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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송의 '호미'…백투백 선제 대응으로 물가·환율·금융안정 겨냥

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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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례에서 벗어난 조치…'선제' 13차례 강조

환율 급락세에 "수준보다 예측 가능성 중요"

'인상 기조' 문구 삭제…"한 단어에 집착 말라"

신현송 한은 총재, 금융위 통화정책방향 간담회서 발언

2026.8.27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윤시윤 손지현 김학성 김지연 기자 = "우리나라에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저희는 호미로 이번에 정책을 펴게 됐습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백투백'(2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 설명하며 꺼내 든 주요 키워드는 '호미와 가래'였다.

물가가 더 오르고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이후 대응책을 뒤늦게 내놓기보다는 기준금리를 미리 높여 향후 소요될 비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미다.

신 총재는 이날 모두발언과 질의응답에서 '선제'라는 단어를 모두 13차례 언급했다. 백투백 인상의 배경으로는 ▲물가·성장 ▲금융시장 관리 ▲금융안정 등 세 갈래로 나눠 설명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25bp 인상했다. 금통위원 6명이 인상에 찬성했고, 황건일 위원은 2.75%로 동결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성장·물가가 뒷받침한 '한은 호미론'

신 총재는 이번 백투백 인상을 "관례에서 벗어난 조치"로 평가했다.

통상적인 인상 간격보다 빠르게 움직여 시장에 강한 정책 시그널을 보냈다는 의미다.

금리 인상의 첫 번째 배경으로는 물가와 성장을 제시했다.

한은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3.3%와 2.9%로 지난 5월의 2.6%와 2.1%에서 대폭 높였다. 반도체 경기 호조로 수출과 투자가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소득 개선이 소비 회복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년 동기보다 15.6% 증가해 1988년 1분기(16.4%) 이후 38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강한 소득 증가세는 수요측 물가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은은 올해와 내년 근원물가 상승률을 모두 2.5%로 전망해 지난 5월 전망치인 2.4%와 2.3%에서 상향했다.

신 총재는 "근원물가는 기조적인 수요압력과 물가 오름세를 판단할 수 있는 주요 지표"라며 "소득 여건 개선에 따른 성장 강세가 물가에 지속적인 상승 압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 오름세가 더 확산하기 전에 조기 대응해 궁극적으로 경제에 미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제적이고 조기 대응', '사전에 조기 대응'처럼 유사한 표현을 거듭 사용했다. 금리 인상을 앞당겨 기대인플레이션을 제어하고 향후 긴축의 강도와 기간을 줄이겠다는 논리다.

신현송 한은 총재, 기자간담회 참석

2026.8.27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환율 질문에 신중한 모습도…"레벨보다 예측성"

중앙은행이 미리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점에서도 '호미론'을 강조했다.

신 총재는 환율을 중심으로 한 금융시장 관리의 중요성을 금리 인상의 두 번째 배경으로 지목했다.

앞서 달러-원 환율은 지난달 1일 고점(1,559.20원)에서 이달 24일 저점(1,376.50원)까지 두 달이 채 안 되는 기간에 180원 넘게 밀리며 급한 하락세를 보였다.

신 총재는 "선제적으로 조기 대응을 하면 통화정책이 시장과 외환시장의 중심을 잡아주고, 그만큼 환율 안정에도 기여한다"고 말했다.

이어 "환율이 많이 안정됐지만 예년 수준과 비교하면 아직 높다"며 "통화정책의 선제적 대응을 통해 원화가 추가 강세로 갈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환율의 하락 속도가 과도하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 운을 뗀 신 총재는 "환율이 지난 6월 말에 비해서는 상당히 안정됐다"면서도 레벨보다는 예측가능성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환율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으로 움직여야 기업·가계 등 경제주체들이 앞을 보고 계획하고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역사적으로 현재 환율은 여전히 높다며 "수입물가 증가율을 고려하면 원화가 조금 더 강한 쪽으로 가는 것이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금융안정에도 호미…"집값 특효약 아니지만 도움"

백투백 금리 인상의 마지막 배경으로는 금융안정을 제시했다.

통화정책만으로 집값을 잡는 것은 무리라면서도, 이번 금리 인상이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의 가파른 증가세를 완화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신 총재는 평가했다.

금융시스템의 중장기 취약성을 보여주는 금융취약성지수(FVI)의 상승세도 경계했다.

외환위기 직전인 지난 1997년 2분기를 FVI 100 수준으로 놓았을 때, 신 총재는 현재 FVI를 46.5 안팎으로 봤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는 79.5, 2022년에 저금리로 인해 금융 불균형이 가장 심했을 때는 65를 조금 웃돌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수치 자체는 과거 위기 때보다 낮지만, 지난 2024년 1분기에 40을 밑돌았던 지수가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신 총재는 오는 9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FVI가 장기평균을 웃돌 가능성을 우려하며 "금리가 특효약은 아니지만, 대체로 금리가 올라가면 신용 증가율과 레버리지가 축소돼 취약지수가 내려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은 상호보완적이며 서로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며 금융당국과 조화로운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점도표 중간값 3.25%…'인상 기조' 문구는 삭제

'호미'를 세워든 한은이 앞으로도 같은 속도로 움직일까.

향후 6개월 기준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의 중간값은 연 3.25%였다. 이날 결정된 수준(3.00%)보다 25bp 높은 수준이다.

이는 향후 예정된 네 차례의 금리 결정에서 한 차례 추가 인상하는 경로를 가리킨다.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는 기존의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문구가 빠졌다. 대신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하겠다는 표현이 담겼다.

통방문의 문구 변화와 점도표를 '한 차례 추가 인상 후 속도 조절'로 이해해도 되는지 묻는 연합인포맥스의 질문에 신 총재는 "앞으로 있을 회의는 모두 라이브(live·살아있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두 번 연속 금리를 올리면서 관례에서 벗어난 조치를 했고, 기준금리가 3%대로 가면서 경제주체에 미칠 영향을 점검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선제적 금리 인상을 내세운 만큼, 앞으로는 그 효과를 면밀히 살피면서 보다 완만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날 채권시장은 한은 점도표를 도비시하게 해석했다.

신 총재는 "문구를 세부적으로 뜯어 하나하나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반적인 의도를 받아주시면 더 효과적인 소통 방식이 될 것"이라며 "저희의 한 단어 한 단어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효과적인 중앙은행 소통 방식은 '양방향 소통'이라며 시장가격과 경제지표에서 한은이 얻는 정보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잠재성장률 높이면 정부와 엇박자 아냐"

한편,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한은의 긴축적 통화정책이 엇박자를 내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재정지출의 용도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신 총재는 "재정지출의 형태와 규모, 용도에 따라 답이 정해진다"며 "미래 성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투자에 적용돼 잠재성장률을 높인다면 반드시 통화정책과 엇박자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소득 증가로 정부 세수가 늘고 명목 국내총생산(GDP)도 큰 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재정건전성 지표도 개선될 수 있다고 봤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오늘 밤부터 28일(현지시간)까지 열리는 잭슨홀 심포지엄에 참석하는 신 총재의 일정으로 약 50분 만에 마무리됐다.

평소보다 기자회견 시간은 다소 짧았지만, '가래가 요구되기 전에 호미를 들겠다'는 신 총재의 선제 대응 의지는 분명했다.

한은이 오는 10월에도 연속해서 금리 인상에 나설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다만 호미를 앞당겨 든 만큼, 한은은 당분간 백투백 인상의 효과를 살피며 물가와 성장, 환율 및 금융안정 지표에 따라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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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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