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국채의 안전성과 유동성 등에 붙는 프리미엄과 관련해 최근 채권시장과 미국 정책 당국의 시각차가 어느 때보다 커진 것으로 진단됐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 국채가 가진 특성들로 프리미엄을 지불할 의향이 있었지만, 최근 이런 프리미엄은 약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스탠포드대에 따르면 하노 루스틱 경제학 교수는 최근 '미국의 위험한 부채: 정책 당국은 보지 못하고 시장은 알고 있는 것'이란 논문을 통해 채권시장과 정책 당국이 서로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구도가 재정 당국이 부채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할 때 의존하는 시장 신호를 억압하게 하는 위험을 초래한다는 게 루스틱 교수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미국의 통화 및 재정, 규제 당국은 정부의 채무가 향후 세수로 확실히 상환될 것이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것이란 전제하에 미국 국채는 안전자산이라는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관점은 금융기관 규제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데, 미국 은행들은 상당한 금리 위험에 노출된 장기 채권이라도 보유 중인 미국 국채에 대해서는 추가 자본을 적립할 필요가 없다.
반대로 채권시장은 미국 국채의 안전성에 더 많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이를 위험 자산으로 재평가하고 있다고 루스틱 교수는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 국채의 안전 자산 위상이 약화하는 세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우선, 미국 국채는 AAA 등급의 미국 회사채나 타국 국채 등 유사한 대체 자산에 비해 더는 추가적인 프리미엄이 붙지 않고 있다.
둘째, 역사적으로 음(-)의 상관 관계를 보였던 미국 주식과 채권의 관계가 양(+)으로 전환됐으며, 위기 상황이 발생해도 투자자는 더 이상 미국 국채로 피신하지 않는다고 루스틱 교수는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관리자들이 달러 표시 자산에서 벗어나 자산 다변화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국채가 안전 자산이 아닌 위험 자산에 가까워진다는 평가는 미국 국채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도 관계가 있다. 미국 국채의 잔존 만기 구조는 짧아지고 있고, 규제 중심의 정책으로 그동안 충격 완화 역할을 하던 프라이머리 딜러(PD) 기관들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 또한, 가격 변화에 민감한 헤지펀드의 시장 비중이 커졌다.
루스틱 교수는 "이런 구조적 취약성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채를 여전히 안전 자산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당국자들은 재정적 요인으로 나타나는 국채 매도세를 단순한 채권시장의 유동성 문제로 계속 오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 부채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결국 미국 정부는 금융 억압(인위적인 금리 상승 억제)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의회에 재정 규율을 요구하는 시장의 가격 신호를 억제해 지속적인 부채 누적을 가능하게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미국 재무부의 장기 국채 매입(바이백) 확대 계획 발표 직전에 나온 이번 논문은 일련의 상황들로 인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루스틱 교수는 미국 국채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 회복을 위해 네 가지를 제안했다.
그는 "우선, 당국은 미국 국채 시장의 기능 장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한 사전적 기준을 공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연준은 엄격하게 정의된 단기 자금 시장의 유동성 기능을 제외하고는 국채 시장에 개입하지 않기로 약속하는 연준과 재무부 간의 신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루스틱 교수는 "통화 당국은 스트레스 테스트나 경제 예측 모델에서 미국 국채를 무조건 안전한 자산으로 간주하는 조치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규제 당국은 중앙은행의 구제금융 없이도 금융 시스템의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이를 위해 국채 시장 구조를 개혁해 특정한 단일 주체가 일으키는 위험을 줄이고 국채 시장 내 중개 역할을 하는 대형 은행들의 재무제표 규제를 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료 : 하노 루스틱
ywkwon@yna.co.kr
권용욱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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