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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미의 돈터치] 점도표에 비친 봄기운, 진짜일까

26.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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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매서운 겨울일 줄 알았는데, 봄기운이 완연했다. 그런데 그 봄은 진짜일까.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27일 기준금리를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7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인상이다. 분기에 한 번씩 손보던 관례에서 벗어나 백투백(back-to-back) 인상을 단행했다는 것은 그만큼 신현송 총재와 한은 집행부의 긴축 의지가 뚜렷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신현송 한은 총재, 금융위 통화정책방향 간담회 발언

(서울=연합뉴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8.27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신 총재는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선제대응의 논리를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일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 조금 더 서둘러 막으면 나중에 더 큰 도구, 더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지금 앞당겨 두 번을 올려놨으니, 전체 긴축의 기간과 강도는 그렇지 않았을 때 비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바클레이즈는 이 같은 선제 대응의 철학을 앤드류 홀데인 전 잉글랜드은행(BOE) 수석이코노미스트의 표현을 빌려 "유령을 일찍 찾아 쫓아내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런데 이런 발언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한은이 함께 내놓은 성장률과 물가 전망의 톤 때문이다.

내년 성장률 2.9%는 시장의 예상을 훌쩍 상회하는 수준인 데다 올해 성장률 3.3%라는 높은 성장률 이후에 재차 3% 육박하는 성장률이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한은은 이에 대해 반도체 경기 확장세가 내년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그 파급경로가 수출과 투자 중심에서 경제 전반으로 넓어질 것으로 보는 점, 그리고 IT 제조업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비중이 지난해 9%에서 올해 1분기 16.4%로 뛴 구조적 변화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동렬 한은 조사국장은 "비중이 두 배로 높아졌다면 성장률 기여도도 두 배로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근원물가도 내년까지 2.5%의 끈적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한은은 전망했다.

성장과 물가 전망만 놓고 보면 누가 봐도 매파적인 그림이다. 그런데 정작 앞으로의 금리 인상 경로에 대한 소통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총재와 집행부의 매파적 스탠스가 이미 시장에 충분히 알려진 상황에서 이번 인상 자체는 서프라이즈가 아니었지만 진짜 서프라이즈는 바로 점도표였다.

6개월 후 조건부 금리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에는 21개의 점 가운데 3.25%에 10개, 3.0%에 5개, 3.5%에 6개가 찍혔다. 점도표의 시계가 6개월에 그쳐 그 이후의 전망이 담기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적어도 내년 2월까지 기준금리가 3.25%까지 한차례 인상되는 것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다수인 셈이다.

신 총재 역시 남은 금통위 4번 중에 한 번 정도 올리는 셈이라 '완만한 인상'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발언은 분기마다 올렸다면 최종금리가 3.5%나 그 이상으로 갈 수 있지만 선제적으로 앞당겨 두 번을 올렸으니 3.25%에서 멈출 수 있다는 희망회로가 돌아가게 했다.

3%라는 금리 수준 자체가 이미 우리 경제에 높은 금리라는 점, 이 때문에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는 1.25%로 그대로 둔 점도 신 총재는 언급했다.

금통위가 이번 통화정책결정방향문에서 문구 하나를 삭제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지난 7월 통방문에 나온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라는 문구가 이번에는 통째로 빠졌다. 대신 인상의 시기와 속도를 데이터를 보며 결정하겠다는 문구만 남겼다.

총재는 문구 하나하나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고 했지만, '기조'라는 단어가 빠졌다는 것은 앞으로 금리 인상이 횟수가 한차례를 초과하지 않을 가능성도 열어뒀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물론 총재는 앞으로 금통위가 모두 다 '라이브 미팅'이라는 점을 재차 못 박았다. 점도표 중간값이 3.25%라고 해도 그게 확정된 경로는 아니라는 뜻이다.

수도권 집값 오름세가 꺾이지 않고 가계부채가 급증한 상황에서 물가 못지않게 금융안정이 다음 인상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

한은이 자체 산출하는 금융취약성지수(FVI)는 2024년 1분기 37.6까지 낮아졌다가 최근 46.5 안팎까지 다시 뛰었다. 총재는 9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장기평균을 웃도는 수치가 나올 것이라고 미리 예고했다.

소수의견을 낸 황건일 위원에 대해서도 총재는 "전반적인 공감대 안에서의 전술적 차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에 금리 인상에 반대의 목소리를 낸 것은 맞지만 긴축 기조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시장에서는 비둘기파적인 점도표에도 내년에 3.25%에서 금리 인상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오히려 3.75% 가능성도 여전하다는 평가다.

JP모건은 올해 11월과 내년 2월, 5월까지 세 차례 기준금리가 더 인상돼 최종은 3.75%에 이를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이번에 점도표가 한은의 자체 전망에 기반해 다소 비둘기파적으로 나왔지만 성장과 물가 전망에 여전히 상방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JP모건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3.8%, 3.3%로 제시했다. 한은 전망치보다 0.5%, 0.4% 높은 수준이다.

사실은 3.25%로 제시된 중간값이 내년 2월 시계로 한정됐다는 점, 오는 11월 3분기 국내총생산(GDP) 발표 이후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가 재차 상향 조정될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점도표가 더는 비둘기파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시장은 점도표를 반색할 만한 신호로 받아들였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내년 2월까지의 상황을 가정한 점도표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3.25%에서 끝난다는 계산은 물가와 집값이 지금보다 고분고분해질 때만 성립하는 조건부 희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도표에 비친 봄기운은 진짜 봄이라기보다 한 번 더 매서운 겨울이 올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잠깐 쬐어보는 볕에 가까운 게 아니었을까. (경제부 시장팀장)

smjeong@yna.co.kr

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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