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집권 이후 첫 개각에서 부동산과 세제를 책임지는 경제부처 수장을 동시에 교체했다.
지지율 하락의 핵심 원인으로 부동산 정책과 세제 개편 논란이 지목되는 상황에서 정책 기조 자체를 뒤집기보다는 장관 교체를 통해 책임의 모양새를 갖추고 집행 속도를 높이는 쪽을 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30일 재정경제부와 국토교통부, 법무부, 국방부, 중소벤처기업부, 성평등가족부 등 6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공석을 채우는 수준을 넘어선 중폭 개각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이번 인사를 두고 "다시 신발 끈을 묶고 열심히 뛰자는 취지"라고 설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책 방향을 바꾸기보다 흐트러진 국정 동력을 추슬러 다시 속도를 내겠다는 얘기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경제 정책의 양대 축인 재경부와 국토부 수장이 동시에 교체됐다는 점이다.
당초 여권 안팎에서는 공석인 중기부와 법무부 등을 중심으로 제한적인 개각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국토부에 더해 재경부까지 한꺼번에 개각 대상에 포함된 것은 예상 밖이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의 해외 출장 과정에서 빚어진 혼선은 이번 개각의 전격성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오전 미국 애슈빌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공항에 도착한 직후 개각 소식을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항공편 일정을 조정하려 했지만, 이미 예정된 대외 일정을 고려해 결국 예정대로 출국했다.
이를두고 관가에서는 개각의 폭과 시점이 막판까지 극히 제한적으로 공유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한 부처 고위 관계자는 "경제부처까지 포함한 개각 폭이 예상보다 컸던 것은 사실"이라며 "장관 교체 자체보다 경제라인을 동시에 손댔다는 데서 메시지를 읽을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후보자에는 이형일 재경부 1차관이 발탁됐다. 이 후보자는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부터 기획재정부 1차관을 맡아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그렸고, 재경부 출범 이후에는 이번 세제 개편을 비롯한 주요 정책을 사실상 설계해 온 인물이다.
국토부 장관 후보자에는 홍지선 국토부 2차관이 지명됐다.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로 재임할 당시 경기도 도시주택실장을 지내며 기본주택 정책을 만들었던 이른바 '경기 라인'이다.
두 사람 모두 현직 차관을 장관으로 끌어올린 인사라는 점은 이번 개각의 성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세제와 부동산을 둘러싼 여론 악화에 대응해 장관은 바꾸되, 정책을 실제 설계하고 집행해 온 실무 책임자를 승진시켰다. 인적 쇄신과 정책 연속성을 동시에 택한 셈이다.
특히 이 후보자는 논란이 된 세제 개편안을 직접 주도해 온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를 경제 사령탑으로 승진시킨 것은 일부 보완 가능성과 별개로 세제와 재정정책의 큰 방향까지 되돌리지는 않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홍 후보자의 발탁 역시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이 최근 부동산 정책의 핵심으로 '공급'을 거듭 강조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경기도 시절 주택정책을 함께 만들었던 관료를 장관으로 올린 것은 공급 확대에 한층 강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인사로 풀이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번 발탁은 부동산과 세제를 둘러싼 민심을 의식한 쇄신 성격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후임으로 정책을 가장 잘 아는 현직 차관을 올렸다는 것은 정책 방향 자체를 바꾸겠다는 뜻은 아니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청와대 경제라인이 그대로 유지된 것도 정책 기조의 연속성을 뒷받침한다.
야권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조차 김용범 정책실장과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등 청와대 경제 참모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됐지만 이번 인사 대상에서는 빠졌다. 재경부와 국토부 장관은 교체하면서 정책 컨트롤타워는 유지한 것이다.
이는 대미 투자와 세제 개편, 내년도 예산안 편성 등 굵직한 현안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청와대 정책라인까지 동시에 바꾸는 데 따른 부담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개각은 경제정책의 방향을 전환하기 위한 인사라기보다 성과를 내기 위한 집행 체제의 재정비에 가깝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개각 직후 이 대통령이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약 한 달여 만에 부동산 관련 메시지를 올리며 향후 정책 방향을 직접 예고하기도 했다.
지지율 부정 평가의 핵심 요인으로 부동산이 꼽히는 상황에서 개각 직후 다시 부동산을 꺼내 든 것 자체가 정책 드라이브를 늦추지 않겠다는 신호인 셈이다.
이 대통령은 모건스탠리가 내년 1분기 한국 기준금리가 연 3.5%까지 오를 가능성을 전망한 기사를 공유하며 "부동산 투기에 관심을 가진 분들은 특히 유의해야 한다"고 콕 짚었다.
이어 주택담보대출 연체와 경매 물건 증가, 낙찰률을 언급하며 고금리에 따른 주택가격 급락 가능성에도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또 서울 구청장에게 500가구 이하 사업의 인허가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과 국토부 주택공급 인력 확대, 가용택지 추가 발굴 등을 거론하며 공급 확대 방침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이는 투기 수요에는 금융과 세제를 통해 경고를 보내되, 공급에는 속도를 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집값이 급락할 경우 공공이 주택을 매입하는 안전판까지 준비하겠다고 한 점은 가격 상승과 하락 모두에 대비하겠다는 의중인 셈이다.
또 다른 부처 관계자는 "경제부처 수장은 바꿨지만 부동산과 세제를 둘러싼 정책 방향은 오히려 더 선명해진 셈"이라며 "새로운 길을 찾기보다 기존 정책의 집행 속도를 높여 성과로 민심을 되돌리겠다는 이야기인만큼 다소 주춤했던 부처 간 대응 속도와 강도도 더 높아질 듯 하다"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정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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