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전병훈 기자 = 서학개미(미국 자산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가 이달에도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SOXL)' 상장지수펀드(ETF)를 가장 많이 거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이후 열 달 연속 미국 주식 가운데 가장 많이 사고판 종목에 올랐고, 이 기간 매수·매도 결제액만 약 780억달러(107조원)에 이른다. 다만 지난달부터 반등 없는 횡보장이 이어지면서 팔 시점을 잡지 못한 채 계좌에 쌓인 보관금액도 65억달러(9조원)까지 불어났다.
3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국내 투자자의 SOXL 결제액은 약 93억달러(13조원)로 미국 주식 가운데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많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9억8천만달러)의 9배를 웃도는 규모다.
SOXL이 월간 결제액 1위에 오른 것은 지난해 11월부터 열 달째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증시가 폭락했던 지난 3월(77억5천만달러)은 물론, 코스피가 9,300선까지 오르던 6월(115억9천만달러)과 20% 넘게 밀렸던 지난달(119억4천만달러)에도 1위 자리는 바뀌지 않았다.
그사이 월간 결제액은 지난해 11월(49억2천48만달러)의 두 배 가까운 수준으로 불었고, 열 달 누적 규모로는 약 780억달러(107조원)에 이른다.
매매 방향은 대체로 시장 흐름과 정반대로 움직였다. 3월 급락 국면에서 국내 투자자는 SOXL을 13억7천만달러가량 순매수했고, 코스피가 8,400선까지 반등한 5월에는 8억5천만달러를 순매도했다.
코스피가 고점을 찍고 급락한 지난달에는 순매수 규모가 37억8천만달러로 불어나 월간 최대를 기록했고, 지수가 소폭 반등한 이달 들어서는 7억2천만달러 순매도로 돌아섰다. 떨어질 때 사고 오를 때 차익을 실현하는 매매가 이어진 셈이다.
반도체 비중이 큰 코스피와 SOXL의 기초지수인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이 기간 대부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만큼, 코스피 급락은 곧 SOXL의 매수 신호로 통했다.
실제 상반기까지는 급락 뒤 반등이 따라오는 레버리지 투자자에 우호적인 장이 펼쳐졌다.
3월 급락 국면에 들어간 자금은 코스피가 석 달 만에 9,300선까지 되오르면서 반등을 온전히 누렸고, 5월과 6월 랠리에서는 순매도로 돌아서며 차익 실현까지 맞아떨어졌다.
문제는 지난달 이후 시장이 반등 대신 횡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지난 6월 말 14,655선에서 급락한 뒤 고점 대비 21% 낮은 11,000선 안팎에서 급등락만 반복하고 있다.
방향 없이 등락만 반복하는 장세는 일간 수익률의 3배를 추종하는 SOXL에 가장 불리한 환경이다. 등락이 거듭될수록 이른바 '음의 복리' 효과로 수익률이 깎여, 기초지수가 제자리로 돌아와도 손실이 남기 때문이다.
SOXL 보관금액은 지난 3일 57억5천만달러에서 27일 64억9천만달러로 12% 넘게 늘었다. 27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에서 테슬라와 엔비디아, 알파벳에 이어 4위로,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인베스코 QQQ(53억6천만달러)'보다 많다.
하루 수십억달러씩 사고파는 단타 상품에서 잔고가 이만큼 쌓였다는 것은, 차익 실현 시점을 잡지 못한 물량이 횡보장에 그대로 노출된 채 복리 손실을 떠안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SOXL은 원래 며칠 안에 회전되는 상품이라 보관 잔고가 크게 의미가 없었는데, 최근에는 매도가 매수를 웃도는데도 잔고가 계속 불어나고 있다"며 "차익 실현이 아니라 손절을 못 해서 남아 있는 물량일 가능성이 크고, 횡보장이 길어질수록 이 물량의 복원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hjeon@yna.co.kr
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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