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펩타이드사 인수에 차입 대신 유증…주가 7% 급락
재무건전성 양호…"조달 계획 예측 가능했어야"
[출처: 삼성바이오로직스]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수인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조7천억 원 규모의 글로벌 펩타이드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폴리펩타이드사 인수 대금을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다.
지난달 인수계약 당시 보유자금과 차입금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여 만에 자금조달 방식을 바꾼 셈이다.
당초 주주들에게 유상증자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던 만큼 예상 밖의 조달 방식 변경에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8일 3조 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회사는 지난 28일 유상증자 관련 증권신고서를 공시했고, 같은 날 지난 달 20일 제출했던 '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양수결정' 주요사항보고서도 정정했다.
핵심은 자금조달 방법이다.
지난달 최초 공시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대금 약 2조7천억 원을 '보유자금 및 차입금'으로 조달한다고 공시했다. 대금 일부는 차입금으로 조달하고, 구체적인 조달 방안이 확정되면 정정공시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차입 외에도 기타 조달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는 문구가 있었지만,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한다는 내용은 없었다. 인수 발표 한 달여 만에 자금조달 계획이 차입이 아닌 사실상 전액 유상증자로 바뀌었다고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배경이다.
회사는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하는 3조940억 원 중 2조7천62억 원은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에, 2천947억 원은 제2바이오캠퍼스 6공장 증설 등 시설투자에 활용한다.
시장에서는 주주들이 회사의 대규모 조달 계획을 사전에 알기 어려웠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상헌 iM증권 애널리스트는 "증자를 하더라도 자금 조달 계획을 미리 주주들에게 공유해 예상이 가능하도록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창사 이래 주주 배당을 실시한 적 없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대규모 투자 자금을 주주에게 빌리는 유상증자까지 단행하자 주주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지난 28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전일 대비 6.78% 떨어진 148만6천 원에 거래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충분히 차입을 고려할 수 있는 재무 상황과 현금 창출력을 갖춘 기업"이라며 "국내 1위 바이오 기업이 차입 대신 유상증자를 선택하면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유동비율은 179.73%, 부채비율은 51.31%를 기록하며 건전한 재무 상황을 기록하고 있다. 3조 원 차입을 해도 부채비율은 80%대에 그친다.
상반기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1조3천억 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준 45.27%에 달하는 등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췄다고도 평가된다.
'AA(안정적)'이라는 우량한 신용등급까지 갖춘 상황이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사채 발행 등 차입을 적극 활용하지 않은 배경에 대한 의문이 생기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관련 증권신고서에 "이번 유상증자는 재무구조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자금조달이 아니라 신사업 진출을 위한 M&A와 6공장 시설투자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라고 공시했다.
그러면서 "이번 유상증자로 인한 발행주식총수의 증가가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 희석을 수반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면서 "유상증자 추진에 있어 주주 권익 보호와 시장과의 신뢰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오는 3일 이번 유상증자와 관련한 소액주주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유상증자 신주배정기준일은 10월 6일이다. 구주주 청약은 11월 9~10일, 일반공모 청약은 11월 12~13일 진행되며 신주 상장 예정일은 11월 30일이다.
증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인수 이후 성과가 시장의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폴리펩타이드의 수익성은 동사보다 낮아 단기적으로 연결 영업이익률 희석이 불가피하다"면서 "향후 GLP-1 관련 물량 확대와 3상 파이프라인의 상업화 전환, 고객 교차 수주가 인수 성과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ijung@yna.co.kr
정수인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