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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절벽 뚫는다…증권가, '1조 세컨더리'로 회수시장 체질 개선

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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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편중율 80%…1조원 마중물로 재투자 선순환 추진

위축된 증권사 ECM 시장에 활력 여부 주목

금융투자협회

[출처: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최정우 기자 = 그동안 기업공개(IPO) 시장으로만 쏠려 있던 국내 벤처 모험자본 회수(Exit) 생태계에 지각변동이 감지된다.

고금리 기조와 상장 규제 심화로 IPO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증권업계가 구주 매매 중심의 '세컨더리 펀드'를 통해 1조원 규모의 대형 실탄을 공급하기로 하면서다.

IPO 외에는 마땅한 엑시트 창구가 없던 국내 벤처 시장이 구주 유동화와 M&A 중심으로 체질 개선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 IPO 편중율 80%…막힌 회수 시장에 1조원 마중물

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모험자본 선순환 구조를 정상화하기 위해 향후 3년간 총 1조원 규모의 벤처 세컨더리 투자를 추진한다.

투자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중심의 개별 투자와 업계 공동펀드로 나눠 진행된다. 우선 한국투자와 미래에셋,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하나증권 등 초대형 IB를 포함한 주요 종투사가 세컨더리 전용 펀드 조성 및 자체 계정(PI) 등을 통해 약 7천억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여기에 금융투자협회와 지난해 영업이익 상위 15개 증권사가 3천억원 규모의 공동펀드를 결성해 힘을 보탠다.

이번 조치는 국내 벤처 생태계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받아온 'IPO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차원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및 업계 집계에 따르면 국내 벤처캐피털(VC)의 투자금 회수 수단 중 IPO 비중은 80%를 웃돈다. 미주·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M&A와 세컨더리 매매가 전체 회수의 70~80% 이상을 차지하는 것과 상반된다.

◇ '선제적 딜 발굴'부터 '주관권 확보'까지…증권사 영향은

증권업계 입장에서는 이번 세컨더리 투자 확대를 단순한 사회공헌이나 시장 지원책을 넘어 '새로운 수익원 창출'과 'IB 영업 시너지'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가장 먼저 기대되는 대목은 IPO 주관권 경쟁에서의 우위 점하기다.

증권사 IB 조직은 그동안 상장 직전 단계인 프리 IPO 투자나 IPO 주관사 선정 단계에서 경쟁을 벌여왔다. 다만, 세컨더리 펀드를 통해 구주를 미리 확보하면 해당 벤처기업의 핵심 주주 및 우호 세력으로 참여해 발행사와 장기적인 스킨십을 구축할 수 있다. 추후 해당 기업이 본격적인 상장에 나설 때 주관사 지위를 선점하는 강력한 무기가 되는 셈이다.

투자 수익률(ROI) 제고 측면에서도 매력적이다. 세컨더리 투자는 기존 LP나 초기 투자자가 자금 회수를 위해 보유 지분을 할인된 가격에 매각하는 경우가 많다. 신규 발행주식에 비해 진입 단가가 낮아서 상장이나 M&A 시점까지의 보유 기간을 단축하면서도 안정적인 투자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세컨더리 시장 활성화는 향후 증권사의 M&A 자문 및 기업금융 수수료(Fee) 수익 확대로 연결된다. 구주 유동화가 활발해지면 벤처기업 간 결합이나 사모펀드(PEF) 로의 지분 매각 등 다양한 형태의 M&A 거래가 물꼬를 트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 "눈높이 격차 해소가 관건"…실제 집행 속도 주목

업계에서는 이번 1조원 투자 프로그램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할인율 격차'를 어떻게 줄이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본다.

투자 유치 당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던 벤처기업이나 LP들이 장부가 대비 큰 폭의 할인을 받아들이지 못할 경우 거래 성사가 지연될 수 있어서다.

결국 기존 LP가 자금을 회수하려는 유인과 증권사가 리스크 대비 적정 수익률을 낼 수 있는 가격대가 만나는 지점을 찾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이를 위해 단순한 지분 매입을 넘어 구조화 금융을 활용한 메자닌 방식이나, 성과 연동형 조건부 가격 조정(Earn-out) 구조 등을 적용해 밸류에이션 시각차를 메우는 시도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단기 수익성보다는 시장 정상화를 위한 마중물 역할에 무게를 두고 자금 집행 속도를 올린다면, 가격 조정 과정에서 소외됐던 알짜 벤처기업들의 구주 유통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면서 "IPO에 편중됐던 회수 채널을 다변화해 모험자본 시장 전체의 유동성을 높이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jwchoi2@yna.co.kr

최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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