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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은 지금] 달러가 대신 값을 치르기 시작했다

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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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00달러

[연합뉴스 사진 제공]

'안전자산' 금, '위험자산' 비트코인 동시에 오르는 묘한 움직임

달러 신뢰 훼손, 타 자산으로 옮겨갔을 수도

(뉴욕=연합인포맥스) 최진우 특파원 = 최근 자산시장의 움직임은 하나의 공통된 방향을 가리킨다.

국제유가는 오르고 금과 은, 비트코인도 동반 상승했다. 반면, 미국의 장기금리는 약 20년 만의 고점 수준에 머물렀는데도 달러는 약해졌다.

분기점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 재무부의 장기국채 바이백 확대였다. 30년물 금리가 5%를 훌쩍 넘어서며 5.4%를 향하자 재무부는 장기물 바이백 규모를 기존보다 최소 두 배 늘렸다. 바이백 자체는 양적완화가 아니다.

문제는 시점이었다. 미국 국채 시장은 오랫동안 '정기적이고 예측 가능한' 부채관리 원칙을 신뢰의 기반으로 삼아왔다.

그런데 장기금리가 급등한 직후 미 재무부가 시장에 개입하자, 투자자들은 다른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가 높은 장기금리를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워하는 것은 아닌가.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 때문이다. 국채 공급이 늘수록 투자자는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한다.

그런데 정부가 바이백 등을 동원해 그 금리 상승을 완화하려 한다고 해서 비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금리가 치러야 할 비용을 억누르면 다른 가격이 대신 조정돼야 한다. 그 유력 후보가 달러다.

실제로 바이백 발표 이후 장기금리는 급락했고 달러도 함께 밀렸다. 더 흥미로운 것은 바이백 효과가 희석돼 장기금리가 다시 올랐는데도 달러가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높은 미국 금리가 더 이상 달러 강세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지난주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DXY)는 전주 대비 0.79% 급락했다.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후퇴한 것이다.

그 틈을 금과 은, 비트코인이 파고들었다. 세 자산은 성격이 전혀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어느 정부도 필요에 따라 공급량을 마음대로 늘릴 수 없다는 점이다. 달러의 구매력과 미국의 재정 운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이러한 희소성이 부각된다.

올해 내내 안전자산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금이 최근 장기금리 상승에도 버티기 시작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그 배경에는 달러 약세가 자리한다. 금은 지난 19일부터 3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대표적인 위험자산이자 유동성과 저금리에 민감한 비트코인의 움직임은 더욱더 극적이다. 불과 얼마 전 6만5천달러 안팎에서 움직이던 비트코인은 이제 8만달러선을 위협하고 있다. 안전자산인 금과 위험자산인 비트코인이 동시에 오르는 역설의 반대편에는 달러 약세가 있다.

유가 역시 같은 논리를 적용할 수 있다. 중동의 공급 위험이 가장 직접적인 상승 요인이지만, 원유는 달러로 거래된다. 달러가 약해지면 비(非) 달러권의 구매 부담이 낮아지고 원유 가격에는 추가적인 상승 압력이 붙는다. 지난주 별다른 교전 없이도 유가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상승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달러 약세가 유가를 밀어 올리고, 유가 상승은 다시 인플레이션과 장기금리를 자극한다. 달러 약세 자체도 미국의 수입 물가를 통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인다.

높아진 금리는 미국 정부의 이자 부담을 키우고, 재정에 대한 우려는 다시 달러의 신뢰를 압박한다. 자칫 하나의 순환 고리가 만들어질 수 있는 구조다.

물론, 아직 달러 신뢰의 붕괴라고 부르기는 이르다. 미국 경제의 생산성, 금융시장의 깊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여전히 강력하다.

그러나 최근 시장이 보내는 신호는 이전과 다르다. 금리도 오르고 유가도 오르는데 달러는 약하다. 동시에 금·은·비트코인이 오른다.

이는 시장이 미국의 높은 금리를 더 이상 단순한 수익률 매력으로만 보지 않기 시작했다는 뜻일 수 있다. 높은 금리가 미국 자산의 강점이 아니라 미국이 짊어진 부채의 크기와 재정 부담을 보여주는 숫자로 읽히기 시작한다면, 달러는 더 이상 금리 상승의 수혜자가 아니다.

jwchoi@yna.co.kr

최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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