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기획예산처가 지난주 재정전략회의를 통해 미래대응기금의 세부 운용계획을 공개한 이후 채권시장에서 내년도 국고채 발행량 축소에 대한 기대치가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정부가 초과 세수를 국채 상환보다는 미래대응기금 적립에 우선 배정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면서 시장 참가자들은 앞서 제시했던 발행 축소 전망을 잇달아 상향 조정하는 모습이다.
정부에서도 비슷한 시그널을 보냈다.
지난 24일 열린 국고채 전문 딜러(PD) 간담회에서 정부 관계자는 미래대응기금 등 새로운 변수가 생긴 만큼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한 국채 순발행량 축소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다소 낮추는 게 좋겠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발행량이 올해보다는 줄어들 것이라는 전제는 유지했다.
예산처는 미래대응기금의 재원으로 '초과세수'(재추계된 세입 전망과 당초 예산의 차이)와 함께 2027년부터는 '추가 세수'도 편입하기로 했다.
추가 세수는 최근 10년간 내국세의 연평균 증가율을 적용해 산출한 추세치를 차년도 내국세 세입예산이 웃도는 부분이다.
아울러 내국세의 20.79%가 기계적으로 배정되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최근 3개년 경상 성장률과 학령 인구 변화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지방교부세는 현행 19.24% 연동률은 유지하되, 미래대응기금 적립액을 내국세에서 먼저 제외한 뒤 남은 금액을 산정 모수로 삼기로 했다.
초과 세수 대부분이 기금으로 먼저 흡수되는 구조가 쌓인 셈이다.
26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씨티의 김진욱 이코노미스트는 국고채 총발행량 전망치를 올해와 내년 각각 221조원과 211조원으로 제시했다. 기존 전망치 216조원과 198조원 대비 각각 5조원, 13조원 상향된 수치다.
2027년 예산안 총지출이 820조원 안팎으로 전년대비 12%대 늘어날 것으로 알려진 점, 그중 미래대응기금에서 약 40조원 규모 지출이 반영될 것이라는 점을 반영한 결과다. 211조원은 만기도래분 110조원과 순증분 101조원을 더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바클레이즈는 당초 세수 증가로 올해 계획대비 5조원의 발행 축소가 가능해져 218조2천억원 발행을 예상했으며 내년에는 이보다 큰 폭 감소한 185조6천억원을 전망치로 제시했다.
그러나 미래대응기금 세부 계획이 나옴에 따라 AI 초과세수가 일반회계가 아닌 미래대응기금으로 직접 적립되면서 일반 회계 적자를 메우기 위한 국고채 총발행량이 내년에 221조5천억원까지 대폭 늘어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헤드라인 수치 자체만으로 채권 시장에 수급 충격을 줄 수 있지만, 실질적인 영향은 확충된 미래대응기금 자금의 운용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미래대응기금을 공공자금관리기금에 직접 융자하거나 기존 국고채 상환에 쓰면 신규 발행 부담 자체를 줄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또 미래대응기금으로 단기채와 머니마켓펀드(MMF)를 매수해 단기물 공급을 흡수하면 정부는 장기채 발행을 줄이고 단기채 발행을 늘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결과적으로 발행 물량의 평균 듀레이션이 줄어들면서 시장에 가해지는 수급 스트레스가 대폭 완화할 수 있다고 바클레이즈는 예상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 역시 박홍근 예산처 장관이 미래대응기금을 전통자산에 투자해 3%대 후반으로 운용한다고 언급했다면서 "만기 1~3년짜리 단기국채 금리에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올해 2차 추경 없이 남는 초과 세수가 미래대응기금으로 적립되고 내년 총지출이 800조원 안팎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산술적으로 190조원대 후반에서 200조원 내외까지 발행 규모가 내려갈 수 있다고 추산했다.
다만 그는 이를 "가정이 많이 들어간 최대치이자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고 선을 그으면서 올해 발행 축소분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경우 최종적으로는 210조원 안팎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열어뒀다.
최지욱 스테이트스트리트마켓츠 연구원은 내년 국고채 총발행량은 210~215조원 내외가 될 것이라면서 올해 226조원에 비하면 감소폭이 매우 적은 수준에 그칠 것으로 봤다.
최 연구원은 내년 재정지출을 820~830조원 수준으로 가정했다면서 AI 호황으로 인한 견조한 세수에도 정부가 대규모 재정지출을 위해 국고채 순발행은 소폭 줄일 것으로 전망했다.
smjeong@yna.co.kr
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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