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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반도체는 미국 말고 한국에 지어야…공급과잉 와도 치킨게임"

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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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하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14일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2차 전략위원회에서 공동위원장인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2026.4.14 hama@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겸 글로벌전략가(GSO)가 미국의 투자 압박에도 반도체 생산 기반만큼은 국내에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산업에서 한국 반도체의 전략적 중요성을 고려하면 미국의 통상 압박에 지나치게 위축될 필요가 없으며, 향후 공급과잉이 발생하더라도 선제적인 투자를 지속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회장은 26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디지털엑스 임직원 상견례에서 "미국에 투자를 잘해야 된다"면서도 "반도체는 하면 안 된다고 본다. 반도체는 한국에 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반도체가 에브리띵(everything)"이라며 "그래서 한국에 지어야 한다. 방산, 에너지 이런 건 오케이지만 반도체는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관세와 투자 압박에 대해서도 한국이 지나치게 수세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진단했다.

박 회장은 "미국이 나는 한국에 관세를 세게 못 할 것으로 본다"며 "반도체 HBM 없이는 엔비디아, 빅테크가 안 돌아간다. 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AI 산업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에서 한국 기업들이 확보한 경쟁력이 미국에도 필수적인 만큼 이를 협상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박 회장은 현재의 대미 투자 압박을 외환위기 당시 경험과 연결했다.

그는 "IMF의 레슨이다. 가슴 아팠는데 지금 IMF 그때 상황이 똑같이 일어나고 있다"며 "더 투자를 해야 되고, 공급과잉이 와도 치킨게임을 해야 되고 그게 전략인 것"이라고 말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해 국내 기업과 금융자산이 저평가된 상태에서 외국 자본에 넘어간 경험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게 박 회장의 문제의식이다.

그는 외환위기 당시 한국이 자본시장을 개방하면서 국내 우량기업을 외국인이 낮은 가격에 사들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박 회장은 "우리는 제조업은 좋은데 금융을 보는 시각은 너무 안일했다"며 "우리나라는 자본자유화를 너무 일찍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전자, 현대차를 한국 사람들이 더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줬어야 했다"며 "지금도 그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미국의 자국 내 투자 요구 역시 패권국이 핵심 제조업을 자국으로 끌어들이려는 산업정책의 연장선으로 평가했다.

그는 "미국은 지금 보호무역주의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미국은 항상 그랬다. 패권을 지향하는 나라의 행위"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미국은 결국 내 생각에는 반도체 지으라는 얘기일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대미 투자가 불가피하더라도 업종별로 전략적인 선택이 필요하다는 게 박 회장의 생각이다.

방산이나 에너지 등은 미국 현지 투자를 확대할 수 있지만 국가 산업경쟁력의 근간인 반도체 생산능력은 국내에서 계속 축적해야 한다는 얘기다.

박 회장은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나는 소득과 세수 역시 한국 경제의 구조를 바꿀 기회로 평가했다.

그는 "100조원의 세금이 새로 걷히는 것은 한국 역사상 일어난 적이 없는 것"이라며 "5년만 지속돼도 500조원이 더 유입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는 어마어마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지금 35세인 여기 직원들의 삶이 나중에 더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의 성장 효과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만 머물지 않을 것으로도 내다봤다.

박 회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만 오르겠느냐"며 "기계, 전공정, 후공정이 좋아지고 팹리스가 좋아지고 클러스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박 회장의 주장은 AI발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단순한 기업 실적 개선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산업구조와 자본축적을 한 단계 끌어올릴 기회로 봐야 한다는 데 방점이 찍힌다.

미국의 투자 요구에 일률적으로 대응하기보다 반도체와 같은 핵심 전략산업의 생산 기반은 국내에 유지하면서 과감한 설비투자를 이어가야 AI 시대의 성장 과실을 국내 경제에 축적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박 회장은 현장에 있는 은 직원들에 "우리나라 나쁘다고 하지 말아라. 어마어마한 기회가 오고 있는 것"이라며 "못 느끼고 있는 거다. 나는 느낀다"고 말하며 웃었다.

jwon@yna.co.kr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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