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2E 방식으로 바뀐 자율주행 개발 변화 놓쳐
2028년에나 엔비디아 협력한 레벨2+ 선보일 듯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은별 기자 = "자율주행 기술은 테슬라가 빠르게 하고 있고 웨이모도 잘하고 있다. 어느 회사든 배울 점이 있으면 배워야 한다."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이 지난 5월 내놓은 평가는 현대차[005380]가 처한 자율주행 경쟁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현대차는 현재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 등에선 레벨2 수준 기술을 양산 중이지만, 차세대 경쟁 축으로 떠오른 E2E(엔드투엔드)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은 아직 실증·양산 준비 단계다. 이제는 '데이터'를 무기로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현재 고속도로주행보조(HDA2) 등 레벨2 수준의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을 양산 차에 적용하고 있다. 차세대 E2E AI 기반 자율주행은 실증 단계로, 오는 2028년 첫 양산 소프트웨어중심차(SDV)에 레벨2+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그간 현대차가 자율주행 개발 자체에 늦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23년에는 기아 EV9에 레벨3 고속도로자율주행(HDP)을 적용할 계획까지 내놨지만 실제 양산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현대차가 상대적으로 뒤처진다고 평가받기 시작한 시점은 자율주행 개발 방식이 바뀌면서부터다. 자율주행 경쟁은 과거 센서 인식에 따라 인지·판단·제어를 각각 개발하고 규칙을 보완하던 '룰 베이스' 방식에서 대규모 실주행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이를 통합하는 E2E 방식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갔다. 자율주행 경쟁력의 핵심이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확보해 빠르게 학습하고 다시 차량에 배포할 수 있느냐로 넓어졌다.
현대차를 포함한 기존 완성차 업체에는 이 전환 자체가 진입장벽이었다. E2E AI를 구현하려면 고성능 컴퓨팅을 중심으로 차량의 전기·전자 구조를 SDV 체계로 전환하는 동시에, 대규모 주행데이터와 그래픽처리장치(GPU) 학습 인프라에도 투자가 필요하다. 기존 부품·제어 체계를 대규모 갖고 있는 완성차 업체일수록 전환 부담도 컸다.
(서울=연합뉴스) 현대자동차그룹은 29일 서울 강남구 UX 스튜디오 서울에서 플레오스 커넥트 미디어 데이를 개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플레오스 커넥트의 개발 콘셉트와 주요 특징, 향후 적용 계획 등을 발표했다고 30일 밝혔다. 사진은 차량에서 플레오스 커넥트의 글레오 AI 앱이 실행된 모습. 2026.4.30 [현대자동차·기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전문가들도 레거시 완성차 업체가 E2E AI 경쟁에서 늦어진 원인을 기술력 부족보다는 SDV 전환과 투자 지연에서 찾는다. 전병욱 한국자동차연구원 AI·자율주행 기술연구소장은 지난 26일 "레거시 업체가 E2E AI 전환에서 뒤처진 것은 기술력 자체보다는 SDV 전환이 늦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반면 테슬라는 중앙집중형 컴퓨팅과 OTA 체계를 일찍 구축하고 양산 차량의 도로 데이터를 학습에 활용해왔다. 테슬라는 현재 전 세계 800만대가 넘는 차량이 도로 데이터를 생성한다고 밝히고 있다. 운전자 감독이 필요한 FSD도 법적으로는 레벨2 계열이지만 데이터 학습과 업데이트에서 앞서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가 뒤늦게 꺼내든 추격 카드도 결국 '데이터'다. 현대차는 현대차·기아·포티투닷·모셔널이 확보하는 데이터를 같은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센서 아키텍처를 표준화하고, 주행데이터 수집→문제점 분석→'아트리아 AI' 학습·고도화→무선 업데이트(OTA) 배포→추가 데이터 확보로 이어지는 '데이터 플라이휠'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 전략이 본격 작동하는 출발점은 2028년이다. 현대차는 엔비디아와 협업한 첫 양산 SDV에 레벨2+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할 계획이다. 이후 양산 차에서 확보한 주행데이터를 분석·학습해 아트리아 AI를 고도화하고, 이를 레벨2+부터 레벨4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2028년이라는 늦은 출발을 만회할 무기는 전통 완성차 업체로서의 '규모'다. 현대차그룹의 연간 판매량은 700만대를 넘는다. 표준화된 센서·컴퓨팅 체계를 양산차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할 경우 매년 수백만대의 차량을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2029년부터는 5만개 이상의 GPU를 수용할 수 있는 100MW급 새만금 AI 데이터센터도 가동한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경쟁자 대비 크게 뒤처져 있는 학습 데이터 규모를 2033년이면 따라잡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 2028년 첫 양산 SDV는 현대차가 대규모 양산 차 기반의 데이터 플라이휠을 본격적으로 돌리는 출발점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수백만 대의 고객 차량을 데이터 네트워크로 활용하고 있는 테슬라를 상대로, 뒤늦게 학습 경쟁에 뛰어든 현대차가 연 700만대에 달하는 글로벌 양산 규모를 실제 AI 경쟁력으로 전환해 스스로 자신한 '2033년 추격' 시나리오를 현실화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박민우 현대차 AVP본부장은 최근 인베스터 데이에서 "글로벌 양산 체계를 기반으로 축적되는 데이터, 자체 내재화된 AI, 뒷받침하는 인프라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장기적으로 데이터 중심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은 개별 기술 하나가 아니라, 데이터로 확보하고 학습하고 이를 고객 경험으로 연결하는 역량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byun@yna.co.kr
윤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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