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유수진 기자 = 금융지주 회장을 뽑은 사외이사가 회장의 성적표를 매기고 수십억원대 성과급도 결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 내 보상위원회가 회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한 사업을 중심에 성과 비중을 높게 가져가면서 회장의 보상 수준도 당연히 커질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금융지주는 경영진의 보수를 결정하기 위해 이사회 내 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보상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다. 보상위원회에 이름을 올린 독립이사의 상당수는 회장을 뽑고 연임도 결정하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도 참여한다.
실제로 금융지주의 보상위원회에는 현 회장을 선임할 당시 회추위원으로 참여한 사외이사들이 포함돼 있다.
회장 후보 추천 과정에 사외이사 전원이 참여하는 구조상 두 위원회의 인적 중복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지만, 동일한 사외이사 집단이 회장을 선택한 뒤 임기 중 성과를 평가하고 보상 수준까지 결정하는 구조다.
누가 성적표를 매기는지만큼 눈여겨볼 대목은 어떤 잣대로 회장의 성과를 평가하느냐다. 보상평가위원회는 계량지표와 비계량지표를 두 축으로 회장의 성과를 평가한다.
계량지표에는 자기자본이익률(ROE)과 당기순이익, 보통주자본비율, 고정이하여신비율, 주주수익률 등 수익성·건전성·주주가치 지표가 공통으로 활용된다.
금융지주별 성과평가의 차이는 비계량지표에서 두드러진다. 각 회장이 중점을 두고 추진한 경영전략과 주요 사업의 이행 성과가 정성평가 항목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보험사 편입에 따른 종합금융그룹 완성과 기업가치 제고를 임종룡 회장의 전략지표 평가에 포함했다. 전사적 인공지능 전환(AX) 체계 확립과 서비스형 은행 제휴, 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출시, 저축은행의 포용금융 중심 자산 재편 등도 평가 대상으로 삼았다.
특히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는 임 회장이 취임 이후 역점을 두고 추진한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전략의 핵심이다. 이사회 결의를 거친 그룹 차원의 사업이지만, 회장이 직접 힘을 실은 과제의 성과가 본인의 성과급을 결정하는 정성평가 항목으로 반영된 셈이다.
신한금융의 정성평가에는 고객 기반 확대와 플랫폼·AI 성과 창출, 글로벌·환경·사회·지배구조(ESG) 사업, 인사 혁신, 내부통제 및 소비자보호 강화 등이 담겼다. 이 가운데 플랫폼 경쟁력 강화는 진옥동 회장이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핵심 과제다.
진 회장은 은행·증권·카드·보험 서비스를 하나로 묶은 '신한 슈퍼SOL'을 그룹의 대표 플랫폼으로 키우는 데 직접 힘을 싣고 있다. 계열사별 서비스를 단순히 연결하는 수준을 넘어 핵심 자회사의 고객 기반을 직접 연결하는 통합 플랫폼 전략을 제시했다.
반면 하나금융과 KB금융의 정성평가 항목은 상대적으로 포괄적으로 제시됐다. 하나금융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통한 밸류업과 계열사 간 협업, 금융의 영토 확장, 내부통제 거버넌스 확립 등을 중점 추진과제로 평가했다.
KB금융도 근원 경쟁력 강화와 핵심 사업 고도화, 신성장동력 확장, 대면·비대면 채널 혁신, 그룹 운영모델 고도화, 고객가치 증대 및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 강화를 평가항목에 담았다.
대부분 금융회사가 통상적인 목표로 내세울 수 있는 내용인 데다 개별 항목이 어떤 방향성을 지칭하는지도 공시만으로는 특정하기 불문명하다는 지적이다. 비교적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한 금융지주들도 각 과제가 실제 성과급 산정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배점을 받고 어떤 근거로 평가됐는지도 드러내지 않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성평가 항목을 공개하고도 최종 보상액이 도출되는 과정을 외부에서 재구성하기도 어렵다"면서 " 결국 같은 재무성과를 내더라도 보상위원회가 각 전략과제의 성과를 어떻게 판단하고 점수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회장의 성과급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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