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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비의 VAR] '설명'이 빠진 한국거래소의 'B등급' 성적표

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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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거래소(KRX)가 금융위원회 경영평가로 뒤숭숭하다. 2024년 S등급에서 1년 만에 B등급으로 2개 등급이나 강등되면서 침체된 내부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난해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거둬 우수한 성적표를 기대했던 터라 B등급은 더욱 아쉽다. 경영평가는 임직원의 성과금과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 내부 불만이 커지는 상황이다.

실적만 놓고 보면 지난해는 한국거래소에 최고의 해였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크게 늘어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달성했다. 시장 거래대금이 폭발해 수익이 확대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숫자만 놓고 보면 '경영을 못 한 회사'라는 평가와는 거리가 있다.

증권업계에서 가장 많이 거론하는 B등급의 배경은 '전산사고'다. 지난해 3월 18일 한국거래소에서는 체결시스템 장애가 발생해 약 7분간 유가증권시장 주식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사고가 발생했다.

거래소의 본업이 자본시장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전산장애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일반 기업의 전산장애와 거래소의 매매시스템 장애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시장 운영 안정성과 투자자 보호라는 측면에서 평가위원들이 엄격하게 들여다보는 게 당연하다. 거래소 내부에서도 전산사고가 감점 요인이 됐다는 점은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금융위의 경영평가는 단순히 최종 등급만 정하는 방식이 아니다.

거래소는 평가 결과를 통보받을 때 계량과 비계량으로 나뉜 주요 사업, 경영관리 등 여러 세부 항목의 점수까지 함께 전달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성적인 평가 역시 결국 점수로 환산돼 종합점수에 반영된다.

전산사고가 주요 사업 비계량에서 큰 폭의 감점으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 사고를 사전에 막지 못한 내부통제나 리스크관리 문제가 경영관리 영역에서도 평가됐을 수도 있다. 이와 달리 전산 사고와 별개로 다른 항목에서 점수가 떨어졌을 수도 있다.

이는 세부 점수를 보면 윤곽이 나올 수 있는 문제다.

다만 해당 점수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시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전산사고를 놓고 'S에서 B까지 떨어질 만한 사안이었느냐'는 논쟁이 반복된다.

이것이 아쉽다. 지금 거래소 직원들에 필요한 건 설명이다.

경영평가 결과는 단순한 기관 성적표가 아니다. 조직의 인사와 성과급, 직원들의 사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최대 실적을 냈는데도 기관 평가에서 B등급을 받았다면 조직 구성원들은 허탈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우리가 왜"라는 질문에 답해줘야 한다.

실적이 좋다고 경영평가에서 좋은 등급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 거래소의 본질적인 역할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공정하고 안정적인 시장을 운영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전산사고가 있었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묻는 것도 당연하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한다. 잘못한 부분을 알아야 고칠 수 있고, 잘한 부분을 알아야 다음에도 같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직원 스스로 성적표에 납득이 돼야 동기부여도 작동한다.

지난해 거래소 직원들이 체감하는 업무 강도는 어느 때보다 높았다.

시장 거래가 늘고,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비롯해 자본시장 정책 과제가 쏟아졌다. 공매도 제도 개선과 새로운 시장 인프라 구축, 시장감시 등 거래소가 맡은 역할도 가벼워지지 않았다. 거래소 직원들의 사기가 바닥에 떨어진 이유다. (증권부 차장)

여의도 KRX한국거래소

[촬영 안 철 수] 2026.6

ybyang@yna.co.kr

양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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