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월가는 MMF·국채, 미래에셋은 커버드콜…달아오른 '토큰화 펀드' 경쟁

26.08.31.
읽는시간 0

미래에셋증권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토큰화 펀드' 경쟁이 머니마켓펀드(MMF)와 미국 국채 등 현금성 자산을 넘어 주식과 파생상품 전략이 결합된 상장지수펀드(ETF)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블랙록과 프랭클린템플턴, UBS 등이 국채와 MMF를 중심으로 토큰화 시장을 개척했다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홍콩에서 커버드콜 ETF를 직접 토큰화하며 적용 영역을 한 단계 넓혔다.

특히 국내에서는 아직 자산운용사가 자체 운용 펀드를 토큰화해 일반 투자자에 상용 판매한 사례를 찾기 어려운 만큼, 미래에셋이 홍콩에서 먼저 실질적인 유통 구조를 구현했다는 점도 업계 눈길을 끌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은 지난 27일 씨티 및 디지털자산 플랫폼 OSL과 함께 '글로벌X HSCEI 커버드콜 액티브 ETF'에 토큰화 클래스를 도입했다.

이는 미래에셋이 직접 운용하는 펀드를 토큰화한 첫 사례다. 토큰 하나가 펀드 지분 한 좌와 일대일로 대응해 투자자는 기존 펀드에 대한 권리를 유지하면서 이를 블록체인상의 토큰 형태로 보유할 수 있다.

◇월가는 MMF·국채부터…토큰화, 일반 투자상품으로 확장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펀드 토큰화는 이미 수년 전부터 진행돼 온 추세다.

대표적인 사례가 프랭클린템플턴의 '프랭클린 온체인 미국정부 머니펀드'다. 미국 등록 뮤추얼펀드 가운데 처음으로 퍼블릭 블록체인을 공식 주주명부와 거래 기록 시스템으로 활용하면서 펀드 지분을 디지털 토큰 형태로 구현했다.

블랙록 역시 미국 국채와 현금성 자산 등에 투자하는 토큰화 펀드 'BUIDL'을 출시하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전통 금융회사가 운용하는 펀드 지분을 블록체인 위에서 보유하고 이전할 수 있도록 만든 구조다.

UBS자산운용도 이더리움 기반 토큰화 머니마켓 상품 'uMINT'를 선보였다.

홍콩에서도 CSOP자산운용이 HSBC와 함께 홍콩달러 MMF ETF에 토큰화 클래스를 도입하는 등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간 공통점은 초기 토큰화 대상이 대부분 MMF나 미국 국채처럼 변동성이 낮고 현금성 자산에 가까운 상품이었다는 점이다.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현금을 보관하면서 일정한 수익을 얻는 동시에 결제와 담보, 자산 이전 등에 활용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었다.

반면 미래에셋은 홍콩H지수 구성 종목에 투자하면서 콜옵션을 매도하는 커버드콜 ETF를 토큰화 대상으로 택했다.

2024년 출시된 '글로벌X HSCEI 커버드콜 액티브 ETF'는 홍콩H지수를 기초로 주식과 옵션 전략을 결합한 상품으로, 지난 27일 기준 순자산은 약 3조8천억원에 달한다. 이미 상당한 규모로 운용되고 있는 전통 ETF에 토큰화 클래스를 추가했다는 점에서 MMF나 국채 중심이었던 초기 토큰화 흐름과는 차이가 있는 셈이다.

미래에셋의 이번 상품 출시는 토큰화 펀드의 범위가 '온체인 현금'에서 일반적인 투자상품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도 크다.

금융시장 차원에서 중요한 변화는 상품 자체보다 발행과 유통, 결제 인프라에 있다.

토큰화 클래스는 펀드의 기초자산이나 투자전략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펀드 지분의 보유와 이전 방식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바꾸는 구조다.

장기적으로는 투자자 등록과 지분 이전, 결제 업무를 단순화하고 24시간 거래나 소액 단위 투자, 다른 디지털자산과의 결제·담보 연계까지 확장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얘기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씨티가 수탁과 펀드 사무관리, 투자자 등록 및 지분 이전을 지원하고 OSL이 디지털자산 플랫폼을 통한 접근 경로를 제공하는 것도 이런 구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국내는 아직 PoC…코빗 인수와 맞물린 '미래에셋 3.0'

국내에서는 아직 자산운용사가 자체 운용하는 펀드를 직접 토큰화해 일반 투자자에게 상용 판매한 사례는 사실상 없는 상태다.

신한자산운용이 최근 원화 초단기채펀드를 해외 기관투자자가 매수한 뒤 토큰 형태로 발행·유통하는 방안을 놓고 기술검증(PoC)에 착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이는 실제 상품 출시가 아니라 역외 시장을 전제로 한 기술검증 단계다.

과거 부산 규제자유특구에서 부동산 펀드의 수익증권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유통하는 실증이 이뤄진 적도 있지만, 이 역시 규제특례를 활용한 제한적 사업에 불과했다.

이런 점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홍콩에서 자체 운용 ETF의 토큰화 클래스를 실제 출시한 것은 국내 운용업계에서도 한발 앞선 시도로 평가될 수 있다.

특히 이번 상품은 미래에셋그룹의 디지털자산 전략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유의미하다.

미래에셋은 최근 코빗을 인수해 디지털자산 플랫폼 사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거래 플랫폼을 확보한 데 이어 자산운용사가 자체 금융상품까지 토큰화하기 시작하면서 향후 전통 금융상품의 제작과 디지털 형태의 유통을 연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행보였다.

이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강조해 온 '미래에셋 3.0' 구상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단순히 가상자산을 사고파는 거래소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셋이 강점을 가진 자산운용과 증권 비즈니스를 블록체인 기반의 새로운 금융 인프라 위로 옮기는 작업이라는 의미다.

향후 토큰증권(STO)과 실물연계자산(RWA),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확대될 경우 자산운용사가 만든 ETF와 펀드, 증권사의 금융상품, 디지털자산 플랫폼을 하나의 생태계에서 연결하는 구조도 가능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월가가 MMF와 국채에서 시작했다면, 미래에셋은 커버드콜 ETF를 통해 일반 투자상품으로 토큰화의 범위를 넓힌 것"이라며 "결국 앞으로 경쟁의 핵심은 어떤 코인을 더 많이 상장하느냐보다 기존 금융상품을 누가 더 효율적으로 블록체인 위에 올리고 발행·유통·결제까지 연결하느냐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jwon@yna.co.kr

전병훈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