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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인내자본' 다음은…국민성장펀드 2.8조 '엑시트 딜레마'

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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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성장펀드 (PG)

[김선영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국민성장펀드의 직접투자가 올해 목표액을 사실상 채우면서 향후 투자금 회수(Exit·엑시트)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리벨리온을 시작으로 업스테이지와 퓨리오사AI, 리가켐바이오, 원익로보틱스까지 5개 기업에 승인된 국민성장펀드의 직접투자는 8월 말 기준 2조8천300억원이다.

연간 목표치인 3조원의 94%를 채운 상황이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바이오, 로봇 분야 등 대규모 선행투자가 필요하나 당장 현금흐름을 확보하기 어려운 기업에 정부와 민간이 함께 지분 투자를 단행하게 됐다.

그간 정부가 일관되게 강조해온 '장기 인내자본'이 실제로 투입된 셈이다.

하지만 직접투자는 대출과 다르다.

만기가 왔다고 원금이 자동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기업이 성장한 뒤 기업공개(IPO)를 하거나 제3자 지분매각, 전환증권을 보통주로 바꿔 시장에서 매각하는 과정 등이 필요하다.

투자를 시작한 지는 반년가량 됐지만 자본시장에서 벌써부터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5개 기업의 투자 구조가 서로 다른 만큼 향후 국민성장펀드가 직면하게 될 '엑시트 딜레마'도 제각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RCPS부터 CB까지…2.83조 직접투자

국민성장펀드의 첫 직접투자는 AI 반도체 팹리스 업체인 리벨리온이었다.

지난 3월 총 6천억원 규모의 증자를 승인했고 이 가운데 첨단전략산업기금이 2천500억원을 전환상환우선주(RCPS) 방식으로 투자했다.

RCPS는 일정 조건에서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상환권과 보통주로 바꿀 수 있는 전환권을 함께 갖는 구조다.

4월에는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업체 업스테이지에 5천600억원대 직접 지분투자를 승인했다. 첨단기금 몫은 1천억원이었다.

이어 5월에는 퓨리오사AI에 약 8천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첨단기금 3천700억원에 산업은행 300억원 등 정책자금 4천억원과 민간자금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로 딜이 진행됐다.

6월에는 첫 상장사 투자도 나왔다.

코스닥 상장사 리가켐바이오가 5천억원을 조달하는 과정에서다.

전환사채(CB) 1천700억원과 전환우선주(CPS) 3천300억원으로 구성됐는데, 첨단기금 2천500억원과 최대주주 오리온 및 국내 기관투자자가 2천500억원이 참여했다. 만기는 10년이었다.

국민성장펀드는 최근 원익로보틱스에 3천500억원 직접투자를 승인하기도 했다.

첨단기금이 CPS로 1천500억원을, 나머지 2천억원은 민간투자자가 부담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투자기업이 성공하면 대출이자 이상의 성장 과실을 공유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하지만 반대로 기술개발이 늦어지거나 기업가치가 떨어지면 원금 회수까지 장기간 기다릴 수밖에 없어 국민성장펀드의 향후 엑시트 전략을 두고 우려하는 시선이 벌써부터 나오는 모양새다.

◇원익은 중복상장, AI 3사는 IPO…상장사는 오버행

가장 복잡한 곳은 원익로보틱스다.

원익로보틱스는 코스닥 상장사 원익홀딩스가 지분 96% 이상을 보유한 비상장 자회사다.

통상 비상장 성장기업에 투자한 재무적투자자(FI)의 가장 확실한 투자금 회수 수단은 IPO지만, 원익로보틱스가 상장하려면 강화된 중복상장 규율을 넘어야 한다는 점이 문제다.

이번 투자 구조에는 IPO 추진이 주요 조건으로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성장자금은 IPO를 염두에 두고 들어갔는데 정책당국은 동시에 모회사 일반주주 보호를 이유로 중복상장의 문턱을 높이고 있는 셈이다.

