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본 북미사업 출자전환 통한 정리 수순
북미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불가피
[출처: LG생활건강]
(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기자 = LG생활건강[051900]이 에이본의 북미사업을 정리하면서 2천862억원 규모로 대여금을 출자전환하기로 했다.
자본잠식을 털어낸 뒤 회사를 넘기는 구조여서 지분 가치만 놓고 보면 1천400억원 가량이 회수되지 않고 사라지는 구조다.
LG생활건강은 이를 계기로 북미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는데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됐다.
◇ 2천862억 출자전환 뒤 지분 100% 매각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LG생활건강 북미법인 LG H&H USA는 자회사 더에이본컴퍼니(The Avon Company)에 대여한 2억550만달러를 자본금으로 출자전환한다. 원화로는 약 2천862억7천164만원 규모로 LG생활건강 연결 자산총액의 4.2%에 해당한다. 취득 목적은 '자회사 재무구조 개선'이다.
같은 날 LG H&H USA는 더에이본컴퍼니 지분 100%인 6천만100주를 스트랫포드 월드와이드(Stratford Worldwide, LLC)에 양도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처분금액은 600만달러로 한화로 약 84억원이다.
매수인은 에이본 인터내셔널을 운영하는 글로벌 투자회사 리전트(Regent)의 관계사다.
출자전환일과 지분 양도 예정일은 모두 다음 달 1일, 이사회 결의일은 23일로 동일하다.
이들 공시를 통해 LG생활건강은 모회사 채권을 자본으로 바꿔 자회사 재무구조를 정상화한 뒤 그 회사를 매각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LG생활건강에서 18년 이끌면서 최장수 CEO였던 차석용 전 대표이사 부회장이 큰 기대를 품고 인수했던 유산 하나가 사라지게 됐다.
◇ 자본잠식 지우고 넘긴다
더에이본컴퍼니는 지난해 말 기준 부채총계가 3천998억원으로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1천360억원인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지난해 말 재무제표에 이번 출자전환을 단순 적용하면 부채총계는 1천135억원으로 71.6% 줄고 자본총계는 1천502억원으로 돌아선다. 자본잠식이 해소되는 셈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자본총계 1천502억원짜리 회사 지분 전량을 약 84억원이라는 헐값으로 넘긴다. 순자산과 매각대금의 차이는 1천418억원이다.
출자전환으로 채권을 주식으로 바꾼 뒤 그 주식을 순자산의 5.6% 값에 처분하는 구조여서, 대여금 2천862억원 가운데 상당액이 회수되지 않고 소멸하는 결과를 낳는다.
연결 기준으로 보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에이본 현금창출단위에는 브랜드가치 753억2천700만원이 무형자산으로 얹혀 있다. 이를 더한 장부가치 2천255억원과 매각대금의 차이는 2천171억원이다.
다만 올해 발생한 손익과 환율 변동, 해외사업환산차이 처리, 함께 넘어가는 캐나다 법인의 순자산 등에 따라 실제 회계상 손익 규모는 달라진다. 회사는 처분손익 규모를 공시하지 않았다.
매수인은 차입 부담이 대폭 덜어진 회사를 600만달러에 넘겨받게 되는 셈이다.
◇ 8개월 전엔 "손상 없다" 판단…3분기 주목
에이본의 장부가치는 지난해 말까지 유지되고 있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연결 기준 더에이본컴퍼니 현금창출단위에 배부된 비한정무형자산인 브랜드가치는 지난해 말 753억2천700만원이다. 2024년 말 771억6천900만원에서 소폭 줄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에이본 현금창출단위의 사용 가치가 장부금액을 초과한다고 보고 손상차손을 인식하지 않았다.
영업권은 이미 정리된 상태다. 지난해 말과 2024년 말 영업권이 배부된 현금창출단위 목록에 에이본은 없다. 인수 당시 인식한 영업권은 앞서 털어냈고 상표가치만 남아 있었다는 의미다.
지난해 말 회수 가능하다고 본 사업을 8개월 만에 600만달러에 넘기는 셈이어서 3분기 실적에 반영될 처분손익 규모가 관건이 됐다.
◇ 소셜셀링 접고 리테일·디지털로 전환
LG생활건강은 북미 사업을 '리테일·디지털 기반 K-뷰티·웰니스 브랜드'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반기보고서 기준으로 에이본 매출의 72.7%는 판매원을 통한 직접판매에서 나온다
회사는 이번 거래를 두고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 구매 패턴과 유통 환경에 맞춰 사업 우선순위를 재정립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브랜드와 채널에 자원을 집중하기 위한 글로벌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헐값 매각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북미에서 브랜드 중심의 성장 전략에 더욱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리테일 및 디지털 채널을 중심으로 경쟁력 있는 뷰티·웰니스 브랜드에 자원과 역량을 집중해 성장을 가속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실 사업을 이대로 계속 유지하는 것보다는 포트폴리오 개편을 통한 변화를 택했다"고 전했다.
북미 실적은 반등 흐름이다. 상반기 북미 매출은 3천955억8천400만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2천975억4천900만원보다 32.9% 늘었다. 2분기만 보면 북미 매출이 2천58억원으로 47.3% 증가하며 중국 매출 1천760억원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전사 기준으로는 상반기 연결 매출은 3조2천340억원, 영업이익은 2천106억원이다.
오린아 LS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기준 북미 에이본 사업은 순손실을 기록했던 만큼 매출 감소보다는 저수익 사업 정리에 따른 질적 개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msbyun@yna.co.kr
변명섭
msb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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