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림 대표 "글로벌 톱티어 CDMO 위해 3조 유상증자 단행"
[출처: 삼성바이오]
(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3조원이라는 유례없는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기로 한 결정은 성장률이 꺾이기 시작한 항체 한 우물에서 빠져나올 출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비만·당뇨 치료제 GLP-1 시대의 입장권이자 항체·약물접합체(ADC) 밸류체인의 마지막 조각으로 평가받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8일 이사회 결의를 거쳐 총 3조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조달 자금 가운데 90.2%인 2조7천62억원은 스위스 펩타이드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폴리펩타이드그룹(PolyPeptide Group)을 100% 사들이는 데 투입한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다.
나머지 2천948억원은 인천 송도 제2바이오캠퍼스 증설을 위한 시설자금으로 쓴다.
CDMO는 제약사로부터 의약품 개발과 생산을 위탁받아 대신 수행하는 기업으로, 반도체의 파운드리에 해당한다.
이번 결정은 삼성바이오가 15년간 지켜온 성장 공식을 깬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2011년 창사 이래 이 회사는 인천 송도에 부지를 확보하고 공장을 올려 몸집을 키웠다. 1~5공장에 들어간 돈이 5조6천200억원, 공장 한 채당 24~35개월이 걸렸다. 이번에는 그 돈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을 회사 한 곳에 단번에 치르는 셈이다.
인수가 끝나면 삼성바이오에는 유럽·미국·인도 등 5개 생산 사이트와 펩타이드 합성 역량이 한꺼번에 손에 들어온다. 공장을 지어 확보하려면 최소 2년, 기술 축적은 그보다 오래 걸리지만 이 시간을 회사 인수로 한 번에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명분은 주력 시장의 성숙이다.
신지훈 KB증권 연구원은 "항체 CDMO는 제약사들의 외부 위탁 기조로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으나 성장률 둔화 국면"이라며 "이번 인수로 비만·당뇨 치료제인 GLP-1을 필두로 한 신규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항체의약품에서 출발해 메신저리보핵산(mRNA), ADC로 넓혀온 포트폴리오에 펩타이드가 더해졌다. 폴리펩타이드 매출은 시장 전망치 기준 2032년까지 연평균 약 15% 성장이 예상된다.
삼성바이오의 진짜 노림수는 펩타이드 그 너머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요 ADC의 링커, 즉 항체와 약물을 잇는 연결 고리가 펩타이드 구조이기 때문이다. 제조 공정이 펩타이드 합성과 유사해 펩타이드 생산 역량을 확보하면 링커 생산 역량이 함께 따라온다.
신 연구원은 "그동안 ADC에서 항체 생산과 접합(Conjugation) 공정에 집중해왔으나 주요 ADC 링커는 펩타이드 구조로 제조 공정이 펩타이드와 유사하기에 링커 생산 역량을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ADC 엔드투엔드(원료부터 완제까지 일괄 생산) CDMO로서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2조7천억원짜리 결정이 하나가 아닌 두 개의 밸류체인을 겨냥한 것이라는 평가다.
이와 함께 삼성바이오는 제2바이오캠퍼스에 18만 리터(L) 규모 공장 4개를 순차 완공해 항체의약품 생산능력을 138만5천L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생산능력·포트폴리오·지리적 거점의 '3대축 확장'을 한 번의 증자로 동시에 밀어붙이는 구조다.
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증자 비율은 4.904%, 예정 발행가는 15% 할인한 주당 132만2천원이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74.3%에 달해 소액주주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는 "글로벌 톱티어 CDMO로의 도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자 유상증자를 단행했다"며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와 제2바이오캠퍼스 증설 등 3대축 확장을 흔들림없이 추진함으로써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인수에 따른 자금 부담은 일정 부분 불가피하다.
김준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약 2조7천억원의 인수대금과 향후 6공장, 제3캠퍼스 투자를 동시에 고려할 경우 자본배분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msbyun@yna.co.kr
변명섭
msb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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