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달 달러-원 환율은 약 7.3% 하락했다. 이달 들어서도 4% 가까이 추가로 빠졌다. 한국은행과 정부의 공동 구두 개입이 있었던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 이브와 올해 6월 초를 생각해보면 분명한 '하향 쏠림'이다.
방향만 놓고 보면 반가운 변화다. 고환율이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경제주체의 부담을 키워왔던 만큼 원화 가치의 회복은 물가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다만 속도를 보면 질문이 남는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이달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환율 흐름을 "상당히 안정이 됐다"고 평가했다. 레벨보다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는 게 총재의 설명이다.
같은 잣대로 보면 또다른 질문을 참을 수가 없다. 최근의 빠른 하락은 왜 당국이 경계해온 '쏠림'이 아니라 '안정'의 범주에 들어가는가.
*자료 :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2110)
◇쏠림의 원칙, 이번엔 적용됐나
한은은 그동안 특정 환율 레벨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이고 당국의 역할은 특정 수준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변동성과 일방향 움직임을 완화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다만 총재는 이번 움직임을 하락 쏠림이라고 명시적으로 규정하지는 않았고, 원칙 자체를 부정하지도 않았다.
대신 큰 폭의 하락에도 "안정"이라는 평가를, 추가 원화 강세는 "물가 안정에 도움"이라는 판단을 내놨다. 쏠림의 잣대보다 방향에 대한 선호가 앞선 모양새다.
실제로 원화가 빠르게 약세를 보였던 국면에서는 정부와 한은이 공동 구두개입에 나서며 시장의 쏠림을 경계했다.
지난해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달러-원이 장중 1,484.90원까지 치솟자 당국이 이례적으로 강력한 구두개입에 나섰고, 그날 하루 만에 2.4% 되돌림 마감했다. 올해 6월에도 달러-원 환율 급등세에 당국이 다시 공동 구두개입에 나섰고 월간 기준 상승폭은 2.8%였다.
◇이번엔 무엇이 다른가
최근 달러-원 하락에는 분명한 배경이 있다. 반도체 경기 호조와 이에 따른 수출 개선, 경상수지 흑자 등 원화의 펀더멘털이 개선됐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속으로 인상했고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달러화도 약세를 나타냈다.
신 총재 역시 최근 환율이 상당히 하락했지만 역사적인 수준에서 보면 여전히 높다고 평가했다. 선제적인 금리 인상이 외환시장의 중심을 잡아주면 환율이 추가로 내려갈 여지도 있다고 봤다.
앞서 지난 21일 취임한 권민수 한은 부총재도 비슷한 방향의 진단을 내놨다. 권 부총재는 최근 달러-원 하락에 단기 자금 흐름의 영향이 컸다고 평가하면서도 "펀더멘털로는 하향 쪽으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당국의 최근 발언을 종합하면 적어도 원화 강세라는 방향 자체를 펀더멘털에서 벗어난 움직임으로 보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읽힌다. 고환율이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했다면, 이를 되돌리는 과정의 하락 폭만으로 상승 때와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향에 대한 설명만으로 속도에 대한 질문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환율, 통화정책 파급경로 안으로
8월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눈에 띈 것은 신 총재가 원화 강세를 통화정책의 파급경로 안에서 상당히 구체적으로 설명했다는 점이다.
신 총재는 금리 인상을 선제적으로 단행하면 외환시장의 중심을 잡는 데 도움이 되고, 환율이 추가로 내려가면 높은 수입물가 상승률을 상당 부분 상쇄해 물가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금리 인상이 원화 가치를 지지하고, 원화 강세가 수입물가 상승 압력을 낮추며, 다시 전체 물가 안정에 기여하는 경로다.
환율은 통화정책에서 관리해야 할 금융시장 변수인 동시에 정책 효과가 실물경제로 전달되는 통로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처럼 수입물가 상승률이 높은 상황에서는 원화 강세가 통화긴축의 물가 안정 효과를 보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은이 최근의 달러-원 하락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데에는 충분한 정책적 논리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특정 환율 수준이나 방향이 통화정책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기준을 밝힐 때
원화 강세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특정 환율 수준이 적정하다고 주장할 일도 아니다. 문제는 방향이 아니라 기준이다.
당국이 스스로 강조해온 '쏠림 관리' 원칙을 지키려면 최근의 빠른 하락을 안정으로 판단한 근거와 과거 반대 방향의 움직임을 경계했던 판단 기준이 어떻게 다른지는 설명할 필요가 있다.
무엇을 안정으로 보고 무엇을 과도한 쏠림으로 보는지, 그 경계가 환율의 상승과 하락에 관계없이 일관돼야 시장도 당국의 원칙을 신뢰할 수 있다. (경제부 시장팀 차장)
syyoon@yna.co.kr
윤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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