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미래에셋 디지털X-②] '투자는 공격적·리스크는 보수적'…가상자산 실험 본격화

26.08.27.
읽는시간 0

※미래에셋 제공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미래에셋그룹이 디지털엑스(Digital X·옛 코빗)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면서도 사업 운용과 리스크 관리에서는 오히려 보수적인 원칙을 적용하는 '투트랙 전략'을 꺼냈다.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자본은 과감하게 투입하되, 상장과 투자, 레버리지 활용, 탈중앙화금융(DeFi) 등 고객자산과 직결되는 영역에서는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보다 엄격한 기준을 세우겠다는 게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구상이다.

결국 디지털엑스를 키우는 방식은 '공격적인 확장'과 '보수적인 금융회사 DNA'를 동시에 이식하는 실험에 가까운 셈이다.

박 회장은 지난 26일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디지털엑스 임직원 행사에서 이미 결정된 500억원 증자에 이어 내년 흑자 전환을 전제로 최대 3천억원 규모의 추가 자본 확충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미래에셋은 전략적 투자자(SI)들을 대상으로 중장기적인 추가 투자 의사를 태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박 회장은 추가로 확보한 자금을 단순 운영자금으로 쌓아두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 투자에 활용하겠다는 방향성도 명확히 했다.

디지털엑스를 거래 수수료에 의존하는 플랫폼이 아닌 자기자본을 활용해 디지털자산과 관련 기업, 글로벌 투자기회를 직접 발굴하는 회사로 키우겠다는 의미다.

◇자본은 크게 넣되 상장·투자는 더 깐깐하게

박 회장은 자본 운용과 관련해서는 공격적인 입장을 명확히 밝혔지만, 고객자산을 다루는 기준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메시지를 냈다.

박 회장은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직은 혼나야 될 일이 너무 많다"며 "현실을 냉정하게 보고 고칠 것은 고치면서 가자"고 말했다.

특히, 디지털엑스 임직원들에게 가장 먼저 주문한 것은 '정직'과 '고객자산 보호'였다.

그는 "여러분이 관리하는 고객 자산은 미래를 담보하는 자산이기에 이걸 망가뜨릴 권리는 없다"며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직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직하다 보면 실수도 할 수 있고 그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면서도 "다만 고의적으로 속이는 건 안된다. 결국 고객이 누굴 선택할 지 보면 안다"고 했다.

박 회장이 가장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관행이다.

그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 지나치게 많이 상장된 알트코인을 '사기'에 비유하며 "손해는 고객들이 봤을 텐데 그렇게 돈 벌고 회사가 잘되면 뭐하느냐"고 지적했다.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상장 종목 수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기존의 방식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박 회장의 취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특히 박 회장은 기존 자본시장에서도 같은 원칙을 적용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 투자자 손실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딜은 미래에셋이 맡지 않은 사례가 있다고 소개하며 "고객들이 손실이 보여 하지 않은 것도 많다"고 말했다.

단기 실적보다 장기적인 고객 신뢰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박 회장은 투자 방식에서도 비슷한 원칙을 제시했다.

박 회장은 "주식을 잘 한다는 것은 결국 혁신하면서 유니크한 회사 선별하고 벤처투자하듯 가져가야 수익이 나는 구조"라며 "코인 트레이딩 하듯이는 절대로 돈 못 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거래소 입장에서는 고객의 매매 빈도가 늘수록 수수료 수익이 커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박 회장은 오히려 빈번한 단기 매매와 레버리지 투자를 경계했다.

가상자산을 투기적 트레이딩 대상이 아니라 혁신자산에 대한 장기 투자 영역으로 재정의하려는 셈이다.

박 회장은 과거 루나 사태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루나의 구조에 대해 "금융권에서 알고 있었지만 그 스킴은 사기였다"며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기존 금융회사가 축적한 상품 구조 분석과 리스크 검증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MF에서 배운 원칙…"디지털자산도 '미스매칭' 위험"

박 회장은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는 데도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이날 강연 상당 부분을 과거 외환위기 당시 경험을 소개하는 데 쓴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그는 외환위기 당시 기업과 금융회사의 과도한 레버리지와 자산·부채 간 만기 불일치가 위기를 키웠다고 평가했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도 IMA를 하고 있지만 원칙은 미스매칭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IMA, 발행어음에 대해 미래에셋이 보수적으로 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 같은 원칙은 디지털자산 사업에도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자기자본을 활용한 투자 확대는 적극적으로 추진하되, 고객 자산을 이용하거나 만기와 유동성을 과도하게 맞바꾸는 방식의 성장은 피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박 회장은 '크로스보더 디파이'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한국에서 크로스보더 디파이를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거고 우리는 거기까지는 절대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를 넘어가는 크로스보더 디파이는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통화정책을 무력화시키고 한국이 존재할 방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가상자산 사업을 확대한다고 해서 기존 금융 규제와 통화질서를 우회하는 방식까지 받아들이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박 회장의 구상을 종합하면 디지털엑스의 성장 공식은 기존 거래소와 상당히 다른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자기자본 확충과 투자에서는 공격적으로 움직이되, 코인 상장과 고객 투자, 레버리지, 유동성 관리에서는 금융회사 수준의 보수적인 원칙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는 미래에셋이 지난 30년 가까이 증권과 자산운용, 글로벌 투자 사업을 확장하면서 사용해 온 방식이기도 하다.

박 회장은 이날 "자본축적이 개인, 기업, 국가 모두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도 고객자산을 훼손하면서까지 성장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결국 미래에셋이 코빗을 인수한 뒤 진행하는 실험은 가상자산 거래소에 단순히 대형 금융그룹의 자본을 투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전통 금융회사에서 작동해온 자본 운용과 내부통제, 상품 검증, 리스크 관리 원칙이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과정에 가깝다.

공격적인 자본 투입이 디지털엑스의 성장 속도를 끌어올리는 '액셀러레이터'라면,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는 그 속도를 제어하는 '브레이크'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를 동시에 작동시키는 것이 박 회장이 디지털엑스에 처음으로 심으려는 DNA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jwon@yna.co.kr

정원

정원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