원익홀딩스 주가에 이미 로봇 자회사의 성장 기대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점도 부담이다.

원익로보틱스를 떼어 상장할 경우 모회사 주주가치 훼손 논란을 피하려면 주주 보호방안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

이미 다수의 기업들이 금융당국을 설득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원익로보틱스도 이 과정에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복상장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거나 IPO가 장기간 늦춰진다면 CPS의 상환 조건이나 대주주 매입, 제3자 매각 등 다른 회수장치가 중요해진다.

정부가 중복상장 규율을 강화하는 가운데, IPO를 주요 회수경로로 삼는 비상장 자회사에 정책자금을 투자했다는 점에서 가장 까다로운 사례로 평가된다.

AI 3사의 문제는 '가격'과 '시간'이다.

리벨리온은 국민성장펀드 투자 이후 프리IPO를 마쳤고 이 과정에서 약 3조4천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목표 타임라인인 내년 1~2분기 상장 스케줄을 달성한다면, 국민성장펀드는 보호예수 이후 지분 매각이라는 전형적인 회수경로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정책자금과 프리IPO 투자자의 지분이 한꺼번에 잠재 매도물량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정부가 너무 빨리 팔면 상장 후 오버행 이슈가 불거지고, 장기간 보유하면 정책자금의 회전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퓨리오사AI는 밸류에이션이 변수다.

이번 프리IPO에서 투자 전 기업가치로 약 3조원이 거론됐고 조달액까지 더하면 투자 후 기업가치는 4조원 안팎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현재 목표로 하는 IPO 시점은 오는 2028년 하반기다.

시장에서는 정책적 육성 필요성과 투자 가격의 적정성은 다른 문제라고 지적한다. 상장 당시 현재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연구개발과 매출로 기술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얘기다.

상장시장이 투자 당시 밸류에이션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IPO가 늦어지거나 투자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

업스테이지의 경우 출구의 시점이 상대적으로 불투명하다.

정부는 'Solar Pro'와 'Solar Open' 등 독자 AI 모델 고도화를 위해 5천600억원대 직접투자를 결정했지만, 리벨리온이나 퓨리오사AI처럼 구체적인 IPO 목표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비상장 AI 기업의 기업가치는 기술 경쟁력과 후속 자금조달 환경에 따라 출렁이는 구조다.

IPO 과정이 늦어질 경우 후속 투자자에게 지분을 넘겨야 하지만 국가대표 AI 육성이라는 정책목적과 투자금 회수라는 재무적 목표 사이에서 매각 상대방을 고르는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코스닥 시장 상장사인 리가켐바이오는 CB와 CPS를 보통주로 전환하면 시장 매각이나 블록딜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만기 10년이라는 시간도 확보했다.

문제는 회수가 가능하다는 사실 자체가 기존 주주에게는 잠재 매도물량이 된다는 점이다.

향후 CB와 CPS가 대규모로 보통주로 전환되면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이 발생하고, 국민성장펀드와 기관투자가가 회수에 나서는 시점에는 오버행 부담이 생길 수 있다.

국민성장펀드는 단기간 수익률을 추구하는 자금은 아니다.

민간이 선뜻 감당하기 어려운 기술·사업 위험을 나눠 갖고 기업이 성장할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 '장기 인내자본' 성격이다.

다만, IB업계 관계자는 "그렇다고 해서 엑시트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며 "국민성장펀드는 정책 보조금이 아니라 투자다. 회수된 돈이 다시 새로운 성장기업에 투입돼야 150조원 규모의 정책금융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선순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사모펀드운용사(PEF) 대표는 "결국 시장의 관심이 국민성장펀드가 어느 수준의 가격에 들어가 어떻게 엑시트하느냐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며 "시장이 예의주시하는 딜레마를 어떻게 해소할지 지켜보는 눈이 많다"고 덧붙였다.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 로고

[카카오벤처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jwon@yna.co.kr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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