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이날 납부 마감…시설투자·ADR 잔여 물량 주목
기업 선물환 순매도 174억弗 18년 만 최대…iM證 "1개월 전망치 1,355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달러-원 환율이 두 달 새 190원 가까이 급락했지만, 서울외환시장에서는 추가 하락 여력이 남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법인세 중간예납 관련 달러 매도는 31일 납부 기한을 맞아 막바지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반도체 기업의 호실적에 따른 수출대금 유입이 이어지는 데다 시설투자와 미국주식예탁증서(ADR) 관련 자금 등 추가로 출회될 달러 물량이 남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지난 28일 장중 1,371.00원까지 밀리며 연저점을 경신했다. 지난달 1일 기록한 장중 고점 1,559.20원과 비교하면 두 달도 지나지 않아 188.20원 급락했다. 28일 오후 3시30분 서울장 종가도 1,372.50원으로 13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단기간에 낙폭이 과도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대체로 수급상 달러 매도 우위가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12월 결산법인의 법인세 중간예납 기한은 이날까지다. 납부에 필요한 원화를 마련하기 위한 환전이 상당 부분 선제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지만 일부 잔여 물량이 장중 출회될 수 있다.
납부 기한이 지나면 법인세 관련 수급 효과가 약해지는 만큼 시장의 관심은 반도체 기업의 시설투자와 ADR 잔여 자금 등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은 수출 호조를 바탕으로 막대한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국내 시설투자와 주주환원 과정에서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수요가 꾸준히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달러 공급 우위는 선물환 수급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업의 선물환 순매도 규모는 174억달러로 지난 2008년 2분기 이후 약 18년 만에 가장 많았다. 3분기 통계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반도체 수출 호조가 이어진 만큼 기업의 달러 매도 여력도 여전히 큰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ADR 발행 관련 달러 매도 물량 역시 완전히 소진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미 상당한 물량이 시장에 나왔다는 인식으로 기대감은 약해졌지만, 잔여 자금은 추가 하락 재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단기적으로 달러-원의 추가 하락을 열어두고 있다"며 "시장의 기대가 낮아졌을 뿐, SK하이닉스 ADR 자금도 추가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미국으로 송금해야 할 수요가 있더라도 기업들이 이미 보유한 달러가 상당하다"며 "송금 수요가 환율을 크게 밀어 올릴 정도의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술적으로는 달러-원이 200주 이동평균선을 밑돈 점이 추가 하락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이영화 BNK부산은행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달러-원이 지난주 1,376원까지 하락하며 200주 이동평균선을 하향 돌파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주 예상 범위는 1,358∼1,388원으로 제시했다.
이 연구원은 오는 9월 1일 발표되는 8월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전년 동월보다 62.9%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전월 2.8%에서 3.1%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양호한 수출과 물가 반등이 확인되면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강화되면서 달러-원의 추가 하락에 힘을 실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 역시 반도체 수출 호조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대규모 주주환원, 무역·경상수지 흑자 확대, 제조업 경기 개선을 원화 강세 요인으로 꼽았다.
한국은행의 연속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이 1.00%포인트에서 0.75%포인트로 축소된 점도 달러-원의 하락을 뒷받침할 것으로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달러-원 환율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9월 중 1,350원대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1개월 뒤 달러-원 전망치를 1,355원으로 제시했다.
차트상 하락 추세가 뚜렷한 만큼, 일각에서는 1,350원선이 무너지면 추가 낙폭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주요 차트가 일제히 하락 흐름을 가리키고 있다"며 "1,350원선이 뚫리면 환율이 추가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 두 달간 급락 폭이 컸던 만큼 저가 매수와 수입업체 결제 수요는 하단을 지지할 변수다. 시장 참가자들은 그간 원화 절상 속도가 상대적으로 빨랐던 만큼 추가 강세 속도는 이전보다 완만해질 것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jykim2@yna.co.kr
김지연
j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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