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연합뉴스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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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네팔 히말라야 산맥에서 빙하와 토석이 무너지며 급작스러운 돌발 홍수가 마을을 덮쳤고, 수백 명의 목숨이 흙더미 속에 묻혔다. 언론은 이를 거대한 '자연재해'라 부른다. 그러나 수천 년간 자리를 지켜온 얼음산이 섭씨 수십 도를 넘나드는 이상 기후 속에 녹아내리고, 그 위험지대마저 무분별한 토목 사업과 개발의 이름으로 파헤쳐진 현실을 본다면 과연 이것을 자연의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이것은 '인재(人災)'에 가깝다.
네팔 홍수 소식은 그렇지 않아도 커져가는 기후 불안을 증폭시키고 개발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이게 맞나'라는 질문을 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환경단체들은 이미 네팔 홍수와 연계해 메가프로젝트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네팔의 가난한 산악 주민들이 전 세계가 쏟아낸 탄소와 무리한 토목 공사의 결과로 목숨을 잃었다면, 미국의 평범한 소도시 주민들은 인공지능(AI)이라는 새로운 황금알을 낳기 위해 자신들의 식수와 일상을 빅테크 기업에 헌납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형태는 다르지만, 두 사건 모두 거대 자본이 창출하는 이익과 그로 인한 환경적 피해가 철저히 분리되는 폭력을 보여준다.
AI 서비스 확산과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수적인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는 주변에 소음, 열섬 현상을 유발하고 전자파 피해를 줄 것으로 우려된다. 경기도 김포시에서는 주민들이 데이터센터 반대 집회를 열었고 고양시 덕이동에서는 착공신고가 반려되는 등 도심 데이터센터 구축 현장에선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데이터센터 설립 절차의 정당성까지 문제 삼는 미국의 사례를 보면 전자파, 소음 위주로 제기되는 국내의 주민 반발이 앞으로 더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데이터센터 전문 조사기관인 데이터센터워치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올해 1분기에 1천300억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75개가 지역 주민의 반대로 중단되거나 지연됐다.
지난해 전체 중단 규모(약 1천560억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주민 반대가 거세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급기야 뉴욕주는 지난 7월 대형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신규 인허가를 최대 1년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데이터센터 건설 모라토리엄이 선언된 것이다.
갤럽 조사를 보면 데이터센터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절반은 전력·용수 등 자원소비 문제를 반대 이유로 꼽았고 삶의 질 저하(22%), 요금·비용 증가(20%), 소음·대기·수질 오염(16%) 등을 거론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글로벌 브리프'에서 "AI가 가져다주는 편익은 국가 경쟁력이나 기업 실적, 혹은 소수 빅테크 기업의 이윤이라는 형태로 사회 전체에 넓게 분산되는 반면, 그 편익을 만들어내는 데이터센터가 실제로 소비하는 전력과 용수, 그로 인한 소음과 개발 부담은 그 시설이 들어서는 특정 동네와 지역에 고스란히 집중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AIDC 건립에 속도전을 내세우는 가운데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최근 윤석열 정부 때 추진한 댐 5개를 그대로 짓겠다고 밝혔다. 지천댐은 반대 여론이 가장 거셌지만 충청권 메가프로젝트 등으로 물 수요가 늘어나면서 다목적댐으로 용도를 확정했다. 당연하게도 신규 댐 계획을 폐기하라는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뒤따랐다.
데이터센터가 늘어날수록 서버와 장비가 뿜어내는 막대한 역을 식히는 데 필요한 물은 더 많아진다.
에너지 업계 정보분석업체 라이스태드 에너지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물 소비량이 2030년까지 연간 6천440억리터에 달할 수 있다고 추산한다.
[출처:라이스태드 에너지]
물 수요가 이처럼 폭증하는 상황에서 주민 반발과 그에 따른 공기 지연이 늘어나는 것은 수순처럼 보인다.
한경협은 정부가 발표한 AIDC 구축 계획도 결국 주민 동의라는 벽에 부딪힐 위험이 있다면서 부담을 지는 지역 주민과 어떻게 대화하고 동의를 구할지에 대한 설계를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보 공개와 주민 참여를 사업 초기 단계에 제도화해야 사후에 민원을 방어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이다. (산업부 부동산팀장)
이효지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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