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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팀 쿡-②] 메모리의 난에 무력해진 현금부자…터너스 첫 시험대

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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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애플의 신임 수장인 존 터너스 최고경영책임자(CEO)의 첫 과제로는 공급망 강화, 그중에서도 메모리 반도체 확보가 꼽힌다.

애플은 올해 6월 기준 1천470억 달러, 한화로 약 200조원이라는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붐인 현재 상황에서는 웃돈을 주고도 메모리 물량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미국과 중국의 첨단 기술 경쟁이 극으로 치닫는 가운데, 중국산 반도체까지 확보가 어려워질 경우 가격 상승은 물론 후속 제품 출시도 지연될 수 있다.

[출처: 연합뉴스 사진 제공]

◇ AI로 불붙은 메모리 확보 경쟁…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다

26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DDR4 8기가비트 칩은 지난 7일 기준 42.45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D램 가격은 지난 2분기에만 전 분기 대비 80% 이상 오르며 상승세를 유지 중이다.

메모리 가격 급등에 애플 입장에서도 물량 확보가 녹록지 않다. 이미 팀 쿡 CEO도 이와 관련한 우려를 누누이 표명한 바 있다.

쿡 CEO는 지난 6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메모리 비용 상승과 관련해 이례적인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그는 비용 상승을 자체적으로 흡수하기에는 "지속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메모리가 아이폰 부품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까지 약 10%였지만 내년에는 최대 45%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이 스마트폰 원가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는 셈이다.

애플은 이미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하며 비용 상승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애플은 맥 가격을 15~20%, 아이패드 가격을 15~25% 올렸다. 애플TV와 홈팟, 비전프로 등까지 포함하면 가격 인상 대상은 총 14개 제품군에 달한다.

아이폰은 이번 가격 인상에서 제외됐지만 유예 기간이 길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렌드포스는 아이폰18 프로의 제조원가가 256GB 기준으로 전작 동급 모델보다 약 38% 높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메모리가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년 전 약 10%에서 이번 분기 약 34%로 높아진 영향이다.

문제는 가격뿐만 아니라 물량 자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사가 생산할 2027년치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 물량은 이미 전량 배정이 끝났다.

지난 5일에는 애플이 넉 달 넘게 추진해온 중국 창신메모리(CXMT)와의 네 번째 공급사 계약 협상도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CXMT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같거나 더 높은 가격을 제시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터너스가 취임과 동시에 손에 쥔 선택지는 이미 하나 줄어든 셈이다.

[출처: 연합뉴스 사진 제공]

◇ 대체재가 없다…美·中 분쟁에 지속되는 압박

보다 근본적으로는 애플이 사실상 중국산 메모리를 아예 쓸 수 없다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

미국 상원 의원 일부는 지난 7월 쿡 CEO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 군과 연계된 것으로 지정된 CXMT와 양쯔메모리(YMTC)의 메모리 칩을 전 세계 어느 애플 제품에도 사용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요구했다.

서한에는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와 짐 뱅크스 공화당 의원 등 초당파 의원 7명이 이름을 올렸다.

당초 답변 마감 기한은 지난 21일이었으나, 애플 측은 여전히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지난 14일 애플의 CXMT와 YMTC 제품 구매에 대해 행정부가 "찬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방부의 연방기관 직접 조달 금지 조항은 이미 지난 6월 30일부터 발효된 상태다. 다음 달로 예상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도 변수다. 반도체 수출 통제가 의제에 오를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애플로선 회담 결과를 지켜본 뒤 입장을 정리하려 할 유인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의 나빌라 포팔 데이터 및 분석팀 수석 디렉터는 "공급망 실행력이 애플 차기 CEO의 초기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터너스 임기 동안의 성공 여부는 중국 내 정치적·상업적 반발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애플의 '차이나 플러스 원(China-plus-one)' 전략을 진전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애플이 결코 뒤로 물러설 수 없는 시장에서 모멘텀과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고 평했다.

◇ 메모리 비용 만만찮다…"아이폰 한 대당 100달러 이상 증가"

애플 역시 공식적으로 메모리 수급의 어려움과 생산 비용 상승으로 실적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인정했다.

케반 파레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3분기 실적발표에서 매출총이익률 하락분의 100% 이상이 메모리 원가 상승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정 매출총이익률은 3월 49.3%에서 6월 48.1%로 떨어졌고, 9월에는 46.5%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파레크 CFO는 "3월과 6월 총이익률 조정치의 대부분은 메모리 비용 영향 때문이다"라며 "6월에서 9월로 넘어갈 때도 같은 이유로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4분기 매출 가이던스는 9~11%로 시장 전망치인 12.1%를 밑돌았다.

월가에서는 이러한 우려를 반영해 애플의 목표 주가를 수정하는 모습이다.

JP모건은 목표주가를 345달러에서 340달러로, 모건스탠리는 364달러에서 360달러로 낮췄다. GF증권은 매수에서 보유로 강등했다.

JP모건의 사믹 채터지 애널리스트는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지난해보다 100달러 이상의 역풍이 불 수 있으며, 다른 부품 비용을 줄이고 수직계열화 등을 이를 상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lkim@yna.co.kr

김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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