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한국투자증권 디지털자산전략부서장 인터뷰
"법인 시장 열리면 코인원과 시너지 커질 것"
조각투자 보다 주식·채권 토큰화에 방점…"스테이블코인도 고려 중"
[사진: 전병훈 기자]
(서울=연합인포맥스) 전병훈 기자 = "저희 회사가 그동안 발행어음이나 IMA 등 최초 사업자로 시장을 선점한 만큼 토큰 증권 시장에서도 정형 증권이 허용된다면 최초로 그 시장에 진입하려고 한다"
박성진 한국투자증권 디지털자산전략부서장은 27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토큰증권 접근 전략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 등에서 최초 사업자로 들어가 선두를 지켜온 방식을 토큰증권에서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그는 "시장 선점 효과가 크더라도 고객의 신뢰를 얻을 만한 상품을 발굴해 공급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며 "IB본부와 PF본부, 투자상품본부가 그동안 쌓아온 역량이 있는 만큼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는 상품을 최초로 공급하겠다"고 했다.
선점을 서두르는 건 기회 때문만은 아니다.
박 부서장은 블록체인 실시간 결제가 그만한 투자 가치가 있느냐는 물음에 "당장은 결제 속도가 빨라진다는 장점만 보일 수 있으나, 국경간 이전이나 스마트 컨트랙트 활용을 고려한다면 확장성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라고 답했다.
당장 보이는 이득은 결제 속도뿐이지만 스마트폰이 앱 생태계를 열었듯, 인프라가 깔린 뒤 블록체인 위에서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토큰증권 생태계를 펼쳐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박 부서장이 이끄는 디지털자산전략부는 지난해 태스크포스(TF)로 출발해 내년 2월 제도 시행에 맞춰 올해 초 정식 부서가 됐다.
지난해가 검토하고 준비하는 해였다면 올해는 실행하는 해라고 한다.
그는 "토큰증권과 스테이블코인, 지분 투자한 코인원과의 시너지 세 축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제도 시행에 앞서 지금까지 내린 결정들과 준비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 "코인원 통째로 인수할 필요 없었다"…잘하는 역할 맡는 협업
[출처: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은 코인원 지분 투자로 디지털자산 시장 진출을 알렸다.
투자자로 선정되기 전까지 글로벌 거래소 OKX도 함께 들어온다는 사실을 몰랐던 박 부서장은 당시를 두고 "너무나도 좋은 주주 구성"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혼자보다는 같이, 낯선 분야를 직접 파고들기보다 잘하는 분야를 각자 맡아 손을 잡는다는 한국투자증권의 전략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박 부서장은 "가상자산 분야에서 저희가 제일 잘할 수는 없고 그 비즈니스를 제일 잘 아는 분들은 그 업계에 몸담은 분들"이라며 "저희 입맛에 맞게 변형시키기보다 저희가 잘할 수 있는 역할을 보장받으면서 하고 싶은 것을 같이 추진할 파트너를 원했다"고 말했다.
그가 기대하는 시너지는 개인 위주인 가상자산 시장에 법인이 들어오는 시점을 겨냥한다.
박 부서장은 "코인베이스 같은 해외 거래소는 법인 거래대금이 훨씬 크고 법인 대상 프라임브로커리지도 하는데 국내 거래소의 비즈니스 모델은 아직 거래 수수료 하나뿐"이라며 "법인이 들어오면 프라임브로커를 통한 레버리지나 가상자산 담보대출 같은 서비스가 필요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서비스는 전통 증권사가 잘하는 영역이라 거래소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두 업체 간의 협업은 코인원 앱에 한국투자증권의 국내 주식 투자정보 제공으로 첫발을 뗐다.
현재 내부통제와 보안에서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다.
첫발은 뗐지만 본격적인 협업은 국회에 계류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 이후로 보고 있다. 박 부서장은 "기본법이 나오면 그 안에서 분명히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예를 들어 지금은 가상자산 거래소에 시장조성자가 없는데 기본법에서 이를 정의해 준다면 저희가 그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 조각투자 너머를 본다…"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까지"
내년 2월 시행을 앞둔 토큰증권(STO) 논의는 부동산이나 미술품 같은 조각투자에 쏠려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그 너머를 본다. 주식과 채권 등 정형증권이 토큰으로 거래되는 시장이다.
국내에서는 제도권 편입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았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수요가 확인된 시장인 만큼, 그날이 오기 전에 준비를 마쳐두겠다는 계산이다.
박 부서장은 "시장 규모나 투자자 관심, 정보 접근성 등 어느 면에서도 기존 주식과 채권이 투자자에게 훨씬 익숙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상품"이라며 "조각투자는 기초자산이 니치 마켓(틈새시장) 상품이다 보니 전통 금융상품으로 구성된 투자자의 포트폴리오를 보완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서 토큰화되는 추세를 보면 채권이 가장 많고 주식도 활발하다"며 "회사도 그 트렌드를 보고 이쪽으로 가는 게 맞겠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주식과 채권을 토큰으로 발행하면 대금을 치를 수단도 같은 원장 위에 있어야 한다.
박 부서장은 한국투자증권만의 차별점을 묻자 "스테이블코인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며 "편리한 결제수단으로 보고 이를 활용해 다른 상품을 결제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토큰증권 시장에 먼저 들어가겠다는 그도 효과를 보기까지는 긴 호흡으로 봤다.
박 부서장은 "시장 초기에는 큰 변화를 못 느낄 수 있지만 몇 년 지나고 보면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라며 "해외 투자자가 전자지갑 하나만 들고 있어도 우리나라에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는 시대가 분명히 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주식이나 채권도 당연히 토큰증권으로 발행돼야지 하고 생각하는 날이 올 것"이라며 그날이 오면 한국투자증권이 맨 앞에 서 있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bhjeon@yna.co.kr
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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