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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헌의 단상] '호미'로 잡는 통화정책의 타이밍

26.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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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금리 정책은 타이밍의 예술이라고 한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는 결정은 경제와 시장의 심장박동을 조율하는 섬세한 행위다. 이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백투백'(2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 인상은 그 정교한 타이밍의 감각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신현송 한은 총재가 "관례에서 벗어난 조치"라 표현했듯이 두 번 연속 인상은 정책신호의 강도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된 선택이다. 통화정책은 언제나 늦기보다 빠른 대응이 더 효과적이다. 총재의 '호미와 가래'의 비유처럼 작은 불씨를 초기에 잡아야 나중에 큰 비용을 치르지 않는다.

신현송 한은 총재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

연합뉴스 자료사진

백투백 인상의 최우선 목표는 두말 할 것 없이 '물가 안정'이다.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공급측 물가 압력이 높아진 상황에서 가파른 경제 성장과 소득 증가는 수요측 압력까지 높일 수 있다. 한은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3.3%와 2.9%로 지난 5월의 2.6%와 2.1%에서 대폭 높였다. 이와 맞물려 한은은 올해와 내년 근원물가 상승률을 모두 2.5%로 전망해 지난 5월 전망치인 2.4%와 2.3%에서 각각 상향했다. 근원물가는 기조적인 수요 압력과 물가 오름세를 판단할 수 있는 주요 지표다. 선제적인 금리 인상은 중앙은행의 물가 안정 의지를 강화하는 것이고, 이는 경제 주체의 기대인플레이션을 고정하는 데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신 총재는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은 물가 오름세에 대한 판단이었다. 물가 상승 폭이 커지고 물가가 높은 수준이 장기간 지속될 것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경기 둔화의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정기적 성장 기반을 지키는 전략적 선택이다.

금융시장 안정에도 방점이 찍혔다. 최근 가계부채가 2천조원을 넘어서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 기대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신용 잔액은 2천20조원으로 집계됐다. 전 분기 말(3월 말)과 비교해 26조원 급증한 수치다. 2024년 2분기 이후 9개 분기 연속 증가세를 지속했다. 증가 속도와 함께 경제 규모 대비 높은 수준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8.6%로 미국 68.1%, 일본 61.1%보다 훨씬 높다. 금리 상승은 가계부채 비율 과다 등으로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을 키울 수 있지만, 동시에 가계부채 증가세를 둔화시키는 효과도 있다. 대출금리가 오르면 신규 차입이 줄고, 과도한 레버리지가 조정되며, 부동산 등 자산가격 상승세를 완화할 수 있다. 실제로 주요 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올해 7%대를 넘어섰고, 주택 거래량은 급감했다. 금리 인상은 장기적으로 자산시장 거품을 제거하고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통화정책의 파급력은 외환시장에도 미치기 마련이다. 최근 달러-원 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왔지만, 신 총재는 "환율 수준(레벨)보다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 환율이 많이 안정됐지만 예년 수준과 비교하면 아직 높다"고 진단했다. 기업과 가계 등 경제주체들 입장에선 환율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한은의 백투백 인상은 달러-원 환율의 안정적 하락에 대한 기대 심리를 높일 것이다. 외환시장 안정은 물가 통제와 직결된다. 원화가 안정되면 에너지·원자재 수입 물가를 낮추는 효과를 낸다. 통화정책이 경기와 물가 조절을 넘어 대외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선제적 금리 인상은 정책 여력 확보라는 취지에서도 긍정적이다. K자형 양극화에 대한 우려에도 경제 성장률이 높다는 건 금리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의미다. 여건이 됐을 때 기준금리를 올려둬야 경기 하강 때 충분한 수준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 금리를 올려야 할 때 주저하다가 인하 타이밍도 놓치게 되는 과거의 정책 실기가 반복돼선 곤란하다. 물론 백투백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 등은 유의해서 살펴봐야 한다.

기업의 투자여력이 줄어들 위험이나 소비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 정부 당국과의 정책 조율이 필요한 이유다. 재정당국은 경기 하방을 완충하고, 금융당국은 취약차주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식이다. 시중금리의 급격한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오퍼레이션에 더해 시장과의 소통도 게을리해선 안 된다. (편집국장)

chhan@yna.co.kr

한창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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