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논문 "SK하이닉스 변동성 51.9%포인트 키워"
당국 대책에도 "되레 변동성 키울 것" 지적
국내선 "원안 복합적…주범론 통계적 근거 부족"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신민경 기자 =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는 증시 변동성을 키운 주범일까, 혹은 희생양일까. 이른바 '단일종목 레버리지' 사태는 학계와 연구계 내부에서도 뜨거운 갑론을박을 불러일으켰다.
금융당국이 이미 규제에 나서 효과를 보고 있는 지금도 학계의 논쟁은 진행형이다.
◇당국 대책까지 겨냥한 해외 논문
1일 세계 최대 사전 출판 논문 플랫폼인 아카이브(arXiv)에 따르면 최근 프린스턴대 소속 연구자인 인훙 자오(Yinhong Zhao)는 '(차익거래자의) 먹잇감이 된 레버리지 ETF'(Preying on Leveraged ETFs)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은 레버리지 ETF를 활용한 차익거래자의 선행매매가 증시 변동성의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주식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기 위해 매일 포지션을 조정한다. 주가가 오르면 더 사고 내리면 더 파는 식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차익거래자들은 이런 장 마감 주문을 미리 내다봤다. ETF가 살 것으로 예상되면 먼저 샀고 팔 것으로 예상되면 먼저 팔았다. 이런 선행 매매로 주가가 더 크게 움직이면 자산운용사가 장 마감 때 주문해야 하는 물량도 늘어난다.
이런 방식으로 미리 사놓은 주식은 비싸게 팔고, 미리 판 주식은 싸게 되사며 차익을 얻는 게 차익거래자들의 수법이란 것이다.
연구진은 ETF가 본주의 주가를 크게 흔들었다고 봤다. ETF 출시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첫날 나타난 주가 반응의 약 60%가 다음 거래일까지 '되돌림' 했다고 분석했다. 출시 전만 해도 양대 종목과 미국의 레버리지 ETF 기초종목 등 비교집단에선 보지 못한 현상이었다.
[신민경 기자]
레버리지 ETF가 주가 방향을 결정하진 않았겠지만 등락폭은 달랐을 거라는 분석이다.
실제 논문에 따르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출시되지 않았을 경우 SK하이닉스의 연율화 변동성은 136.7%가 아닌 84.8%였을 것으로 추산됐다. 레버리지 ETF와 차익거래자 매매가 본주 주가 변동성을 51.9%포인트 키운 셈이다. 삼성전자 주식의 변동성 역시 레버리지 ETF가 없다는 가정에선 실제 115.3%에서 100.5%로 큰 폭 낮아진다.
논문은 우리 금융당국 대책의 한계도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앞서 자산운용사들에 장 종료 직전 몰리는 리밸런싱 거래를 장중으로 앞당겨 나눠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장 막판에 집중되는 주문을 줄여 종가 변동성과 선행매매 가능성을 낮추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연구진의 시뮬레이션에서 이런 방안은 되레 변동성을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리밸런싱 주문을 여러 차례로 나눠도 전체 주문량은 줄지 않는 데다, 차익거래자는 장 초반부터 주문 방향을 예상할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거래가 적은 시간대로 주문이 흩어질 경우 가격에 미치는 충격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거래 시점만 분산해선 대안을 모색하기 어렵다고 봤다. 운용사가 조정해야 할 리밸런싱 규모가 여전히 당일 종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논문은 "하루 수익률을 밤사이 변동과 장중 변동으로 나눠 각각 시가와 종가에 반영하거나, 여러 시점의 가격을 평균해 리밸런싱 규모를 정하는 방법이 있다"며 "특정 종가의 움직임이 ETF 주문량을 지나치게 키우지 않게끔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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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증시 변동성을 증폭시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증권학회지 8월호에 발표된 '레버리지 ETF의 변동성 증폭 구조와 정책적 시사점' 논문에서 윤선중 동국대 교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본주의 가격 형성을 방해하고 주가 변동성을 키운다고 분석했다.
실제 3천회를 반복한 모의실험에서 레버리지 ETF가 없을 때 대비 있을 때 주가 변동성과 최대 낙폭이 확대됐다.
윤 교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시장이 커지면 평상시 주가 변동성을 소폭 높이는 정도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외부의 거시적 충격이나 장 마감 직전 유동성 경색에 대응할 수 있는 '시장의 복원력'을 떨어뜨려 결국 금융시스템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범 단정 어렵다" 반론도 팽팽
하지만 학계와 연구계에선 반대 의견도 팽팽하다. 레버리지 ETF가 변동성을 키웠을 수는 있지만 폭락의 주범으로 볼 만큼 영향이 컸다고 단정하긴 어렵단 반론이다.
특히 주식시장 변동성이 ETF 출시 이후 새롭게 나타난 것도, 한국에만 국한된 현상도 아니란 평가다.
최재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한 언론 기고문을 통해 레버리지 ETF가 7월 폭락장의 주된 원인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단일종목 ETF 출시 전부터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변동성이 컸다고 강조했다. ETF 출시 후 SK하이닉스의 변동성은 113%로 측정되는데, 이는 미국 마이크론(122%)과 일본 키옥시아(120%)보다 낮은 수치다.
당시 반도체 관련주 하락은 인공지능(AI) 산업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로 세계적으로 나타났단 얘기다.
자본시장연구원도 비슷한 입장이다. 김준석·장근혁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7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최근 코스피 변동성을 두고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주의 변동성 확대, 투자자 간 엇갈린 수급, 금리·유가·환율 변화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단일종목 ETF 출시 후 기간이 짧은 만큼 변동성이 더 커졌다고 볼 만한 통계적 근거는 확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레버리지 ETF의 리밸런싱이 주가 변동을 키울 수 있단 점은 인정했다. 다만 주가 하락 때 저가 매수를 노린 자금이 ETF로 들어오면 리밸런싱 과정에서 나온 매도 물량이 일부 상쇄될 수 있다고 봤다. ETF 거래량이 많다고 해서 순매도 물량이 항상 큰 건 아니라는 것이다.
mkshin@yna.co.kr
신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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