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충식 KAIST 총장 "삼성 인력 보충 정책에 따른 것"
재적학생 2024년 145명·2025년 182명…당초 양성 목표 밑돌아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삼성전자가 반도체 업황 호조에도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공동 운영하는 반도체시스템공학과의 신입생 모집 규모를 대폭 줄이기로 했다.
25일 KAIST 등에 따르면 반도체시스템공학과의 2027학년도 모집 인원은 40명으로, 2026학년도 100명보다 60% 감소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SK하이닉스 협약 반도체 계약학과의 2027학년도 전체 모집 인원도 전년보다 60명 줄었다. KAIST를 제외한 다른 대학의 모집 규모는 전년과 같다.
KAIST와 삼성전자는 2021년 11월 학과 설치 협약을 맺고 2023학년도부터 2027학년도까지 매년 100명 안팎씩 총 500명 규모의 반도체 인재를 양성하기로 했다. 기존 계약은 2027학년도까지이며 양측은 학과 운영 연장을 위한 재계약을 협의하고 있다.
모집 인원 감축은 삼성전자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배충식 KAIST 총장은 지난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원이 줄어든 것은 회사가 요구한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정책, 그러니까 인력 보충 정책에 의한 것이라서 저희가 주도권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배 총장은 "산업 동향 차원에서 봐줘야 할 것 같다"며 "KAIST는 학사 조직이 만들어졌으면 최대한 지속해서 가게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유지되도록) 노력할 것이고, 삼성전자와 상호작용하면서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모집 규모 축소를 논의하던 당시 관련 사업부는 적자를 내고 있었다. 최근 반도체 업황은 호황이지만 의사결정 당시에는 실적이 부진해 중장기 채용 규모를 보수적으로 조정했다.
기존 입학전형에서 당초 계획한 만큼 학생을 확보하지 못한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KAIST 반도체시스템공학과 재적학생은 2024년 145명에서 2025년 182명으로 37명 늘어났다. 2023학년도부터 매년 100명 안팎을 선발해 2027학년도까지 총 500명을 양성하겠다는 당초 목표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입시 지원자가 부족했던 것은 아니다. 2024학년도 수시 경쟁률은 2.94대 1이었다. 다만 2025학년도까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지원자도 창의도전·학교장추천 등 기존 전형에서 무학과 지원자들과 함께 평가되면서 학과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충분히 선발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합격자 일부가 의대나 다른 상위권 대학을 선택해 최종 등록으로 이어지지 않은 점도 재학생 수가 목표에 미치지 못한 원인으로 전해졌다.
이에 KAIST는 2026학년도부터 반도체시스템인재Ⅰ·Ⅱ 전형을 별도로 신설해 각각 30명과 70명 안팎을 모집했다. 두 전형에는 총 420명이 지원해 4.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027학년도에는 이를 하나의 반도체시스템인재전형으로 통합하고 모집 규모를 40명으로 줄인다.
학과 입학이 삼성전자 채용을 곧바로 확정하는 구조도 아니다. 학생들은 2학년 2학기부터 삼성 대여장학생 선발에 응시하고 일정한 학업 요건 등을 충족해야 삼성전자 입사로 연결된다.
AI와 자동화에 따른 인력 수요 변화도 배경으로 거론됐다. 배 총장은 AI 자율랩 등 AI·자동화가 산업 현장에 적용되면서 기업이 대규모 채용보다 효율적인 인력 운용을 추구하는 흐름을 언급했다.
반도체가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라는 점도 변수다.
현재는 AI 수요로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2027학년도 신입생이 졸업할 2031년 전후의 업황과 채용 수요는 장담하기 어렵다. 계약학과는 장학금과 취업 연계라는 장점이 있지만 학생의 진로가 특정 기업의 실적과 장기 인력 계획에 좌우될 수 있다는 위험도 함께 안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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