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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 사이 7조 찍혔다…K바이오에 무슨 일이

2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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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기자 = 국내 제약·바이오 대형 3사가 닷새 사이 조 단위 거래를 잇달아 내놨다.

기술을 판 곳, 기술을 사 온 곳, 회사를 통째로 인수하려 자본시장에서 3조원을 끌어오는 곳으로 방향이 갈렸다.

2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128940]이 지난 24일 기술수출 계약을, SK바이오팜[326030]이 26일 기술도입 계약을 각각 공시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28일 이사회에서 3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3건의 거래 규모를 단순 합산하면 7조원이 넘는다.

◇ 한미약품, 계약금만 2천629억…임상 1상 물질에 3조

한미약품은 비만 신약후보 물질 HM17321의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개발·제조·상업화 권리를 스위스 로슈 그룹 자회사 제넨텍(Genentech)에 넘겼다.

계약금(선급금)은 1억9천만달러(약 2천629억원), 단계별 마일스톤을 포함한 총 계약 규모는 23억500만달러(약 3조1천892억원)다. 상업화 이후 경상기술료(로열티)는 별도로 받는다.

한미약품은 이 계약이 단일 후보물질 기준으로 자사 사상 최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2015년 사노피와 맺은 39억유로(당시 약 4조8천억원) 규모 계약은 당뇨 신약 후보물질 3종을 묶은 거래였다.

이 후보물질은 아직 임상 1상 단계 물질이다. 사람 대상 개념검증(PoC) 데이터가 나오기 전인데도 계약금이 총액의 8%를 넘었다.

기존 GLP-1 계열 비만약의 한계인 근 손실을 보완하는 기전이 높은 평가를 받은 근거다.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현재 시장을 지배하는 비만약은 모두 인크레틴 계열이다. 인크레틴은 음식을 먹으면 장에서 분비돼 인슐린이 나오도록 돕는 호르몬을 통칭하는 말로, GLP-1과 GIP가 대표적이다.

위고비는 GLP-1이라는 호르몬 경로를, 마운자로는 여기에 GIP를 더한 두 경로를 자극해 식욕을 억제한다. 체중은 확실히 줄지만, 지방만 골라 빠지지는 않는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로슈가 비만 시장에서 릴리·노보 대비 차별화 카드로 도입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목표주가를 64만원에서 73만원으로 올렸다.

한미그룹 본사 전경

[출처: 한미그룹]

◇ SK바이오팜, 선급금 5천532억을 얹어 사 왔다

SK바이오팜은 미국 나스닥 상장사 바이오헤이븐(Biohaven)으로부터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 오파칼림(Opakalim·BHV-7000)과 칼륨채널 디스커버리 플랫폼에 대한 글로벌 독점 라이선스를 확보했다.

총 계약 규모는 7억9천500만달러(약 1조996억원)로 한미약품 거래의 3분의 1 수준이다. 다만 돈이 나가는 방향이 반대다.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 4억달러(약 5천532억원)를 SK바이오팜이 지급한다. 계약 완료 시 3억5천만달러, 1년 뒤 5천만달러로 나눠 낸다. 총액에서 선급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는다.

오파칼림은 Kv7.2/7.3 칼륨채널을 선택적으로 활성화해 발작을 유발하는 비정상 신경신호를 억제하는 물질이다. 부분발작 환자 대상 임상 2·3상이 진행 중이다. 임상은 바이오헤이븐이 계속 수행하고 비용은 SK바이오팜이 부담한다.

오파칼림은 SK바이오팜의 주력 제품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를 위협할 후보로 꼽혀온 약이다. 적응증이 부분발작으로 겹친다.

기전은 반대다.

엑스코프리가 나트륨채널을 막는 약이라면 오파칼림은 칼륨채널을 여는 약이다. 한 회사가 서로 다른 방식의 뇌전증 약 두 개를 갖는 구조다.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이사 사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러한 서로 다른 기전의 물질을 확보해 1+1이 단순히 2가 되지 않는 그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고 강조했다.

