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된 자율주행 빗장…한미 FTA로 해외 레벨2 기술 유입 중
DCAS 법제화 추진 중…"국제 기준 도입 계기로 표준화 고민해야"
[출처: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정필중 기자 = 테슬라의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Full Self Driving) 등 해외 기술들이 국내에 상륙하면서 자율주행은 국내에서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지 오래다.
고도화된 레벨2 기술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통해 들어올 수 있는 만큼, 실사용 혼선을 줄이고 산업 생태계의 토대도 마련하기 위해 표준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 상황이다.
◇ '미국산 차량 FSD 사용 가능한데'…사각지대 된 한미 FTA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감독형 FSD는 미국에서 수입된 테슬라 차량에 한 해 국내에서 허용되고 있다.
감독형 FSD는 차량에 달린 카메라와 인공지능(AI) 연산 시스템이 도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인식해 주행하는 기술로, 작동 중에도 운전자가 전방을 계속 주시해야 한다.
FSD는 레벨2보다 좀 더 고도화된 '레벨2++'로 평가받고 있다.
레벨2++는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SAE)의 공식 분류가 아니다. 고속도로에서 가·감속 등을 지원하는 '부분 운전자동화(SAE 레벨2)'를 넘어 일부 도심 주행까지 가능한 단계를 가리키는 업계 용어다.
[출처: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SAE)
테슬라 FSD가 국내에서 사용되는 배경에는 한미 FTA가 있다.
국내 안전 기준을 검증받아야 하는 중국산 차량과 달리, 미국에서 안전 기준을 통과한 차량은 FTA를 근거로 별도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 테슬라의 '모델X', '사이버트럭' 등이 이에 해당한다.
FSD가 FTA를 통해 우회적으로 허용된 사례에 가깝긴 하나, 해외 브랜드 기술들이 국내에 추가로 들어올 수 있단 점에서 국내 시장 내 경쟁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레벨2+' 기술인 슈퍼크루즈도 지난해 11월 국내에 출시됐고, 메르세데스 벤츠도 엔비디아와 공동개발한 레벨2++ 수준의 'MB.드라이브 어시스트 프로'를 내년 유럽에서 선보인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FSD 등) 해외 여러 기술이 한미 FTA와 같은 상위법 개념을 통해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자율주행 기술은 미국, 중국보다 2년에서 2년 반 정도 뒤처져 있다. 정부 지원도 굉장히 약한 편"이라고 짚었다.
◇ FSD 당장 허용되진 않더라도…"DCAS 등 국제 기준 도입 시급"
국내에서도 자율주행 표준 체계를 세우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의 자율주행 표준 규정인 '운전자제어보조장치(DCAS)'의 안전 체계 등을 담은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토부도 관련 법제화를 추진 중이다.
DCAS는 주행보조 기술의 요건과 운전자 감시 의무 등을 담은 국제 규정(UN R171)이다. 시스템이 운전을 보조하되 운전자의 감시를 전제한다는 점에서 레벨2에 속한다.
DCAS가 도입돼도 FSD 같은 고도화된 레벨2 기술이 곧바로 적용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도심 주행이 가능한 FSD가 고속도로 주행을 전제로 한 DCAS의 범주에 포함되는 지 등 관련해 의견이 분분한 탓이다.
테슬라는 지난 4월 네덜란드 차량교통국(RDW)으로부터 승인받는 과정에서 EU 형식승인 제39조 규정 등을 활용했다. 기존 기준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신기술이라도 제조사가 안전성을 입증하면 허용하는 조항이다.
유럽교통안전위원회(ETSC)는 서한을 통해 FSD가 DCAS가 상정한 범위를 벗어났다며 해당 승인에 우려를 표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테슬라의 FSD가 레벨2 범주를 벗어나는 건 아니나 레벨2 국제 허가 기준에는 들어와 있진 않다"며 "DCAS 등 국제 기준에 맞춰 나간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FSD 확대 도입과 별개로,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도 국제 기준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사고 책임을 운전자와 제조사 중 누가 지느냐의 문제가 뒤따른다.
국제 기준 도입을 계기로 사고에 따른 책임 소재 등 표준화에 대한 고민 없이는 국내 자율주행이 산업으로 도약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자율주행을 5단계로 나눠놨음에도 2단계 안에서 계속 분류가 이뤄진다는 건 결국 책임을 누가 지는지가 중요하다는 뜻"이라며 "책임 주체를 정확히 규명할 수 있는지 따져가며 산업적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joongjp@yna.co.kr
정필중
joongj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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