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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연기금, 채권 버리고 수익률 높은 자산 쫓아 이동 중"

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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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선임기자 = 채권시장의 '안정적인 손' 역할을 해 온 글로벌 연기금이 채권 보유 비중을 줄이면서 수익률이 높은 저유동성, 고위험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변경하는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브라이언 하디 국제결제은행(BIS)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카렌 루이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 등 연구진은 1일 유럽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센터(CEPR)에 발표한 논문에서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수익률 추가 확보 추세와 연금제도가 확정급여형(DB)에서 확정기여형(DC)으로 전환하는 것이 맞물리면서 자산 간 이동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연기금이 막대한 자본을 운용하고 전통적으로 정부와 기업에 안정적인 장기 대출자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면서 "연기금의 투자 방식이 변화하면 그 여파가 채권시장과 차입 비용, 금융 안정성에까지 파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 연기금도 비 채권 자산 비중 확대

연구진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1980년대 초만 해도 채권이 연기금 자산의 약 40%를 차지했지만 2023년에는 약 10~15%로 대폭 축소됐다.

유럽의 경우도 마찬가지 흐름을 보였는데, 2000년대 초 이후 채권 비중으로 약 35%에서 20%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뮤추얼펀드펀드 비중은 20% 미만에서 2023년에는 50% 이상으로 급증했다.

신흥시장 연기금은 선진국보다 채권 비중이 훨씬 높았지만, 최근에는 급격히 비중을 줄이고 있다.

연구진은 연기금이 채권 직접 보유를 줄이면서 채권형 뮤추얼펀드로 간접 투자하는 방식을 보이고 있지만, 그 비중조차도 감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스위스의 경우를 예시로 들었는데, 연금 자산 중 채권 직접 보유 비중은 2008년 약 25%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었지만 2003년에는 5%로 대폭 줄였고, 뮤추얼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 비중은 40%에서 30%대로 낮아졌다.

연구진은 글로벌 연기금이 채권에서 서서히 손을 떼면서 확보한 자금을 주식과 해외투자는 물론 사모펀드와 사모 대출, 부동산, 인프라, 천연자원, 헤지펀드 등 대체 투자에 대한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각 주 및 지방정부 연기금들의 경우 2000년대 초만 해도 대체투자 비중이 총자산의 10% 미만이었지만, 2024년에는 30% 이상으로 증가했다.

유로존은 물론 영국과 스위스, 캐나다, 호주 등의 연기금도 대체투자 비중을 대폭 확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이 원인…채권 매력도 떨어진 것도 이유

연구진은 이러한 연기금들의 자산 배분 변경에는 연금제도의 전환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고 봤다.

2013년을 기점으로 전 세계 연기금의 운용 방식은 DC형이 DB형을 앞질렀고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2020년 이후 DC형의 비중은 58%대로 올라섰고, DB형은 42%대로 낮아졌다.

유럽 선진국만 놓고 보면 2011년을 기점으로 DC형과 DB형이 역전돼 2020년 이후에는 각각 57%와 43% 정도의 비중으로 바뀌었다.

연구진은 "대체 자산은 더 높은 기대 수익률과 더 큰 분산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 "사모펀드를 통해 상장 기업 이외의 기업에 투자할 수 있고, 부동산 투자를 통해 장기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체 자산은 유동성이 낮고 투명성이 떨어지는 데다, 가치평가가 어렵고 관리 비용이 더 많이 드는 경향이 있고 시장침체기에는 가치가 천천히 조정돼 자산이 내포한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연금제도의 전환과 맞물려 채권 투자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지는 것도 한 이유로 꼽았다.

저금리 환경이 장기화하면서 기대 수익률이 더 높은 투자처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1980년부터 2023년까지 87개국의 연간 데이터를 이용해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에 따른 연금 자산 배분의 변화를 분석했는데, 국내 국채 수익률이 1%포인트(p) 하락하면 연금 포트폴리오에서 국채 비중은 약 1%p 감소했다.

이와 반대로 뮤추얼펀드 비중은 1.5%p 증가하고 해외자산 비중은 이례적으로 3%p 급증했다.

DB형은 DC형보다 시장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는데 국채 수익률이 1%P 하락하면 DB형의 국채 투자 비중은 약 1.4%p 감소하고 해외자산 투자 비중은 약 3%p 증가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는 수익률 추구라는 일반적인 메커니즘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강력하게 뒷받침한다"라고 설명했다.

◇연기금 빠진 자리에 비은행 금융사가…채권시장 변동성 키울 수도

연구진은 연기금이 채권시장에서 '철수'하면서 비은행 금융사가 빈자리를 채울 가능성이 커지는데, 시장이 불안해질 경우 이들이 채권 매도를 통해 시장 변동성을 키울 여지가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연기금이 포트폴리오의 갑작스러운 조정을 통해, 또는 환매 요구를 통해 뮤추얼펀드에서 자금 유출 압력을 가할 경우 채권시장의 충격을 증폭할 위험도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영국의 부채 연계 투자(LDI) 위기는 연기금이 보유한 LDI 펀드 주식의 변동성이 국채 시장으로 얼마나 빠르게 파급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연기금은 대체자산 투자 확대 등으로 더 높은 장기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지만, 주식시장 하락과 유동성 압박, 가치평가 불확실성 등에 대한 투자 구조의 취약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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