이선경 SK증권 연구원은 "경쟁자 진입에 따른 우려와 단일 에셋 의존도에 따른 우려를 동시에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신약후보 물질 도입 발표하는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이사

[출처: SK바이오팜]

◇ 삼성바이오, 3조 증자…신주 227만주 발행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결의한 유상증자 규모는 3조9억원이다. 신주 227만주를 주당 132만2천원에 발행한다.

조달 자금 중 2조7천62억원은 스위스 펩타이드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폴리펩타이드그룹(PolyPeptide Group) 인수에, 2천948억원은 인천 송도 제2바이오캠퍼스 증설에 투입한다.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는 지난달 발표됐다. 인수 금액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인수합병(M&A) 사상 최대다.

CDMO는 제약사로부터 의약품 개발과 생산을 위탁받아 대신 수행하는 기업으로, 반도체의 파운드리에 해당한다.

인수가 끝나면 삼성바이오에는 유럽·미국·인도 등 5개국 6개 생산 사이트와 펩타이드 합성 역량이 한꺼번에 손에 들어온다. 공장을 지어 확보하려면 최소 2년, 기술 축적은 그보다 오래 걸리지만 이 시간을 회사 인수로 한 번에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는 "글로벌 톱티어 CDMO로의 도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자 유상증자를 단행했다"고 말했다.

다만 인수에 따른 자금 부담은 일정 부분 불가피하다.

김준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약 2조7천억원의 인수대금과 향후 6공장, 제3캠퍼스 투자를 동시에 고려할 경우 자본배분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팔던 자리에서 사는 자리로

그동안 국내 제약·바이오의 조 단위 거래는 대부분 기술수출이었다. 국내에서 만든 후보물질을 글로벌 제약사에 넘기고 계약금과 마일스톤을 받는 구조다.

한미약품 거래가 그 전형이다.

임상 1상 물질의 전 세계 권리를 넘기고 계약금을 먼저 받은 뒤 개발 단계마다 마일스톤을 챙긴다. 이후 개발과 상업화, 그에 따른 위험은 제넨텍이 진다.

두 건은 흐름이 반대다.

SK바이오팜은 나스닥 상장사의 후기 임상 파이프라인을 직접 사들여 미국 직판 망에 얹는 구도를 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항체·mRNA·항체약물접합체(ADC)에 이어 펩타이드까지 담기 위해 유럽 CDMO 기업 지분 100%를 사는 데 필요한 자금을 주주에게서 조달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전경

[출처: 삼성바이오로직스]

◇ 확정된 성과는 아직 없다

제약·바이오업계의 계약 특성상 앞으로 임상 결과가 중요해졌다.

HM17321은 임상 1상 단계다. 마일스톤 2조9천263억원은 임상·허가·상업화 단계를 모두 통과해야 들어온다. 로슈가 자체 개발 중인 GLP-1/GIP 계열 에니세파타이드, 아밀린 계열 페트렐린타이드와의 고정용량복합제(FDC)로 전개될 것이라는 게 증권가 관측이다.

오파칼림은 첫 임상 3상 탑라인이 올해 말, 두 번째 결과가 2028년 초 나온다. 2028년 상반기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신청을 거쳐 2029년 상반기 미국 출시가 목표다.

같은 칼륨채널 계열인 제논(Xenon)의 아제투칼너가 3분기 FDA 허가 신청을 앞두고 있어 시장 진입 순서는 뒤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늘린 설비를 채울 물량이 남은 과제다.

1~4공장은 이미 완전가동 상태고 5공장과 미국 록빌 공장이 3분기부터 매출을 내기 시작한다. 여기에 이번 증자로 제2바이오캠퍼스 증설과 폴리펩타이드그룹의 유럽·미국·인도 생산기지가 더해진다. 설비는 앞서 늘어나는데 이를 채울 수주 속도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 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상반기 확정 신규 수주는 누적 수주 금액 기준 약 5억달러 증가에 그쳐 수주 회복 여부는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며 "실질적인 주가 재평가를 위해서는 신규 대형 수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msbyun@yna.co.kr

변명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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