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인드슬롭(Grind Slop)은 과도한 노동과 자기희생을 성공의 증표처럼 과시하고 이를 콘텐츠화하는 현상을 일컫는 신조어다.
'그라인드'는 고된 노동이나 끊임없는 노력을, '슬롭'은 온라인에서 대량 생산되는 저품질 콘텐츠를 뜻한다. 두 단어를 합친 그라인드슬롭은 장시간 근무와 수면시간 단축, 주말 근무 등을 자랑하며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가'를 콘텐츠로 만드는 행태를 비꼬는 표현이다.
최근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창업자와 테크 업계 종사자들이 극단적인 근무시간과 자기희생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 현상을 지칭하는 용도로 확산했다. 단순히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노동 과정에서의 고통과 희생 자체를 공개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기존의 '허슬 컬처(hustle culture)'와 구별된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생산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더 많은 성과와 더 빠른 실행을 요구받는 현실이 그라인드슬롭 확산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일의 결과보다 업무량과 피로를 경쟁적으로 과시하는 문화가 오히려 생산성과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라인드슬롭은 아직 의미가 완전히 정립된 경제·금융 용어는 아니지만, 스타트업과 테크 업계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극단적인 생산성 경쟁과 '보여주기식 노동'을 설명하는 표현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제경제부 김경림 기자)
klkim@yna.co.kr
김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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