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총지출 증가율로 확장재정 기조 유지…물가 자극 우려
재정당국 이어 청와대도 "통화·재정정책 엇박자 아냐" 적극 해명
[기획예산처 제공]
(세종=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정부가 총지출 증가율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이며 확장적 재정 기조를 공고히 한 가운데 긴축적 통화정책과 엇박자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재정당국은 내년 예산안에 담긴 대다수의 재정 사업이 취약계층을 타깃으로 한 '핀셋 지원'이라고 강조하면서 수요 자극 우려가 크지 않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다만, 개인서비스를 중심으로 수요 측 물가 상방 압력이 커지고 있는 국면에서 재정지출 확대가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1일 정부가 발표한 '2027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총지출은 전년보다 12.8% 증가한 820조9천억원이다.
사상 첫 800조원을 돌파한 '초슈퍼 예산'으로, 총지출 증가율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편성한 올해 예산안의 총지출 증가율은 8.1%였다.
정부는 이번 예산안에 대해 "적극적 재정으로 대체불가 대한민국 도약에 담대하게 투자하는 예산"이라며 "경제성장과 재정건전성의 2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했다"고 자평했다.
실제 내년 총수입은 전년 대비 30.4% 증가한 880조8천억원으로 총지출을 웃돌면서 통합재정수지는 59조9천억원 흑자가 예상된다.
기록적인 총수입 증가에는 반도체 호조에 따라 법인세·소득세 등 국세수입(584조4천억원)이 194조2천억원이나 급증한 것이 반영됐다.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 보장성 기금 수지를 차감해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는 3조1천억원 적자로 적자 폭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역시 0.1%로 대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정부가 개선된 세수 여건을 기반으로 2년 연속 확장 재정 기조를 공고히 했지만, 일각에선 긴축적 통화정책과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3.0%로 올리며 두 차례 연속 인상에 나선 것과 확장 재정이 상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는 상황에서 확장 재정 기조가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상반기 중 환율 상승의 영향이 당분간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경기 개선에 따른 수요 압력도 일부 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도 지난달 30일 보고서에서 "최근에는 여행·숙박·음식 등 경기 상황에 민감하고 동조성이 높은 개인서비스가 근원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어, 과거에 비해 물가 상승이 광범위하게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확장 재정이 총수요를 자극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는 여러 경로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지난해 한국재정학회 '재정학연구'에 게재된 논문 '재정건전성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정부 부채가 1% 증가했을 때 소비자물가는 최대 0.15%까지 상승했다.
이 연구는 이준상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장성우 연구원, 이형석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수행했다.
지난 2024년 발간된 KDI의 '최근 물가 변동 요인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는 "정부지출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1%포인트(p) 증가하는 충격이 발생하면 물가 상승률이 동 분기에 최대 0.2%p 반응한 후 1년여간 영향이 파급된다"고 분석했다.
기획예산처는 이런 우려에 대해 내년 예산안에 담긴 대다수의 재정 사업이 취약계층을 타깃으로 한 '핀셋 지원'인 점을 강조하며 총수요 자극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반박했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지난달 28일 예산안 사전 브리핑에서 통화·재정정책의 엇박자 논란을 거론하며 "현금성·선심성으로 살포를 하거나 단순 소비성으로 집중했다면 그런 지적이 옳지만 저희는 그렇게 설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취약계층을 선별적이고 맞춤형으로 지원하고 민생 부담을 완화시키는 것이 (이번 예산안의 취지)"라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잠재성장률을 어떻게 하면 반등시킬 거냐, 즉 총공급을 어떻게 확충할 거냐에 더 많은 투자를 분명히 했다"며 "경제 성장 전반의 여력을 증가시키는 데 투자하도록 했다"고도 강조했다.
재정지출이 구조 개혁이나 3대 메가프로젝트 등 잠재성장률 반등을 이끌 수 있는 사업에 대한 투자로 이어진다면 긴축적 통화정책과 상충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신현송 한은 총재도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원칙적으로 재정지출이 미래 성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투자에 적용돼 잠재성장률을 올린다면 통화정책과 엇박자는 아니다"고 언급했다.
청와대도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류덕현 청와대 재정기획보좌관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일부 언론과 야당에서 긴축 기조의 통화정책과 확장적 재정정책 간 엇박자를 지적하고 있다"며 "언뜻 그럴듯해 보이지만 우리 경제의 구조적 현실을 들여다보면 타당하지 않은 지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거시 금융 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금리 인상 과정에서 소상공인, 자영업자, 한계 차주 등 상당수 경제 부문과 취약계층이 겪는 고통과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대내외 리스크와 물가 관리를 위한 긴축적 통화정책과 고금리로 타격을 입은 부문을 보듬고 구조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선별적·적극적 재정정책은 결코 상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wchoi@yna.co.kr
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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