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속회사 146→125개…사업·투자 의사결정도 분리
SOTP 대비 50% 할인…증권가 "분할만으론 한계"
[※편집자주 = 카카오가 카카오AI와 카카오X로 인적분할을 추진합니다. 복잡한 사업구조를 단순화하고 자본배분과 의사결정 효율을 높여 '복합기업 할인'을 해소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연합인포맥스는 3회에 걸쳐 분할 배경과 기업가치 제고 가능성, 카카오X의 경쟁력, 카카오AI의 적정 가치와 수익화 과제를 짚어봅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카카오[035720]가 회사를 둘로 쪼개는 승부수를 던졌다. 인공지능(AI) 사업을 키우려면 복잡해진 그룹의 의사결정 구조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올해 들어 종속회사를 20개 넘게 줄였지만, 이사회 주요 안건의 80% 이상이 자회사 관리에 쏠리는 등 단순한 계열사 정리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시장에서는 사업과 투자를 분리한다고 지난 수년간 카카오를 짓누른 '복합기업 할인'이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반응도 나왔다.
오히려 분할 이후 카카오X에는 투자·지주회사 할인이, 카카오AI에는 AI 수익화에 대한 검증 부담이 각각 뒤따르면서 '하나의 할인'이 '두 개의 할인'으로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이사회 안건 85%가 '자회사'
카카오가 최근 공개한 지배구조 개편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이사회가 다룬 비경상 안건 27건 중 자회사 지원 및 구조개편 관련 안건은 23건으로 85%를 차지했다.
카카오 자체 본업 관련 안건은 4건, 15%에 그쳤다.
지난해 투자심의기구에서도 전체 32건 중 자회사 관련 안건이 27건으로 84%에 달했다. 콘텐츠가 13건, 테크핀 8건, 모빌리티 4건, 기타 자회사 2건이었다.
카카오는 자회사 지원 중심의 자본 집행과 의사결정이 본체의 역량 집중을 떨어뜨리고 투자 축소로 이어져 자본배분의 기회비용을 키웠다고 평가했다.
김도영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 겸 CA협의체 그룹투자전략실장도 지난 21일 기자설명회에서 분할 전 카카오가 카카오톡 기반 광고·커머스 사업과 자회사 관리라는 서로 다른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분할 이후에는 양사의 사업 목적이 달라지는 만큼 독립 경영에 나서고 기존 CA협의체와 같은 그룹 공동 조직도 두지 않을 예정이다.
카카오는 이미 계열사 정리에 속도를 내왔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연결 대상 종속회사는 지난해 말 146개에서 올해 6월 말 125개로 21개 순감했다. 상반기 중 3개가 새로 들어왔지만, 카카오게임즈와 관련 회사 등을 포함해 24개가 연결 대상에서 빠졌다.
대신증권은 이번 분할의 효과를 자본배분의 분리에서 찾았다. 자회사 지원으로 분산되던 카카오톡의 현금을 성장 투자나 주주환원에 활용할 수 있게 되고, 금융·콘텐츠·모빌리티 등 서로 규제와 성장성이 다른 사업을 별도 자본배분 체계로 분리해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출처:카카오]
◇ "지금 아니면 B2C AI 선점 놓친다"
이번 분할을 서두른 배경에는 AI 시장 선점에 대한 위기감도 깔려 있다.
김 대표는 "지금 시점을 놓치면 안 된다는 절실함이 있었다"며 이때 속도를 내지 못하면 B2C AI 서비스의 선도 주자가 될 중요한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밝혔다.
분할 이후 존속법인 카카오X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카카오픽코마, 카카오모빌리티 등을 거느리는 미래가치 투자회사로 재편된다.
신설법인 카카오AI에는 카카오톡과 맵, 광고, 커머스, AI 등이 배치된다.
LS증권은 이러한 방향 자체에는 의미를 뒀다. 최근 5년간 이사회 비경상 안건의 85%가 자회사 지원 등에 집중됐던 만큼 분할 이후 각 회사가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해 성장이나 주주환원을 보여줄 경우 가치 재평가가 가능하다.
[출처: 카카오]
◇ 17.4조 할인 없어질까…증권가도 엇갈려
기업가치 저평가도 분할의 주요 명분이다.
카카오는 국내외 증권사의 사업별 평가를 합산한 올해 8월 기준 잠재 기업가치를 34조2천억원으로 추산했다. 지난 14일 기준 3개월 평균 시가총액은 16조8천억원에 그쳤다.
회사 계산으로는 17조4천억원의 가치가 시장에서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SOTP(사업부별 가치) 대비 할인율이 50%를 웃돈다.
하지만 증권가의 판단은 엇갈린다.
LS증권은 최근 카카오의 멀티플 하락의 주된 원인이 복잡한 지배구조 자체보다 AI 서비스의 고도화와 수익화 지연에 있었다며 인적분할이 즉각 할인율을 낮추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두 종목으로 나뉜 뒤 투자자의 선호에 따라 한쪽에 매도 압력이 몰릴 가능성도 거론했다.
삼성증권은 한발 더 보수적으로 봤다. 인적분할을 통해 복합기업 할인을 일부 해소하고 AI 사업의 재평가 가능성이 커지는 효과는 인정했지만, 카카오X에는 투자 지주회사 할인, 카카오AI에는 글로벌 AI·플랫폼 기업의 낮아진 멀티플과 계열사 시너지 약화라는 새로운 할인요인이 나타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낮추고 목표주가도 4만원으로 하향했다.
반면 신영증권은 상당수 우려가 분할 때문에 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미 카카오가 안고 있던 문제라고 진단했다.
AI 수익화와 카카오톡 내 AI 에이전트 구현은 분할 여부와 관계없이 풀어야 했던 과제이고 지주회사 할인 역시 현재 카카오에 사실상 적용돼 있다. 오히려 카카오AI가 계열사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외부 서비스까지 연결하는 '오케스트레이션 플랫폼'으로 진화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결국 인적분할은 카카오 디스카운트를 없애는 결과라기보다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출발점에 가깝다.
카카오AI는 자회사 관리에서 벗어난 뒤 성장성을 숫자로 입증해야 하고, 카카오X는 투자자산의 가치가 실제 주주가치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17조원의 할인액을 줄이는 것은 분할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의 실행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증권가의 평가다.
ysyoon@yna.co.kr
윤영숙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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