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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은 지금] '남의 돈은 사양이요'…프랍 펌 전성시대

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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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연합인포맥스) 지난주 영국 XTX마켓츠가 발표한 공시는 왜 주요국 금융권에서 고유자본 트레이딩 회사(프랍 펌)가 그토록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XTX마켓츠 창업자 알렉스 게르코

[출처 : XTX마켓츠]

TXT가 영국 기업등록소(companies house)에 발표한 공시에 따르면 2025년 회사 트레이딩 수익 중 17억파운드에 달하는 배당 재원이 억만장자이자 XTX의 창업주인 알렉스 게르코와 23명의 핵심 기술 개발자에게 분배됐다. 23명이 총 8억3천300만파운드를 나눠 가져 1인당 평균 수령액이 3천620만파운드(약 676억원)에 달했다.

게르코는 작년 한 해에만 6억8천300만파운드(1조2천762억원)를 쓸어담으며 전년 대비 31%나 증가했다. 1979년생인 게르코는 수년째 영국 최고액 납세자 중 한 명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XTX는 외부 자금을 펀딩하지 않고 자기 자본과 부채 레버리지 만으로 자산을 운영하는 프랍 펌의 전형이다. 방대한 연산 능력과 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극미한 마진을 누적시키며 세계 최대 시장 조성자 중 하나로 올라서고 있다.

영미권 금융시장에서 눈에 띄는 점은 XTX 같은 프랍 펌이 압도적인 수익률과 연봉을 바탕으로 고급 인재를 빨아들이고 다시 성장하는 구조가 자리잡혀 가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프랍 펌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제인스트리트는 지난해 순거래 수익이 396억달러에 달하며 전통의 가장 JP모건의 순거래 수익 358억달러를 웃돌기도 했다.

아시아권과 유럽권에선 고유 자본을 활용해 대규모 마켓 메이킹과 레버리지 투자에 나서는 회사를 아직은 찾아보기 힘들다. 아시아 헤지펀드들이 모인 싱가포르에선 그라스호퍼, 홍콩 시장에선 이클립스 트레이딩 같은 회사가 프랍 펌 모델을 갖췄으나 제인스트리트나 XTX 같은 핵심 플레이어들과는 거리가 있다.

반면 금융 선진국인 미국과 영국에선 프랍 펌의 존재감이 날이 갈수록 커지며 기존 주류 금융기관을 위협하고 있다. 제인스트리트뿐만 아니라 허드슨리버트레이딩(HRT), 헤지펀드 시타델의 계열사 시타델시큐리티즈 등은 탑티어 헤지펀드보다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하고 입사 난도를 자랑한다는 점에서 월가의 최상위 티어로 대접받고 있다.

프랍 펌의 존재감은 압도적인 성장세에서 드러난다.

금융시장 분석업체 크리실콜리션그리니치에 따르면 제인스트리트와 HRT 등 비은행 유동성 공급자(NBLP)의 매출 규모는 2025 회계연도에 1천140억달러에 이르렀다. 전년 동기 대비 45% 급증한 수치다. NBLP는 장외 시장에서 지정된 거래 상대방으로서 순수 시장 조성 분야에서 은행과 직접 경쟁하는 기관이다.

NBLP의 급성장 배경에는 정교한 시장 조성 외에 고유 계정의 위험 자본 직접 투자가 있다. 해당 부문 매출은 843억달러로 전년 대비 60% 가까이 늘어났다.

매출 성장세보다 더 놀라운 점은 평범한 자산운용사가 넘보기 힘든 영업이익률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매체 이파이낸셜커리어즈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기준 제인스트리트의 영업이익률은 69%에 달했다.HRT는 59%, 시타델시큐리티즈는 47%를 찍었다. 투자은행과 사모펀드(PE)는 물론, 어지간한 헤지펀드들도 명함을 내밀기 어려운 수익률이다.

제인스트리트 로고

[연합뉴스 자료사진]

프랍 펌이 이처럼 활개를 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는 상환 우려가 없는 순수 자기 자본이라는 점이다.

외부 투자자(LP)의 자금으로 운용되는 헤지펀드나 사모펀드, 자산운용사는 시장이 극심한 공포에 직면했을 때 환매 요청이라는 구조적 위험에 노출된다. 환매 요청은 시장 하락기에 펀드의 강제 투매를 유도하게 되고 변동성이 커질수록 오히려 리스크 노출을 줄이게 만드는 악순환이 작동한다.

반면 프랍 펌은 파트너 자본 및 내부 유보금으로만 운용되므로 펀드 런이나 자금 회수의 공포로부터 완전히 격리돼 있다. 따라서 시장 공포가 극에 달하고 스프레드가 넓어질 때 펀딩 캐피털들이 위축되는 동안 프랍 펌은 오히려 레버리지를 더 일으켜 시장의 비정상을 오히려 역이용할 수도 있다.

또한 고유 자본 중심의 투자회사는 투자 대상에 대한 제약과 가이드라인이 없어 포트폴리오가 유연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일명 '볼커 룰'과 바젤 III 체제에서 주류 투자은행의 접근이 금지된 영역을 프랍 펌들이 날카롭게 파고들 수 있었던 배경이다.

결국 고유 자본이 금융시장에서 유의미한 수준으로 성장할 때까지 난관이 많지만, 한 번 궤도에 오르면 외부 조달 운용사보다 훨씬 더 이점이 많다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 월가에서 프랍 펌이 갈수록 늘어나는 이유다.

물론 여전히 '남의 돈을 탐하는' 자산운용사는 월가의 기본 골격이지만 PE나 헤지펀드, 벤처캐피털 출신들이 자체 프랍 펌을 세우는 추세는 앞으로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프랍 펌의 강력한 성장세를 견제하려는 움직임도 새로운 도전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은행 프랍 펌의 시장 지배력이 확대됨에 따라 미국 금융당국은 제도적 통제를 강화하려 시도했다. 작년 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고빈도 트레이딩 펌과 비은행 시장 조성자들이 실질적으로 기존 투자은행 딜러와 동일한 시장 조성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을 근거로 이들을 '딜러'의 범위에 포함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SEC 등록 및 자기자본 규제, 자율규제기구(FINRA) 가입이 강제됐다.

하지만 이에 대한 소송에서 미국 텍사스 연방법원은 SEC가 증권거래법상 부여된 법적 권한을 넘어섰다며 해당 규제를 전면 무효화한 바 있다.

이와 별개로 SEC는 미국 국채시장 중앙청산 의무화 제도를 추진하는 등 프랍 펌에 불리한 규제를 손질 중이다. 프랍 펌의 전성시대가 열리면서 견제 수위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진정호 뉴욕특파원)

jhjin@yna.co.kr

진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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