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비만약 부작용 '근손실' 없앤 기술혁명 가능성
한미약품 설립 이후 사상 최대 규모 계약
[출처: 한미약품]
(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기자 = 비만약 경쟁의 승부처가 '얼마나 빼느냐'에서 '무엇을 빼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한미약품이 24일 미국 제넨텍과 맺은 3조2천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은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거래로 평가됐다.
한미약품이 이날 수출 계약한 'HM17321'은 살은 빼면서 근육은 지켜주는 약이다.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현재 시장을 지배하는 비만약은 모두 인크레틴 계열이다. 인크레틴은 음식을 먹으면 장에서 분비돼 인슐린이 나오도록 돕는 호르몬을 통칭하는 말로, GLP-1과 GIP가 대표적이다.
위고비는 GLP-1이라는 호르몬 경로를, 마운자로는 여기에 GIP를 더한 두 경로를 자극해 식욕을 억제한다. 체중은 확실히 줄지만, 지방만 골라 빠지지는 않는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GLP-1 계열 약으로 빠진 체중 가운데 최대 15~40%가 근육 등 제지방이라는 것이 미국당뇨병학회(ADA)의 설명이다.
이번에 수출한 'HM17321'은 이 대목을 겨냥한 약이다.
인크레틴 경로를 건드리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작용해 지방은 줄이면서 근육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존 비만약과 함께 쓰는 것도 가능하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총계약 금액은 23억500만 달러다. 이 가운데 한미약품이 먼저 받는 계약금이 1억9천만 달러(약 2천629억원)이고, 나머지 21억1천500만 달러(약 2조9천263억원)는 임상개발과 허가, 상업화 단계를 넘길 때마다 나눠 받는 마일스톤이다. 시판 후에는 연간 순매출액에 따라 경상기술료를 따로 받는 형태다.
눈에 띄는 것은 계약금의 규모다. 총액의 8.2%로, 아직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첫 시험 단계인 약으로는 글로벌 기준으로도 유래가 없는 대형 계약이다.
대신 제넨텍은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판권을 독점적으로 갖는다.
제넨텍은 미국 회사다. 1976년 세워진 세계 첫 바이오테크 기업으로, 2009년 3월 스위스 로슈에 인수돼 지금은 로슈그룹 자회사다. 미국 내 로슈 제약 사업의 거점 역할도 한다.
이번 발표에서 제넨텍이 아닌 로슈의 기업사업개발 총괄이 직접 입장을 낸 것도 그룹 차원의 판단이었다는 점을 반영한다.
보리스 L.자이트라 로슈 기업사업개발 총괄은 "한미약품으로부터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 잠재력을 지닌 차세대 후보물질을 도입함에 따라 로슈와 제넨텍은 지방량을 선택적으로 감소시키는 동시에 근육량과 근기능을 개선하는 차별화된 치료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수출 계약 시점은 증권가 예상보다 빨랐다.
신지훈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HM17321의 임상 1상이 끝나는 내년 상반기에 기술이전 기대감이 커질 것으로 봤다. 그 전망이 나온 지 2주 만에 계약이 성사됐다.
하나증권은 이 약 하나의 가치를 4천22억원으로 매겼는데, 계약금만으로 65%에 해당하는 현금을 회수했다.
최인영 한미약품 부사장은 "환자들에게 보다 근본적이고 차별화된 치료 가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혁신 신약 개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관건은 규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지훈 연구원은 "미국 FDA의 승인 요건은 단순한 근육량 보존이 아니라 근기능 보존과 체중감량 이점에 있을 것"이라며 "아직 해당 적응증 승인 사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msbyun@yna.co.kr
변명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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