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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소 잔혹사' 금융위…전용 싱크탱크 띄운다

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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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도 있는데 금융위도 만들자"

권대영, 3대 연구원·학계·법조계 소집

금융사 처분 적법성 사전 검토키로…법원서 패소한 사안 복기

매월 정기 모임…금융위 실무진도 참석

금융위원회

[사진: 신민경 기자]

(서울=연합인포맥스) 신민경 기자 = 금융위원회가 법원만 가면 뒤집히는 제재 처분을 개선하기 위해 사실상의 '전용 싱크탱크'를 가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의 외부 자문기구인 금융감독자문위원회에 견줄 전문가 풀(Pool)을 만들어 주요 현안마다 조언받겠단 취지다.

25일 금융당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자본시장연구원·금융연구원·보험연구원과 손잡고 '금융법 연구 포럼'을 가동했다.

지난 18일 첫 비공개 회의를 시작으로 연구계·학계·법조계의 금융법 전문가들을 매달 한자리에 모은다.

첫 회의 때는 금융위에서 권 부위원장을 비롯해 금융정책과장, 자본시장과장, 보험과장 등 주무과장들이 참석했다. 향후 회의에도 논의 주제를 담당하는 국·과장급 내부 실무진이 참여할 계획이다.

연구기관 주도의 연구모임 형태를 띠지만 사실상 금융위에 특화된 자문단이다. 매달 '금융당국 현안'과 '중장기 연구과제'로 나눠 총 두 개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위에도 금감원과 같은 싱크탱크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권 부위원장이 포럼 출범 때부터 관심을 갖고 적극 힘을 실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특히 당면한 현안들에서 전문가의 머리를 빌리려는 계획이다.

금융위가 고민 중인 법안이나 정책을 포럼 안건으로 올리면 금융위 담당 실무진과 외부 전문가들이 함께 검토하는 식이다. 구체적으로는 큰 틀의 제도 개편은 월례 포럼에서 논의하고, 개별 쟁점은 관련 전문가를 금융위 회의에 따로 불러 의견을 구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금융위가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추진하고 있는 '증시 긴급조치권'이 대표적인 예다. 당국은 수익자총회 없이도 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레버리지 배율을 한시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드는 중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증시 변동성을 크게 확대할 수 있단 우려가 계기가 됐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라지만, 이미 약정된 ETF의 수익구조를 금융위가 강제로 바꾸면 기존 투자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운용사와 투자자가 합의한 운용방식을 사후에 변경한단 점에서 계약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처럼 사후에 법적 논란이 예상되는 현안을 미리 논의해 법적 정당성과 타당성을 검증할 수 있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사진: 신민경 기자]

다만 금융위의 더 큰 고민은 법원에서 속속 뒤집히는 제재 처분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금융당국 제재에 불복한 금융회사(임원)로부터 제기된 행정소송 접수 건수는 2022년 23건에서 2025년 45건으로 매년 큰 폭 증가세다. 제재 취소에 따른 과징금 환급액은 2022년 1억800만원에서 지난해 7억8천900만원으로 늘었다. 올 들어선 1~5월에만 환급액이 35억6천300만원으로 폭증했다.

패소 원인을 되짚는 일은 금융위로서도 뼈아프지만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금융위 판단이 왜 법원에서는 받아들여지지 못했는지, 금융사 처분 시 재량권을 일탈·남용하거나 절차상 문제가 없었는지 전문가들과 복기해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단 것이다.

실제로 권 부위원장은 첫 회의에서 "금융규제는 법 제도로 귀결되는 만큼 입법 단계에서부터 법제 전문가가 참여해야 한다"며 "감독당국의 처분이 법원에서 번복된 경우에는 그 원인을 분석하는 사후 검토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의 인력적 한계도 외부 전문가들에게 현안을 맡기는 이유다.

금융위에는 주요 제재안 검토·심의를 지원하는 비공식 조직 '심의지원팀'이 있지만 법률 검토를 맡는 변호사는 사실상 세 명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부서 실무진들은 현안이 있을 때마다 알고 지내던 교수나 변호사에게 개별적으로 자문해왔다.

반면 금감원에는 92명(올해 기준)이 참여하는 외부 전문가 자문기구 '금융감독자문위원회'가 있다. 이에 금융위 안팎에서 "금감원 대비 자문 기반이 빈약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보험을 예로 들면 금융위의 보험과는 과장 한 명과 사무관 네 명 정도인데 금감원에선 보험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은 100명이 넘는다"며 "권 부위원장이 전문가들에게 '합헌적 제도와 합법적 처분'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금융위 소수 인력만으로는 정책들과 제재안을 검증하기 벅차다 보니 이번에 풀을 꾸린 것으로 보인다"며 "민감한 사안이 아니더라도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채널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mkshin@yna.co.kr

신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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