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자금 2.7조 전액 증자로 조달
당국 심사 강화 속 뚜렷한 조달 목적·낮은 희석률로 차별화
[사진: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서울=연합인포맥스) 전병훈 피혜림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가 3조원 규모 유상증자로 스위스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 대금을 모두 시장에서 조달하기로 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사상 최대 인수합병(M&A)에서 자본시장을 통한 조달에 무게를 둔 모습이다.
기존 주주 청약 후 실권주를 일반공모로 넘기는 구조로, 3조원대 대규모 유상증자인 만큼 흥행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이사회에서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신주 227만주를 발행하기로 결의했다.
예정 발행가 132만2천원 기준으로 조달 규모는 3조9억원이며, 증자 비율은 4.904%다.
조달 자금 가운데 2조7천62억원은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에, 나머지 2천948억원은 인천 송도 제2바이오캠퍼스 증설에 쓴다.
청약 자격은 신주배정기준일인 10월 6일 주주명부에 오른 주주에게 주어진다. 보유 주식 1주당 0.0393주가 배정되는데, 100주를 가진 주주라면 신주 3주를 배정받게 되는 방식이다.
전체 물량의 20%인 45만4천주는 우리사주조합에 먼저 배정한다.
기존 주주의 청약은 11월 9일과 10일 이틀간 받는다. 주주가 청약하지 않은 남은 물량에 대해선 11월 12일과 13일 이틀간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일반공모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청약 대금은 11월 17일 납입되고 신주는 11월 30일 상장된다. 공동대표주관사는 신한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이 맡았다.
◇2.7조 M&A 실탄, 조달처는 증자…공모 흥행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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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비만·당뇨 치료제 생산을 위해 스위스 펩타이드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폴리펩타이드그룹을 14억6천만 스위스프랑(약 2조5천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연내 인수를 마무리해 기존 항체의약품과 메신저 리보핵산(mRNA), 항체·약물접합체(ADC)에서 펩타이드 의약품으로 넓히고, 폴리펩타이드그룹의 유럽·미국·인도 생산시설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인수 공시에서 자금조달 방법을 '보유자금 및 차입금'으로 밝혔으나, 이날 정정공시를 통해 '유상증자 등을 통한 조달 자금'으로 바꿨다.
이번 유상증자 결정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글로벌 CDMO 산업의 경쟁이 심화하고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유상증자를 통해 성장투자 재원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재무적 유연성을 보강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 유상증자의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 2조7천62억원이 인수 대금 전액에 해당한다. 회사 측이 유상증자 목적으로 '재무적 유연성 보강'을 함께 든 점도 차입금을 늘리지 않고 인수를 마무리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기존 주주는 배정 신주 1주당 0.2주까지 초과청약할 수 있고, 일반공모에서도 미달이 나면 공동대표주관사가 잔여 물량을 인수한다.
조달 자체는 주관사 잔액인수로 담보되지만, 실권주 규모와 일반공모 청약 결과가 시장의 평가로 읽히는 만큼 공모시장 반응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국 문턱 높아진 유증 시장…'차환'과 '투자'로 갈리는 조달 목적
금융당국이 유상증자 증권신고서 심사를 강화한 점은 관전 요소다. 이에 유상증자 시장의 전반적인 발행 규모 또한 줄어들었다.
앞서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한 한화솔루션의 경우 지난 3월 2조4천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했다가 금감원의 두 차례 정정 요구와 소액주주 반발에 부딪쳐 규모를 1조7천억원으로 줄이기도 했다.
주가 하락까지 겹치면서 지난 20일 확정된 최종 조달액은 1조1천713억원에 그쳤다. 당초 계획의 절반 수준이다.
다만 조달 목적은 두 회사가 뚜렷이 갈린다. 한화솔루션은 조달 자금 가운데 1조5천억원을 기존 차입금 상환에 쓸 계획이었던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M&A와 증설에 자금을 투입한다.
당국이 자금 사용 목적을 핵심 심사 항목으로 보는 만큼 투자 목적이 명확한 이번 증자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할 수 있다는 평가다.
신주 물량이 전체 발행 주식수의 5% 수준에 그쳐 주주가치 희석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당국의 제동으로 유상증자 시장 전반이 위축된 가운데 기업 투자 목적의 대규모 조달은 계속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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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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