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만약에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올해 초 입소문을 통해 극장가를 달군 영화 '만약에 우리'를 관통하던 질문은 롯데손해보험 매각과정을 지켜보는 금융권에서도 오버랩된다.
롯데손보의 최대 주주인 사모펀드(PEF) JKL파트너스는 신한금융지주와의 단독 협상이 가격 차이로 평행선을 달리자 결국 다시 공개 매각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시장의 시선은 기대보다 우려에 가깝다.
과거를 돌아보면 롯데손보 매각 작업의 발목을 잡은 것은 언제나 '눈높이 격차'였다. 롯데손보는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보험계약마진(CSM) 확대를 앞세워 2023년 당기순이익 3천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지난 2019년에 롯데손보를 인수한 JKL파트너스는 5년 후 엑시트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당시 우리금융지주가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최소 2조원 안팎에 달하는 높은 매각가로 무산됐다. 당시 업계에서는 JKL파트너스가 무리하게 비싼 가격을 책정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회계적 이익의 지속 가능성과 추가 자본확충 부담 등 인수 후 떠안아야 할 리스크를 감안할 때 원매자들이 제시할 수 있는 적정가와 괴리가 컸기 때문이다. JKL파트너스가 시장의 현실적 가격을 수용하고 매각 구조를 유연하게 짰더라면, PEF의 성공적인 보험사 투자 사례로 남을 수도 있었다.
매각에 실패한 롯데손보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자본 적정성 취약 등급을 받아 지난해 적기시정조치를 받는 등 고난의 시간을 보냈다.
올해 5월 경영개선계획에 대한 조건부 승인을 받아 한숨 돌리게 됐다. 경영 리스크가 일부 해소되면서 롯데손보 매각에도 속도가 붙었다. 이번에는 신한지주가 단독 인수 후보로 급부상하며 시장의 관심을 모았지만, 롯데손보의 중순위 투자자인 IMM인베스트먼트가 비토권을 행사하면서 안갯속에 빠졌다.
신한지주는 인수 자금 외에 추가 자본금 확충이 필요한 만큼 롯데손보 매각가 마지노선을 약 8천억원 수준으로 정했는데, 이는 IMM인베가 손실을 보는 구간으로 알려졌다.
단독 협상이 어그러지며 내달 공개 매각에 나설 예정이지만, 현재의 판도 역시 녹록지 않다. 보험사 인수에 관심이 있던 한국투자금융지주는 KDB생명을, OK금융그룹은 예별손해보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금융지주 등 대형 원매자들도 이미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재편했거나 보수적인 자본 관리 기조로 돌아선 상황에서, 경쟁 입찰을 통해 몸값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입찰에 참여할 유효 원매자가 부족해 유찰되거나 가격 후려치기에 직면할 경우, 기업가치 훼손은 물론 경영 불확실성만 가중된다. 또한, 무리하게 높은 매각가에 집착하다 공개 매각마저 불발되면 조건부로 승인받았던 경영개선계획도 수포가 될 수 있다. 이는 결국 롯데손보 계약자에게 피해를 안겨 줄 뿐이다.
'만약에'라는 가정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한다. 공개 매각 무대에 다시 선 롯데손보가 과거의 실책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현실적인 밸류에이션을 바탕으로 시장과의 눈높이 타협이 선행돼야 한다. (금융부 이윤구 기자)
[롯데손해보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yglee2@yna.co.kr
이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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