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운용 'RISE 글로벌AI낸드메모리반도체' 출시…"유행보다 구조적성장 테마"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조정받고 있다. 과거 메모리 반도체가 호황과 불황을 반복했던 만큼, 이번 상승세도 결국 '사이클'의 정점이 아니냐는 시각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 사이클 논리 자체가 깨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육동휘 KB자산운용 ETF상품마케팅본부장은 31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AI 모델들의 학습 과정이 궤도에 오른 뒤, 추론 시대에는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하고 빠르게 불러오는 과정에서 새로운 병목이 발생한다"며 "그 해결책이 바로 낸드 플래시"라고 밝혔다.
수요의 성격이 달라졌다는 것이 KB운용의 판단이다.
스마트폰 수요와 서버 증설은 주기가 있지만, AI 서비스는 사용되는 한 데이터가 계속 쌓이고 저장 공간이 필요하다. AI 반도체 투자의 초점이 '저장용 메모리'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투자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KB자산운용은 낸드 메모리 밸류체인에 집중 투자하는 'RISE 글로벌AI낸드메모리반도체' ETF를 상장한다. 운용사에 따르면 낸드 밸류체인 특화 ETF는 국내에서 처음이다. 반도체 ETF가 쏟아지는 가운데 'AI 병목의 확장'을 테마로 차별화를 시도한 상품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낸드 수요의 주체가 바뀌었다…"사이클 종식의 근거"
육 본부장은 낸드 수요의 구조 자체가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빅테크들의 AI 설비투자(CapEx)가 계속 확장되면서, 낸드 수요의 주체가 개인의 스마트폰에서 기업의 '데이터센터'로 이동했다"며 "토큰 사용량이 급증하는 AI 에이전트 환경에서는 비싸고 용량 확장이 제한적인 HBM의 빈자리를 대용량 기업용 고체상태드라이브(eSSD)가 채우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eSSD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제치고 낸드의 최대 응용처로 올라설 전망이다. AI 인프라 구축이라는 메가트렌드에 탑승하면서 낸드가 전통적인 사이클 산업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SK·샌디스크·키옥시아' 글로벌 4강에 70% 동일 가중 투자
국내 상장된 기존 반도체 ETF들이 대부분 한국 단일 국가나 미국 핵심 기술주에 편중된 것과 달리, 이 ETF는 한국·미국·일본의 글로벌 낸드 밸류체인을 모두 담았다.
포트폴리오의 70%는 낸드 시장의 핵심 4개사에 동일 가중(각 17.5%)으로 투자한다. 종합 반도체 강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그리고 순수 낸드 전문 기업인 미국의 샌디스크(SanDisk)와 일본의 키옥시아(Kioxia)가 그 주인공이다.
상위 4개사를 시가총액이 아닌 동일 가중으로 편입한 이유에 대해 육 본부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시가총액이 압도적으로 크지만 종합 반도체 회사여서 낸드 집중도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샌디스크·키옥시아와 같은 비중으로 배분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30%는 마이크론, 램리서치, 도쿄일렉트론 등 보완 기업과 저장 인프라 밸류체인에 시가총액 가중 방식으로 배분하되 종목당 최대 10%로 상한을 설정했다. 마이크론은 메모리 전체 매출 기준으로는 세계 3위지만 D램과 낸드 비율이 약 8대 2로 낸드 집중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핵심 4개사가 아닌 보완 기업으로 분류됐다.
육 본부장은 "낸드에만 순수하게 노출된 해외 기업을 포트폴리오에 담기 위해 원화·달러·엔화 3개 통화를 다뤄야 하는 운용상 번거로움을 감수했다"며 "특히 지난 8월 SK하이닉스와 샌디스크가 차세대 낸드인 HBF(High Bandwidth Flash)의 개방형 표준을 공동 발표했는데, 키옥시아 역시 SK하이닉스가 주요 주주로 있는 만큼 이들 3개사가 향후 AI 저장 매체의 표준을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다통화 분산 및 글로벌 포트폴리오 구축에도 불구하고 총보수는 연 0.450%로 책정됐다. 육 본부장은 "3개 통화를 운용하는 데 드는 비용과 유동성공급자(LP)의 호가 제시 난이도를 고려해 산정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KB자산운용]
◇"단기 테마 아닌 연금 계좌의 코어 자산 될 것"
최근 국내 투자자들의 매매 패턴이 단기 테마성 레버리지나 변동성에 쏠려 있는 것에 대해 육 본부장은 "변동성을 선호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면서도 "한국 투자자들은 특정 테마로 자금이 동조화되는 현상이 유독 강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10명이 성과를 보면 20명, 30명이 따라붙는 속도가 (다른 나라보다) 빠르다"며 "RISE 글로벌AI낸드메모리반도체 ETF는 단기적인 유행이 아니라 산업의 구조적 전환에 기반을 둔 상품"이라고 장기 투자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육 본부장은 "최근 증시 변동성 확대로 반도체 관련주가 조정을 받았지만,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막대한 이익 창출력과 투자 의지를 감안하면 지금이 오히려 투자하기 좋은 환경일 수 있다"며 "초기 설정액은 100억 원으로 시작하지만, 낸드 시장의 개화와 함께 3천억 원에서 5천억 원 규모의 시장 대표 펀드로 키워내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다만, 빅테크의 AI 설비투자 확장이 예상보다 둔화되거나 금리 상승으로 자금 조달 연쇄 고리가 약해질 경우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 하방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육 본부장도 "아직까지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이익 창출력이 한계점에 도달한 것은 아니라고 보지만, 설비투자 축소 가능성은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라고 덧붙였다.
kslee2@yna.co.kr
이규선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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