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처럼 생각하는 E2E, 자율주행 판도 바꿔
테슬라 FSD에 샤오펑·비야디·지커 추격 나서
[※편집자주: 운전자가 운전에서 분리되는 자율주행의 시대가 본격적인 개막을 알렸습니다. 이미 미국과 중국 운전자의 손은 운전대에서 떨어졌고 발은 가속페달과 제어페달에서 멀어졌습니다. 우리나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간접적으로 자율주행의 맛을 보고 있지만, 본격적인 도입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가온 미래 '자율주행'의 현 주소와 우리의 현실에 대해 연합인포맥스는 세꼭지의 기사에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주동일 기자 = 자율주행 기술 구현의 절대적 공식으로 여겨졌던 고가의 센서 '라이다(LiDAR)'와 사전 구축한 고정밀 지도(HD Map)가 설 자리를 잃었다. 입체적인 도로 환경을 실시간 분석하는 고성능 카메라와 인공지능(AI) 신경망이 결합되면서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 판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업계 선두인 테슬라를 필두로, 이를 맹추격하는 중국의 기술 기업들이 가세하면서 글로벌 자율주행 지형도는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엔드투엔드(E2E) 기술이 보급되면서 자율주행 업계의 기술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 자율주행 기술은 조향과 가속, 감속을 자동 제어하기 위해 엔지니어가 개별 알고리즘을 하나씩 설계하는 방식으로 구현됐다. 인지, 판단, 제어라는 독립적인 세 시나리오를 경험에 기반해 하나씩 코딩해야 했다.
하지만 도로의 수많은 돌발 상황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규칙이 늘어날수록 시스템의 복잡성은 커졌고, 규칙끼리 충돌하는 오류가 발생하며 상용화가 더뎌졌다.
이런 한계를 돌파한 것이 바로 E2E 기술이다. 개별 단계를 코딩하는 대신, 카메라 센서로 입력된 시각적 데이터에서부터 차량 제어값 도출까지 모든 과정을 통합 AI(인공지능) 신경망에 학습시키는 방식이다.
전병욱 한국자동차연구원 AI·자율주행 기술연구소장은 지난 26일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자율주행모빌리티산업전' 발표에서 "생성형 AI는 자율주행에서도 인지, 판단, 제어를 통합 학습하는 E2E AI 전환을 가속화했다"며 "사람들은 이걸 '챗 GPT 모먼트'라고도 부를 정도"라고 설명했다.
패러다임 전환의 선두에는 테슬라가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고가의 센서들을 사용하지 않아도 카메라만으로 자율주행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테슬라의 주행 보조 시스템인 FSD(Full Self-Driving)는 차량 주위에 배치된 8개의 카메라 센서 정보만 활용하는 체계를 고수한다. 장애물과 도로 환경을 3차원으로 예측하는 정교한 공간 인지 기술을 바탕으로 작동해 정밀 지도가 없는 낯선 지역에서도 즉각 대처할 수 있다.
압도적인 인프라 투자도 단행하고 있다. 테슬라는 E2E 모델 학습을 고도화하기 위해 수만 대에 달하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러스터를 가동하며 천문학적인 자본력과 데이터 학습 인프라를 투입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신흥 완성차 및 IT 기업들이 테슬라 추격에 나서며 지각 변동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과거 세계 최초로 양산 모델에 라이다를 적용하며 장비 경쟁력을 강조했던 샤오펑(Xpeng)은 최근 기술 노선을 카메라 영상 데이터에 기반한 순수 비전 솔루션으로 급선회했다. 이들이 내세운 차세대 시스템 'VLA 2.0'은 시각 정보를 텍스트로 바꾸는 단계를 없애 차량의 반응 속도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
비야디(BYD), 지커(Zeekr) 등 핵심 중국 브랜드들 역시 자국 시장에서의 막강한 보급률을 발판 삼아 테슬라식 AI 구동 메커니즘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도심 내 경로 안내 및 부분 자율주행을 제공하는 도시 NOA(Navigate on Autopilot) 기술 격차를 매섭게 좁혀가고 있다.
자율주행의 주도권이 하드웨어 센서 조립에서 데이터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기술로 이동하면서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 역시 생존 과제를 마주하게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전 소장은 "대한민국은 2세대 자율주행을 신속히 추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상황"이라며 "동시에 3세대 피지컬 AI 기반 자율주행 기술을 선점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iju@yna.co.kr
주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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