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한국거래소도 '신중론'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10년 만에 재추진되는 한국거래소 지주사 전환 법안이 국회 검토 단계에서부터 필요성을 입증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와 당사자인 한국거래소마저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노동조합은 반대하고 있어서다. 법안 심사의 길잡이가 되는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실의 검토 의견도 같은 기류다.
27일 국회에 따르면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실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정무위에 제출했다.
두 법안은 거래소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해 코스피·코스닥 등 시장을 자회사 형태로 분리·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시장감시 업무를 전담할 비영리 시장감시법인의 설립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거래소나 거래소지주회사가 상장하는 경우에는 감시 업무 전부를 시장감시법인에 위탁하도록 의무화했다.
이 같은 거래소 지배구조 개편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5년과 2016년에도 유사한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두 차례 모두 자동 폐기됐다.
◇금융위·KRX "충분한 검토가 먼저"…노조도 반대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는 코스닥시장의 독립성 강화와 거래소 경쟁력 제고라는 법안 취지에는 공감했다.
다만 지주사 도입과 시장감시·청산·결제 기능 분리가 자본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충분한 사전 검토와 이해관계자 간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한국거래소도 지주회사 전환의 필요성과 방식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본점 소재지, 코스닥시장 분리, 조직개편에 따른 노사관계 등 얽힌 쟁점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주회사 전환 시 자회사 직원 배치는 근로기준법과 단체협약에 따라 노조 동의 없이는 추진이 어려운데, 현재 거래소 노조가 코스닥 자회사 분리에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됐다.
현재 한국거래소 본사는 부산에 있지만 유가증권시장본부와 코스닥시장본부, 시장감시본부 등은 서울 여의도에 있다. 이들 시장 운영 조직이 자회사로 법인화되면 이헌승 의원안상 본점도 부산에 둬야 한다. 소속 법인 배치에는 노조 동의가 필요한 데다 근무지 문제까지 얽힐 수 있어, 노사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정무위 "경쟁 촉진 미지수"…비용 전가 우려
수석전문위원실의 의견도 신중론에 무게가 실렸다.
동일한 지주사 아래에서 시장별 자회사를 운영하는 구조가 실질적인 경쟁 촉진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조직 확대에 따른 운영 비용 증가가 거래수수료 인상 등으로 시장 참여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검토가 필요한 사항으로 꼽았다.
시장감시와 청산·결제 업무 분리에 대해서도 우려를 담았다. 기업의 특성과 공시·거래현황 등 실시간 정보를 보유한 거래소가 감시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편이 효과적일 수 있고, 대규모 재원이 필요한 청산 업무는 현행 체계가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지적은 19대·20대 국회 당시 수석전문위원실의 검토 의견과 사실상 같다.
2015년 10월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실은 거래소 지주사 전환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하나의 거래소지주회사에 속해 있는 자회사 간에 실질적으로 경쟁이 촉진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비용 우려도 있다. 지주사와 자회사, 시장감시법인으로 조직이 나뉘면 임직원 자리가 늘고 운영비용이 늘어 거래수수료 인상 같은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두 전례 모두 이런 신중론이 나온 뒤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10년이 흘러 발의 주체와 정권이 바뀌었지만 이 개편안이 풀어야 할 숙제는 그대로인 셈이다.
이번 검토보고서는 법안 심사를 위한 참고자료로 해당 개정안은 향후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 상정 여부가 가려질 예정이다.
[촬영 임은진]
kslee2@yna.co.kr
이규선
kslee2@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