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현금 바이백에 동원하면 QE처럼 통화량 늘어…연준 정책 침해
9천300억달러 쌓여 있지만…"4천억~5천억달러는 무조건 있어야"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미국 재무부가 장기국채 금리 상승을 막기 위해 바이백 확대를 전격 결정한 뒤로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의 통화정책이 재무부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CNBC 보도로 전해진 보유현금(TGA, 재무부 일반계정) 활용 방안은 재무부가 통화량 확대의 주체가 된다는 점에서 통화정책 침해 여지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TGA는 재무부가 기존에 확보한 자금 중 일부를 연준에 개설된 계좌에 쌓아둔 것이다. 이 자금을 방출해 장기채를 사게 되면 연준이 양적완화(QE)를 가동해 장기채를 사는 것과 사실상 같은 효과가 나게 된다.
'단기채 추가 발행-장기채 매수' 방식은 장기금리를 낮춘다는 측면에선 금융환경을 완화하지만, 통화량 자체가 늘지는 않는다. 하지만 보유현금 동원은 장기금리를 낮추면서 통화량 자체를 증가시키게 된다.
문제는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통화량을 중시하는 입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통화주의(monetarism)의 주창자인 밀턴 프리드먼에 대한 존경을 자주 표현하며 그의 견해를 즐겨 인용해 왔는데, 프리드먼 사상의 핵심이 바로 통화량이 인플레이션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월 발간된 연준의 반기 통화정책 보고서는 워시 의장의 통화량 중시 성향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워시 의장 취임 후 처음으로 발간된 반기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10년 만에 광의통화(M2) 지표가 언급된 것이다.
워시 의장은 당시 상원에 나와 M2 관련 대목에 대해 "누군가가 이 통화정책 보고서를 읽는지 알아보기 위해 우리가 그 안에 숨겨놓은 이스터에그(몰래 숨겨놓은 메시지)였다"고 밝혔다. 그는 "인플레이션의 비밀은 M2만 알면 모든 게 잘 풀린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통화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코로나 팬데믹 당시 당국자들이 통화량에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높은 인플레이션의 출현을 더 잘 포착했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 6월 기준 M2는 전년대비 5.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5월은 5.6%로, 2개월 연속 5% 중반대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전년대비 M2 증가율은 연준이 강력한 긴축을 펼치던 때인 2023년 마이너스(-) 4%대까지 하락한 뒤 반등 흐름을 이어왔다. 5% 중반대의 M2 증가율은 2022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재무부가 보유현금을 바이백에 사용한 뒤 다시 채워 넣는 과정에서도 연준의 통화정책은 교란될 수 있다. 이는 과거 부채한도 이슈로 인해 보유현금이 고갈된 뒤 이를 보충할 때나, 계절적으로 세수가 몰릴 때도 반복됐던 일이다.(지난 4월 17일 송고된 '[글로벌차트] 연준 정책도 흔드는 재무부 곳간…'택스데이' 맞아 급증' 기사 참고)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보유현금은 약 9천332억달러에 이른다. 보유현금은 지난 7월 중순 7천400억달러 정도까지 줄어든 뒤 다시 늘어났다.
금액 자체만 보면 엄청나 보이지만 재무부의 보유현금은 최소 1주일의 현금 수요에 대응한다는 지침 하에 확보된 자금이다. 당장 넉넉해 보인다고 해서 쉽게 사용될 수 있는 성질은 아니다.
재무부의 헌터 맥매스터 정책기획국장은 작년 9월 연설에서 "현재 환경에서 4천억~5천억달러는 재무부가 어느 날이든 현금 잔고 정책을 준수하기 위해 필요한 절대적인 최소한"이라고 밝혔다. 그는 매주 만기가 도래하는 재정증권(T-bill, 만기 1년 이하 국채)만 4천억~5천억달러어치라고 설명했다.
맥매스터 국장은 아울러 "월중과 월말 모두에 이표채(쿠폰채) 만기가 돌아오고, 이것들은 보통 각각 1천억~1천500억달러 사이이지만 2천억달러를 초과할 수도 있다"면서 "이러한 만기일에 이자 지급을 할 준비도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금 수요가 정점일 때는 "주간 현금 수요가 8천억달러를 초과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를 고려하면 현재 보유현금은 그렇게 많다고 하기도 어려울 수 있다.
RBC캐피털마켓츠의 블레이크 그윈 미국 금리 전략헤드는 CNBC 보도에 대해 "이는 보유현금 정책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숙고한 논의라기보다는 매도세를 막기 위한 매우 성급한 시도로 보인다"면서 보유현금을 사용할 가능성은 "매우, 매우 낮다"고 진단했다. 그는 사이버 공격 위험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현금 버퍼가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sjkim@yna.co.kr
김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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