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TV 캡처]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한국수출입은행이 6억2천500만 뉴질랜드달러(NZD)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2017년 이후 9년여만에 등장한 한국물(Korean Paper) 카우리본드로, 오랜만의 복귀전이었으나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하면서 독보적 입지를 드러냈다.
뉴질랜드 채권시장의 경우 투자자들의 성향이 보수적인 곳으로 손꼽히지만 수은의 위상은 남달랐다.
수은은 글로벌 위상과 적극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조달처 다변화는 물론 비용 절감 효과 또한 톡톡히 누렸다.
◇뉴질랜드까지 잡았다…영토 확장 속 조달 진기록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수은은 전일 6억2천500만뉴질랜드달러(약 3억7천200만달러) 규모의 카우리본드 발행을 위한 프라이싱(pricing)을 마쳤다.
카우리본드는 뉴질랜드 자본시장에서 외국 기관이 뉴질랜드달러(NZD)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지난 2017년 수은의 조달 이후 한국물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으나 이번 발행으로 9년여만에 다시 등장했다.
트랜치(tranche)는 5년 고정금리부채권(FXD)이다.
가산금리(스프레드)는 BKBM 미드스와프(MS)에 44bp를 더했다.
최초제시금리(IPG, 이니셜 가이던스)는 43~45bp 수준이었다.
수은은 당초 5억뉴질랜드달러 규모의 조달을 목표로 삼았으나 지난 24일 진행한 북빌딩(수요예측)에서 넉넉한 수요를 확보해 물량을 늘렸다.
이에 한국물 카우리본드로는 역대 최대 규모 발행 기록을 다시 썼다.
카우리본드는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 등으로 초우량 발행사들이 문을 두드리는 곳으로 꼽힌다.
수은의 이번 조달은 카우리본드 시장에서도 2022년 이후 첫 'AA' 등급 발행물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수은은 무디스와 S&P로부터 각각 'Aa2', 'AA' 등급을 받고 있다.
시장 규모와 투자자 특성상 쉽지 않은 도전이었으나 수은은 현지 투자자를 집중 겨냥해 해당 시장 기준으로도 역대 최대 기관의 참여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번 조달에는 24곳의 기관이 주문을 넣으면서 경쟁률을 높였다는 후문이다.
'AAA' 등급을 보유한 월드뱅크조차 최대 참여 기관이 22곳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성과다.
수은은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현지 투자자를 사로잡았다. 지난달 뉴질랜드에서 다수의 기관 투자자를 직접 만나 투자 매력을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역외 카우리본드 투자자 또한 동시에 겨냥했다.
역외 기관 참여 유도는 현지 기관에도 뉴질랜드 금융시장 발전으로 연결되면서 수은의 인기를 끌어올리게 하는 비결이 됐다.
실제로 수은은 이번 조달에서 역외 기관의 참여 비중을 30%까지 높였다.
카우리본드는 현지 투자자 비중이 높은 시장이지만 수은이 역대 최대 비중의 역외 참여율을 만들어낸 것이다.
오랜만의 복귀전으로 뉴질랜드로 투자처를 다시 확대한 것은 물론, 역외 기관 유입까지 이끌면서 카우리본드 시장 성장 또한 뒷받침한 셈이다.
◇'한국물 맏형' 시장 개척 꾸준…금리 절감까지
수은의 카우리본드 복귀전은 오랜 기간 쌓아온 시장 관찰력이 부각된 결과였다.
수은은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뉴질랜드 정부의 국채 발행이 축소된 점을 주목했다.
수년간 지속된 국채 공급 확대로 우량 기관의 카우리본드 발행이 위축됐으나 이 부분이 완화된 틈을 포착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4월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을 시작으로 아시아개발은행(ADB), 캐나다수출개발공사(EDC) 등이 속속 카우리본드 발행에 나섰다.
수은이 정부·국제기구·기관(SSA) 기관으로 위상을 달리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카우리본드 시장을 찾은 대부분의 발행사는 SSA 기관이었다.
수은 역시 그동안 SSA 발행사로서의 입지를 다져갔던 터라 복귀전에 더욱 힘이 실렸다.
마케팅 효과 또한 상당했다.
로드쇼 당시 수은에 관심을 보였던 기관들이 대부분 참여하면서 주문량을 끌어올렸다는 후문이다.
이는 금리 절감으로 이어졌다.
스프레드를 밴드 상단 대비 낮추면서 달러채와 비교해도 경쟁력 있는 금리를 달성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채권의 발행금리를 달러화로 환산할 경우 기존 유통물 대비 1~2bp 높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최근 국내 기업들이 달러채 시장에서 유통물 대비 5~10bp의 프리미엄을 감수하고 발행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용 절감 효과가 상당한 셈이다.
수은은 이번 시도로 조달 안정성도 한층 높였다.
수은은 지난 6월 업데이트한 2026년 자금 조달 계획에서 올해 조달 목표를 기존 140억달러에서 170억달러로 21% 늘리는 등 발행 수요가 늘고 있다.
이에 더해 다수의 국내 발행사가 외화채 조달 규모를 늘리면서 달러채 시장에서의 투자자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으나 수은은 틈새시장을 공략해 한국물 전반의 부담까지 낮춘 모습이다.
이번 딜은 ANZ와 BNZ가 주관했다.
phl@yna.co.kr
피혜림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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