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아랩·리브스메드·노타 등 초기 발굴, '톱다운' 딜소싱 발군
(서울=연합인포맥스) 양용비 기자 = 최근 벤처캐피탈(VC)에서 '최고 심사역'을 꼽아보라고 하면 다수의 입에서 거론되는 인사가 있다.
최근 핫하다는 대부분의 딜에서 초기 투자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벤처캐피탈리스트다. 화려한 투자 성과 때문에 주니어 심사역들 사이에서는 '연예인'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수아랩과 리브스메드, 노타, 고바이오랩, 가온칩스 등에 트랙레코드의 면면을 살펴보면 화려하다. 최근엔 피지컬 AI 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홀리데이로보틱스 딜까지 리드하면서 벤처 투자 분야에서 관록을 뽐내고 있다. 스톤브릿지벤처스 최동열 투자 부문 대표(CIO)의 이야기다.
인공지능(AI)이라는 메가트렌드를 선도하는 기업을 초기에 발굴하는 데 발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 대표는 AI의 뒤를 이을 메가트렌드를 찾기보다 아직도 무궁무진한 AI 분야에서도 빈틈을 채울 영역에 레이더를 가동하고 있다.
사진=스톤브릿지벤처스
◇틈새시장 많은 AI, 투자 기회 아직 많다…산업용 AI 주목
"AI가 아직 진입하지 않은 산업 영역이 많이 남아 있다. 산업용 AI도 그중 하나."
최 대표는 1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AI를 하나의 산업으로 단순화하기보다는 영역별로 세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AI가 음성·이미지·비정형 데이터·로봇 등 기술 영역이 세분화돼 있고, 산업별 적용 분야도 넓은 만큼 AI 자체가 아직 포화하진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만큼 AI 섹터 내에서도 투자할 영역이 많다는 의미다.
특히 주목하는 영역은 산업용 AI다. LLM(대형언어모델) 같은 범용 AI 모델 자체는 미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만큼 국내 VC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기 어렵다고 봤다. 대신 아직 AI가 충분히 적용되지 않은 산업용 AI에 기회가 있다고 전망했다.
조선과 철강, 자동차, 전자부품과 같은 제조업을 예로 들었다.
최 대표는 "이 산업들의 데이터는 이미지나 음성처럼 다루기 쉬운 데이터가 아니라 진동·열·전압·전류 등 비정형 데이터가 중심"이라며 "사람도 그 데이터를 직관적으로 해석하기 어렵기 때문에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 구축 자체가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직 시장에서도 AI를 활용한 해답을 내지 못했기 때문에 산업용 AI 분야에서 시장이 남아있다는 관점이다.
◇"차기 테마, 양자·우주보단 바이오"
최 대표는 AI의 뒤를 이을 차기 성장축으로 바이오를 꼽았다. 투자업계에선 양자 기술과 항공우주 등을 차기 테마로 거론하지만, 오히려 바이오의 장기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인간의 질병 가운데 아직 기술이 충분히 적용되지 않은 영역이 많고, 생명과학 기술 자체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며 "의약품뿐 아니라 의료기기·진단 분야에서도 성장 여지가 크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특히 의료기기 분야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제약은 글로벌 제약사와 초기 단계부터 라이선싱·공동개발 생태계가 구축돼 있지만, 의료기기는 글로벌 대형 기업들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어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어렵다.
그래서 국내에서 혁신적인 의료기기 회사가 나오기 자체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일단 허가를 받으면 글로벌 기업의 인수합병(M&A) 대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구조 때문에 어려운 시장임에도 성공하면 글로벌 회사가 될 가능성이 있는 분야가 바로 의료기기 영역이라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딜 소싱에 녹아있는 '삼성 DNA'
VC업계 내에서도 호기심을 갖는 부분이 최 대표의 딜 소싱 방식이다. 초기에 좋은 기업들을 선별하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그의 딜 소싱은 전형적인 '톱다운' 방식이다. 과거 삼성에서 기술 기획 업무를 했던 경험에서 출발했다. 기술과 산업을 세분화한 뒤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먼저 정의하고, 해당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역으로 찾아가는 방식이다.
예컨대 AI 영역에서 이미지·음성·비정형 데이터 영역을 세분화한다. 이후 세부 기술을 정의하고, 관련 특허를 찾아 해당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접촉하는 구조다.
선별한 영역에서 기술적으로 우위를 가진 기업이라면 콜드콜도 마다하지 않았다. IR을 많이 받는 VC가 아니라 찾고 싶은 기술을 정의해 기업을 찾아가는 VC인 셈이다.
그는 "특허 맵을 그리듯 산업과 기술을 쪼개보면 시장에 어떤 기술이 존재하고 어떤 영역이 비었는지 파악할 수 있다"며 "그 과정에서 상장사와 비상장사, 전문가, 스타트업을 모두 맵핑한 뒤 직접 연락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상장에 성공한 노타도 AI 모델 경량화 기술의 필요성을 먼저 보고, 글로벌 M&A 사례까지 확인한 뒤 국내 기업을 찾는 과정에서 발굴한 포트폴리오다.
◇"고밸류 국면, 기업가치 낮추는 게 답 아냐"
최 대표는 최근 전반적으로 스타트업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높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높은 기업가치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투자할 때 '지금 밸류에이션이 비싼가'보다 '앞으로 그보다 훨씬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갈 수 있는가'를 보고 판단한다"며 "IPO나 M&A때 받을 수 있는 최종 밸류에이션을 역산해서 현재 투자 가격을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자체가 작아 최종 기업가치가 5천억~6천억 원밖에 안 될 회사가 2천억~3천억 원의 가치를 요구하면 투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높은 밸류에이션이라도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 투자할 수 있지만, 시장의 크기를 고려했을 때 더 이상 점프할 수 없다면 반려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최근 이같은 투자 사례로는 심장 판막 의료기기 기업 타우메디칼을 꼽았다. 심장 내부는 혈액이 흐르는 만큼 수술 부위를 직접 볼 수 없어 엑스레이나 초음파를 보며 시술해야 한다. 그만큼 기술 난도가 높다.
타우메디칼은 최근 허가 임상의 마지막 단계에 있다. 특히 기존 개흉수술이 어려운 고령 환자에게 혈관을 통해 디바이스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최 대표는 "타우메디칼은 단순히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회사를 넘어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글로벌 메디컬 디바이스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ybyang@yna.co.kr
양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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