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두 달 새 180원 넘게 급락…네고·숏베팅에 연저점
대기업은 분할 헤지…일부는 과거 고점 기대에 매도 미뤄
2026.8.23 ondol@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환율이 1,300원대로 급히 내려오자, 이전 원화 약세장에서 수익을 냈던 기억에 1,500원대로 다시 오를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기업도 있네요."
최근 은행권 관계자가 전한 한 수출기업 얘기다.
26일 연합인포맥스 일별 거래 종합(화면번호 2150)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이달 들어 1,370원대 중반까지 급락하며 연저점을 재차 경신했다. 지난달 1일 고점(1,559.20원)과 이달 24일 저점(1,376.50원)을 비교하면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180원 넘게 밀렸다.
A은행 관계자는 "한 기업은 1,510원대에서 일부 물량을 팔고, 지난 6월 환율이 1,560원까지 오르자 너무 일찍 팔았다며 아쉬워했다"며 "정작 1,560원대에서는 추가 네고 물량을 내놓지 않았고, 지금은 1,500원대로 반등하면 팔겠다며 버티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출업체들의 네고 물량이 장마처럼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일부 기업은 과거 고점에 눈높이를 둔 채 '환율 상승 기우제'를 지내고 있다"고 귀띔했다.
반면 환율이 더 떨어지기 전에 달러를 매도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B은행 관계자는 "환율이 예상보다 급히 낮아지면서 수출업체들이 추가 하락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말을 맞은 수출업체 네고 물량에 역외 롱스탑, 숏플레이까지 가세하면서 달러 매도 물량이 수입업체 저가 매수·커스터디 달러 매수세를 압도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환율 급락에 대응하는 방식은 기업마다 다르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은 예상 현금흐름과 외화 수급을 바탕으로 헤지 비율을 미리 정하고 시점과 물량을 나눠 거래한다. 환율 전망이 한쪽으로 기울더라도 환노출을 전부 열어두지 않고 일정 비율을 기계적으로 헤지한다.
반면 일부 중견·중소기업은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경영진의 전망에 따라 네고 시점을 결정한다. 원화 약세 국면에서 달러를 보유해 환차익을 얻은 경험이 있는 기업일수록 같은 전략을 이어가기도 한다.
환헤지를 잘하는 기업은 자체적으로 비율을 정해 기계적으로 거래하고, 방향을 판단하더라도 포지션을 100% 열어두지 않는다. 그러나 과거 오픈 포지션으로 이익을 본 기업은 같은 전략을 반복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은행권에서는 환헤지의 목적이 미래의 환율을 정확히 맞추는 것이 아니라, 예상과 반대로 움직였을 때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있다고 조언한다.
A은행 관계자는 "100%의 이익을 얻으려고 모든 포지션을 열어두기보다 기업의 현금흐름과 위험 감수 수준에 맞춰 일정 비율을 헤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100% 환오픈 전략은 매우 위험하다"고 제언했다.
향후 환율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크다. 달러 공급 우위가 이어지면 연내 1,300원대 초중반까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반면, 최근 하락 속도가 가팔랐던 만큼 저가 매수와 해외주식 투자 관련 달러 수요가 유입되면 1,400원대로 되돌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환율이 한 달여 만에 100원 이상 급락하면서 달러 실탄을 확보해야 하는 수입업체는 결제 물량을 조기에 매수할 유인이 커졌다"며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에 따른 커스터디 매수세도 하단을 지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이달 발표한 '2026년 7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 31조6천640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는 7개월 연속 이어졌다.
환율이 어느 방향으로든 크게 움직일 수 있는 만큼 특정 수준에 전체 물량의 매도 시점을 맞추기보다 분할 헤지로 위험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jykim2@yna.co.kr
김지연
j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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