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환시 참여기관 대부분 서울에…딜링룸 이전 시 비효율 우려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김지연 기자 =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대상으로 국책은행이 거론되면서 서울외환시장이 뒤숭숭하다.
한국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이 이전 후보로 꼽히는 가운데 24시간 거래와 원화 국제화로 시장을 넓히는 시점에 주요 참가자들을 물리적으로 분산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하는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대상으로 산은·기은·수은 등이 거론되고 있다. NH농협은행도 농협중앙회의 지방 이전설에 따른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구체적인 대상과 지역,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본점 이전이 현실화하면 외환(FX) 딜링룸까지 함께 옮겨야 하는지를 두고 우려가 나온다.
산은·기은·수은 노조는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주최 측 추산 약 2천명이 참석한 첫 공동 집회를 열고 지방 이전에 반대했다. 금융노조도 지방 이전 중단 등을 요구하며 다음 달 총파업을 예고했다.
◇ 서울 없는 서울환시 될까…조직 이원화 불가피
외환시장은 참가자와 정보가 모인 곳에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서울에는 중구와 영등포구 여의도를 중심으로 한국은행을 비롯해 시중은행과 외국계은행 서울지점, 증권사, 외국환중개회사 등이 밀집해 있다. 서울외환시장운영협의회(외시협)의 주요 현안을 신속하게 대면 논의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주요 고객사 역시 서울에 몰려 있다.
FX딜링룸이 지방으로 옮겨가면 고객과 시장 참가자들로부터 물리적으로 멀어진다. 반대로 딜링룸만 서울에 남기고 본점의 다른 부서를 이전하면 조직이 강제로 이원화돼 지방 이전의 실효성도 퇴색할 수 있다.
A기관 관계자는 "투자 부서는 하루에도 여러 증권사와 운용사 등을 만나 회의하고 의사결정을 한다"며 "영업 상대가 서울에 몰린 상황에서 금융공기업만 지방으로 이전하면 영업 경쟁력 저하와 상당한 비효율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효율을 감수하면서 이전했을 때 얻는 효과가 과연 더 큰지 의문"이라며 "영업 경쟁력 약화가 수익성 저하로 이어지면 결국 국가적 손실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B기관 관계자는 "외시협 참가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회의 참석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C기관 관계자는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는 금융기관들은 정부 정책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 거래 늘리겠다며 시장조성자는 분산하나
외환시장이 확대되는 시점에 주요 참가자를 흩어놓으면 정책 간 '엇박자'가 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서울외환시장이 24시간 거래 체제로 전환한 지난 7월 6일부터 이달 23일까지 은행 간 시장의 일평균 현물환 거래량은 국내 휴일을 제외하고 194억2천300만달러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 일평균 173억9천만달러보다 11.7% 증가했다.
단순히 거래 시간만 늘린 것이 아니라 역외 원화거래 인프라 구축과 제도 개선, 원화 수요 확충, 원화 유동성 공급 확대 등 다층적인 원화 국제화 과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는 산은은 올해 달러-원 시장 선도은행 7곳 중 하나다. NH농협은행 역시 선도은행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외환당국은 심야 유동성 확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데, 딜링룸 지방 이전은 핵심 거래기관을 심장부에서 떼어놓는 모양새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인력 공백 우려도 겹친다. 24시간 거래와 심야 유동성을 뒷받침하려면 전문인력이 필수인데, 지방 이전까지 겹치면 딜링룸 기피가 심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D기관 외환딜러는 "예전에는 젊은 직원들이 딜링룸에 많이 왔는데 이제는 잘 선호하지 않는 것 같다"며 "저녁 약속을 잡기 어려워 일상생활이 힘들고, 특히 새벽 출근을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E외국계은행 고위 관계자는 "해외를 봐도 주요 은행의 딜링룸이 금융중심지에 있지 않은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 지방 이전 뒤 서울사무소를 다시 만든다면
서울을 떠난 뒤 업무상 필요에 따라 서울사무소를 다시 만든 전례도 있다.
지난 2017년 전북 전주로 이전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서울 소재 기관 및 글로벌 투자사들과의 미팅이 이어지자 2023년 서울에 스마트워크센터를 마련했다.
A기관 관계자는 "소위 '갑'인 국민연금도 서울 출장이 잦아 스마트워크센터를 만들었다"며 "민간 금융회사와 경쟁해야 하는 금융공기업들이 이해관계자를 지방으로 부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서울 출장이 늘거나 별도 서울사무소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며 "그렇다면 비용과 비효율만 늘고 실질적인 지방 이전 효과는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외시협 회칙에는 참가기관의 물리적 위치를 명시한 내용은 없다.
hskim@yna.co.kr
jykim2@yna.co.kr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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