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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최태원·이재용 잇단 회동…美 반도체 '추가 청구서' 조율

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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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삼성전자와 SK그룹 총수를 잇달아 만나면서 미국의 추가 반도체 투자 요구를 둘러싼 민관 공동 대응이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가 다음 달 '대미 투자 1호' 발표를 예고한 가운데 미국은 기존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와 별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메모리 전공정 생산시설까지 요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남권과 용인을 중심으로 수백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가 이미 예정된 만큼, 추가 대미 투자를 어디까지 수용할지를 놓고 정부와 기업 모두 셈법이 복잡해진 상황이다.

27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비공개 만찬을 가졌다. 지난 20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난 지 엿새 만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방미 일정을 마친 직후 연이어 재계 총수들과 회동했다는 점에서도 대미 투자와 한미 통상 현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 대통령과 이 회장의 만남은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서밋 이후 한 달여 만이다. 이 대통령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의 만남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반도체와 피지컬 AI, 데이터센터 등 핵심 산업 투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업들과 사실상 '원팀'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美 요구는 기존 투자와 별개…커지는 '추가 청구서'

민관 협의가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미국의 추가 반도체 투자 요구가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지난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미국에 불러 생산시설을 짓게 하고 싶다는 취지로 언급하면서 메모리 전공정 팹 투자까지 구체적으로 압박한 바 있다.

문제는 미국이 요구하는 반도체 투자가 우리 정부가 약속한 3천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와 별개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과 SK가 기존에 추진해온 미국 투자와도 구분되는 추가 투자라는 점에서 기업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는 이미 미국 내 신규 메모리 팹 검토를 공식화한 상태다. 최태원 회장은 이달 13일 미 CNBC 인터뷰에서 한 달 넘게 적합한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역시 신규 대미 투자를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내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텍사스주 테일러 팹 주변에 추가 활용이 가능한 부지도 확보하고 있다.

다만 삼성으로서는 미국 칩스법에 따라 받기로 한 보조금 지급이 지연되고 있는 데다, 국내에서도 용인과 호남을 중심으로 천문학적인 규모의 투자 집행이 예정돼 있어 추가 미국 투자를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첨단 메모리는 국내에서 생산 기반을 유지해온 국가 핵심 기술이라는 점에서 정부도 해외 생산 확대를 단순한 기업 투자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

대만 TSMC 역시 미국 애리조나 공장 투자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자국 정부와 미국 현지 생산 품목 등을 면밀하게 조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역시 첨단 메모리 생산능력의 해외 이전 범위와 국내 생산기반 유지 사이에서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대목이다.

◇9월 '대미 투자 1호'가 분수령…반도체 투자 윤곽 나오나

정부가 9월 중 발표할 '대미 투자 1호'는 향후 한미 통상 협상의 방향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통상 압박 수위를 다시 높이고 있고, 한국 정부는 대미 투자 패키지를 구체적인 프로젝트로 전환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현지 일정도 잇따라 예정돼 있다.

SK하이닉스는 27일(현지시간)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서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 착공식을 연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팹 가동식을 앞두고 있다.

테일러 팹은 향후 테슬라와 엔비디아의 첨단 칩을 생산할 예정인 만큼 한미 AI 반도체 협력을 상징하는 생산 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이미 정부의 1호 대미 투자 발표를 전후로 삼성과 SK의 추가 투자 방향도 점차 구체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이 두 그룹의 총수를 연이어 만난 것도 미국의 요구를 개별 기업에 맡기기보다 정부와 기업이 투자 규모와 기술 수준, 국내 생산기반 유지 문제를 함께 조율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국내 3대 메가 프로젝트도 병행…관건은 '투자 분산'

대미 투자 못지않게 국내 투자 이행도 정부와 재계의 핵심 현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서남권 800조원 투자를 포함해 광주전남특별시에 신규 메모리 전공정 팹 4기를 구축하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제시한 상태다.

정부로서는 미국의 투자 요구에 대응하면서도 국내 반도체 생산능력과 관련 생태계가 약화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게 됐다.

기업들 역시 미국과 국내에 동시에 대규모 설비투자를 진행하려면 자금뿐 아니라 인력과 장비, 전력·용수 등 인프라를 분산해야 하는 부담이 커진다.

이에 재계에서는 정부가 국내 투자에 필요한 행정·토지 수용 절차를 단축하고 전력과 용수 인프라를 신속히 공급하는 등 실질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제 적용 문제 등 규제 완화 역시 주요 과제로 꼽힌다.

이 대통령이 국내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두고 '전격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해온 만큼 이번 총수 회동에서도 투자 이행을 가로막는 규제와 인프라 문제가 함께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미 통상 협상의 다음 국면은 단순히 '미국에 얼마를 투자할 것인가'보다 미국에 내줄 생산능력과 국내에 남겨둘 핵심 역량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의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대미 투자 1호 발표를 앞두고 총수들과 (대통령)의 연쇄 회동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국내외 투자 경계선을 정하기 위한 민관 협의가 본격화했음을 보여주는 신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손잡은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ㆍ최태원 회장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업 투자 발표 후 손을 잡고 있다. 2026.6.29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xyz@yna.co.kr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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