주와 비거주를 구분하지 않아야 한다고 정부에 강하게 요청했다.
이에 따라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현행 12억원으로 되돌리거나 실거주자와 동일한 14억원으로 높이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행 60%로 유지하거나 인상 속도를 늦추는 방안, 200%로 높이기로 한 세 부담 상한을 다시 150%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안도 논의 대상이다. 다만 구체적인 수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양도소득세 개편안도 보완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기존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장기거주소득공제로 전환해 보유기간에 따른 공제를 없애고 실제 거주기간에 따라 세제 혜택을 주는 방향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제도 전환의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비거주가 불가피한 1주택자까지 일률적으로 세 부담을 늘릴 경우 전월세 시장에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당정은 전근이나 직장 변경, 질병 치료, 취학, 해외 체류, 부모 봉양 등 기존 예외 사유에 육아와 양육, 가족 돌봄 등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강화가 임대시장에 미칠 영향도 정책 수정의 배경으로 꼽힌다.
세 부담이 커진 집주인이 세금을 세입자에게 전가하거나 직접 거주를 선택해 임대 매물이 줄어들 경우 전월세 가격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제기돼왔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민심이 악화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서울 지역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32%로 전주보다 10%포인트 하락했다. 민주당에서도 최근 지지율 하락의 배경에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이 있다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다.
청와대 역시 당의 문제 제기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전날 "현장의 목소리를 다시 한번 세심하게 살피고 정책 완성도와 국민 수용성을 한층 높여 갈 것"이라고 밝혔다.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불과 20일 만에 핵심 내용이 다시 조정되는 만큼 시장은 일단 보완안의 최종 강도를 지켜보는 분위기다.
당초 예상보다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완화될 경우 매물을 서둘러 내놓기보다 국회 논의까지 지켜보려는 관망세가 강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종부세 기본공제와 공정시장가액비율이 현행 수준에 가깝게 돌아갈 경우 고가주택 보유자의 실제 세 부담은 정부 원안보다 상당폭 낮아질 수 있다.
공급 측면의 규제 완화도 함께 추진된다.
당정은 500가구 이하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인허가 권한을 서울시장 등 광역단체장에서 자치구 등 기초자치단체로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소규모 정비사업의 인허가 기간을 단축해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공공 정비사업에 적용하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민간 재개발·재건축 사업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정비사업 인허가권 이양을 두고 국민의힘이 정치적 의도가 깔린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도 예상된다.
정부는 민주당과 추가 협의를 거쳐 이번 주 중 세제개편 보완 방향을 확정하고 내달 1일 국무회의 보고를 거쳐 3일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안의 핵심이었던 비거주 1주택자 과세 강화가 어느 수준까지 완화될지가 이번 세제개편안의 최종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왼쪽)이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한성숙 국무총리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26.8.23 kjhpr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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