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이장원의 뷰포인트] 미 국채 바이백의 나비효과

26.08.26.
읽는시간 0

(서울=연합인포맥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꺼내든 '국채 매입(바이백) 2배 증액' 카드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메가톤급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애초 장기 국채 금리 폭등을 억누르기 위한 긴급 소방수로 투입된 조치였으나 시장은 이를 다른 방식으로 해석했다. 시장은 재무부의 바이백 확대로 달러 가치와 시스템 신뢰를 희생시켰다고 받아들였다.

이는 천문학적으로 불어나는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 규모와 맞물려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의 명분을 강화시켰다. 미 연방정부 부채 잔액은 사상 처음으로 40조 달러(약 5경 원)를 넘어섰다. 39조 달러에서 1조 달러가 늘어나는 데엔 석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더 심각한 대목은 GDP(국내총생산) 대비 부채 비율이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최고치(106%)를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부채가 '전시 동원'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었다면 지금은 무분별한 감세와 지출, 이자 비용 폭증이 톱니바퀴처럼 물려 돌아가는 구조적 적자라는 지적이다.

국제통화시스템의 권위자인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 교수는 "미국의 부채 지속가능성 여부와 연준의 독립성 등 정치적 제도의 약화, 안보 동맹에 대한 의구심이 결합하며 과거와 다른 '구조적 탈달러화'가 진행 중"이라고 진단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창립자 레이 달리오 역시 "미국이 이르면 3년 내 부채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달러와 미국채라는 무위험 안전자산의 균열은 즉각 금과 비트코인으로의 자금 대이동을 불렀다. 아이켄그린 교수의 지적처럼 달러의 대안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의 선택은 특정 국가의 법정화폐가 아닌 제3의 자산으로 쏠리고 있다. 금은 미 국채 바이백 발표 직후 3% 넘게 급등하며 전통적 안전자산으로서 달러 신뢰 붕괴의 반사이익을 온전히 누렸다.

비트코인은 조금 더 복잡한 '두 얼굴'을 보여준다.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은 몰락하는 법정통화의 대안이라는 내러티브를 지니고 있지만, 유동성의 변화에도 민감한 위험자산의 속성도 지니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가상자산 규제 체계를 명확히 정립하는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 통과 기대감이 더해지며 비트코인은 제도권 자산군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는데, '탈달러 대안 자산'으로서의 서사가 유동성 축소 우려를 압도하며 강한 반등장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채 바이백은 바다 건너 유럽 채권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의 국채금리 상승으로 인해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연합(EU) 주요국들의 국채금리도 동반 상승세를 보여서다. 미 재무부의 대규모 국채 발행이 글로벌 자금 시장의 수급 구조를 뒤흔들며 유럽으로 재정 타격을 전이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유럽 정부들은 고금리로 빚을 다시 내야 하는 '차환(Refinancing) 리스크'에 노출됐다는 지적이다.

금리급등과 재정 불안은 내년 선거를 앞둔 유럽 정치권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각국의 정치권에서는 표심을 의식해 당면한 재정 지출 감축을 외면하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해 결국 빚의 악순환에 빠져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선거를 계기로 유로존 전역의 재정 불안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국채 바이백은 미 국채발 재정 불안을 유럽 전역으로 전이시키는 촉매가 됐으며 달러화 체제에 대한 신뢰를 저하하는 등 다양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통화와 재정의 부실 위험 속에서 시장의 자금은 제3의 자산과 새로운 통화 체제를 찾아 이동하고 있다.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한 '탈달러·제3 자산'으로의 서사가 이번에는 시장의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 지켜볼 일이다.(국제경제부 선임기자)

jang73@yna.co.kr

jang73@yna.co.kr

이장원

이장원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